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 부재한 것에서 결핍을 느끼기 마련이다.
어디서나 예외는 있지만, 대개 가난한 이는 부자를 부러워하고, 백수는 직장인을 부러워한다.
작게는 소나기가 내리는 날 우산을 쓴 이가 부럽기도 하고, 칼바람에 따뜻한 목도리를 두른 이가 누구보다 부럽기도 하다.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보다 자신의 감정이 우선이기에.
티빙과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수 있는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격동의 IMF시대를 겪는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중심에 있는 나희도(김태리 분)와 백이진(남주혁 분)의 성장 스토리 외에도 고등 펜싱선수인 나희도와 고유림(보나 분)의 라이벌 구도가 극을 채워나간다.
고유림은 펜싱 국가대표이자 금메달리스트인 전국구 스타다.
고유림을 동경하던 나희도는 갖은 노력 끝에 고유림이 있는 태양고 펜싱부에 들어간다. 하지만 나희도의 기대와 달리 둘의 관계는 첫 대면부터 지금까지 내내 좋지 못하다.
이 라이벌 구도를 더욱 극적이게 만드는 요소를 들여다보면, 두 사람 모두에게 내재한 부재와 결핍 현상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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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도에게는 아빠의 부재가 있다. 희도의 어린 시절엔 항상 아빠가 있었다. 늘 곁에서 펜싱의 꿈을 응원해준 아빠.
어린 희도는 아빠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오랜 슬럼프를 딛고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며 아빠와의 약속을 지켰는데, 판정 시비 논란이 일자 속상한 마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유명 앵커인 엄마는 자신의 노력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만 같다. 국가대표 자리를 따냈을 때도 엄마에게 따뜻한 칭찬 한마디 듣지 못했다.
결승전 직후에는 '훔친 금메달'이라는 표현으로 뉴스를 보도하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하다.
나희도는 기자회견 소동으로 선수촌 문을 떠나는 길에, 혼자인 자신과 달리 아빠가 마중 온 고유림을 보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지도 코치와 선수협회가 고유림만 응원하고, 전 국민이 그의 은메달을 억울해하는 것도 서글픈데, 지금은 곁에서 다독여줄 아빠가 없다는 게 제일 서글프다.
아빠의 빈 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국밥집에서 희도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 이들을 아빠 나이대의 아저씨들로 설정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한편,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유림은 돈이 많은 드는 펜싱을 하는 것이 늘 부모님에게 미안하다.
헌 펜싱 장갑을 몇 번이나 꿰매 쓰는 자신과 달리, 돈 걱정 없이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나희도의 환경이 부럽다.
그래서인지 그 애는 늘 밝고 긍정적인 것도 괜히 심술이 난다.
나희도의 값비싼 메이커 운동화와 책가방을 보고, 자신의 낡은 운동화와 가방을 초라하게 내려다보는 장면은 이러한 복합적인 심리를 대변한다.
하지만 고유림에게는 아빠가 없는 나희도의 외로움이 와닿지 않을 것이며, 나희도는 엄마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운동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특권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말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타인의 입장과 사정을 알아낼 수 없다.
지난 8회에서 나희도는 협회에 연금 가불을 부탁하는 고유림을 우연히 본다.
그리고 고유림이 선수촌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고 오열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돼 마음이 심란하다.
이는 나희도가 고유림의 영역에 한 걸음 다가가 점점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유림이 나희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전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두 사람은 3년 동안 익명의 온라인 채팅으로 속마음을 나눈 친구였다.
이를 먼저 알게 된 고유림은 놀란 나머지 숨어버렸지만, 앞으로 나희도와의 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주목할 포인트다.
그동안 나희도와 고유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던 표면적 이유는 1위 자리를 지켜려는 고유림이 빠르게 성장하는 나희도를 라이벌로 여기며 날카롭게 경계해서였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결핍을 느끼고 상대가 가진 것을 부러워할 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채팅 친구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속마음 조각이 맞춰지면서 관계의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리는 때로 남이 가진 것을 크게 바라보고, 자신이 가진 것은 작게 치부하거나, 또는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침 예보를 보고 챙겨나온 우산과 무심코 둘러멘 목도리처럼, 분명한 것은 크고 작은 부분에서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듯, 누군가도 나를 부러워한다.
또 내가 지금 가진 것이 영원한 것이 아니듯, 지금 가지지 못했다고 평생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갖지 못한 것만을 바라보다 가진 것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가 순간에 목맬 필요도, 지금을 괴로워할 까닭도 없는 이유가 아닐까.
나희도와 고유림의 라이벌 케미를 볼 수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7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5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7
→평점: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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