[리뷰] 현실과 비현실의 조화,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당신은 어떤 사랑 드라마를 원하시나요?
티빙·넷플릭스 :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서보원 승인 2022.04.28 14:30 | 최종 수정 2022.05.02 13:55 의견 0
책 대여점의 백이진(오른쪽)과 단골 여고생 나희도(왼쪽)의 모습(사진=티빙). ⓒOTT뉴스

[OTT뉴스= 서보원 OTT 2기 리뷰어] 파스텔 톤 필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로맨틱한 대사를 주고받던 배우들은 90년대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극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랑을 말하는 교과서'처럼 간질간질했던 러브 스토리는 화룡점정을 찍지 못했다.

훌륭한 '기승'에 비해 '전결'이 애매하고 의아함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로맨스 드라마는 사랑에 있어 지나치게 현실적이면 안 되지만, 또 막상 현실적이지 않으면 비난받기 일쑤다.

이 글은 하나만 하지 못해 비난의 중심에 선,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대한 이야기다.

◆ 'PC 통신, 띠부씰 빵, 삐삐'… 밀레니엄 세대의 레트로한 사랑

나희도는 결국 고유림의 라이벌이 되는데 성공했다(사진=티빙). ⓒOTT뉴스

펜싱 선수의 정점에 있는 고유림(보나 분)을 동경한 나희도(김태리 분)는 같은 펜싱 선수가 돼 유림의 라이벌이 되기로 한다.

이런 희도의 '같은 학교에 진학해 절친이 되는' 청춘 만화 같은 상상은 유림의 위기의식으로 이어져 관계의 악화를 부른다.

그러나 신문 배달원 백이진(남주혁 분)과 학교 친구들, 문지웅(최현욱 분), 지승완(이주명 분) 등 주변 사람들 덕분에 희도는 더 성장하고 유림과의 관계를 회복한다.

그 과정 속에서 겪은 여러 일들은 이진과 희도의 감정을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희도가 스무 살이 되자 그들은 사랑을 속삭였다.

그러나 희도가 스물한 살이 되자 이들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유림은 집안 사정으로 귀화를 택하고 이진은 사회부 기자 일로 미국으로 향했다.

모두가 떠나버리자 희도에게 사랑은 더 이상 힘이 되지 못했고, 희도는 이진에게 이별을 고했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 그들의 사랑은 끝이 난 것이다.

드라마 속 '삐삐'를 통한 연락과 책 대여점의 '풀하우스', '유니텔'로 쌓는 우정 등은 메타버스 세대에게 새롭고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배우 김태리와 남주혁 사이의 케미스트리에서 '시대의 어려움을 딛은' 사랑의 청량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드라마는 액자식 구성을 선택해 희도의 딸, 민채(최영빈 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민채의 시각으로 보는 장면들과 그와 어울리는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청춘은 이런 것이었지" 하는 아련함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당시를 사랑했던 3040 세대도, 지금 사랑해야 하는 1020 세대도 이들의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풀하우스'를 기대했더니 결말은 '왕좌의 게임'?

백이진과 나희도는 결국 이어지지 못했다(사진=티빙). ⓒOTT뉴스

드라마 시청자 중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을 본 사람들이라면 무언가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시작만 해도 차근차근 잘 쌓아오던 작품의 매력이 후반부에 이르자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로맨스에 '현실'이라는 맛을 첨가하기 시작한, '스물, 스물넷' 시기부터 일 것이다.

결정적으로 희도와 이진이 이어지지 않자 드라마는 대중들에게 "'왕좌의 게임'처럼 용두사미인 드라마"라는 비난을 샀다.

희도와 이진이 헤어진 이유는 9·11 테러로 이진과 희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자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클리셰가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민채가 이진의 딸이 아니라는 복선은 이전부터 은연중에 나타났다.

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지는 과정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진과 희도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희도와 이진 사이에는 이미 IMF 시절,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탄탄하게 쌓아온 감정들이 있어 9·11 테러 당시 관계가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연인이 되기 전보다 된 후가 더 힘들다'며 서로에게 응원이 아닌 짐을 지워주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이별을 맞이한다.

물론 굉장히 현실적인 결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풀하우스'를 기대한 것이지, '연애의 온도'를 보고싶어 한 게 아니었다.

결국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로맨스에 '현실'을 섞으려다 개연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그래도 백이진과 나희도를 못 잃는 이유

닐슨 통계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시청률 추이(사진=티빙). ⓒOTT뉴스

'개연성의 붕괴'로 시청자들은 결말에 실망감을 느꼈다.

러시아로 귀화했지만 한국에서 펜싱 클럽을 운영하는 유림이나 사회 비판적인 언론계 입사를 꿈꿨지만 결국 예능계에서 일하는 승완과 같이 이해할 수 없는 조연의 마무리도 걸림돌이었다.

AGB 닐슨 미디어리서치의 통계(전국 기준)에 의하면 종방 직전, 15회의 시청률은 9.59%로 14회보다 0.72% 떨어졌다.

그러나 종방 시청률은 무려 1.92%나 오른 11.51%를 기록하며 해당 드라마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 수치에는 '백이진'과 '나희도'의 마무리를 응원하고자 하는 시청자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실망스러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진과 희도는 우리가 사랑했던 '사랑의 표본'이었다.

기적같은 유림과의 유대 회복, 이진과의 영원할 것 같은 사랑,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만들었다.

우리는 비록 현실 중에서도 가장 쓴맛을 보고 있지만 이진과 희도는 그나마 달콤한 결말을 맞이하길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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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용두사미'에 가까웠지만 그마저도 우리의 삶과 닮아 "이런 사랑도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랑에 가정이 없듯이, 우리가 사랑했던 백이진과 나희도는 그 가정 없는 사랑의 정점에 오래 머물렀을 뿐이다.

비현실과 현실이 섞인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9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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