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 박다희 OTT 평론가] "꿈 같은 게 필요하긴 한가? 다들 취업 얘기만 하잖아."
"그러게. 이게 너희들의 시대구나?"
예상치도 못한 순간, 뭉클한 위로 한 바가지가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끼얹어졌다.
열여덟의 나는 분명 이렇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에 치열하게 적응하고 타협해가다 보니 어느덧 내 '꿈'은 점점 흐려지고 흩어져 갔다.
그 꿈은 이젠 마치 미술관에 고상하게 전시돼 있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상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렇게 낯설어진 나의 꿈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 로맨스이다.
나라 전체가 혼란을 겪던 IMF 시기를 배경으로 금 모으기 운동, PC통신 채팅, 삐삐에 '풀하우스' 만화까지 시대감을 한껏 살린 연출과 공감 가득한 대사들로 팍팍한 삶에 지쳐있던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 성공했다.
◆ "대체 시대가 뭔데 내 꿈을 뺏을 수 있냐는 말이야."
시대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저 순수하고 해맑게 꿈만 꾸면 될 것 같았던 싱그러운 열여덟.
그런 열여덟을 보내고 있던 열정과 패기의 대명사 나희도(김태리 분)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바로 IMF로 인한 예산 삭감 때문에 교내 펜싱부가 없어진다는 것.
이참에 가능성 없는 펜싱을 그만두고 공부나 하라는 엄마의 반대에도 희도는 자신의 전부였던 펜싱을 포기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 우상인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보나 분)이 있는 태양고로 전학 가겠다 마음먹는다.
이에 희도는 일탈을 저지르는 불량 청소년이 돼 태양고로 강제 전학 당하겠다는 발칙하고 야심 찬 계획을 세운다.
◆ "어떤 순간에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게요."
열여덟의 희도가 시대에 꿈을 뺏겼다면, 22살의 '몰락한 도련님' 백이진(남주혁 분)은 IMF로 꿈도, 돈도, 가족도 뺏겼다.
항상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그의 열여덟이 무색하게 아버지의 부도는 한순간에 그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이제 고작 미성년자를 벗어난 20대 초반의 그는 어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거칠고 낯선 현실에 뛰어들어야 했다.
아버지를 찾아오는 빚쟁이 아저씨들에게 눈물을 머금고 연신 고개 숙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떠안겠다며 어떤 순간에도 절대 행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해?"
희도는 강제 전학을 당하기 위해 온갖 일에 뛰어든다.
일진들 간 패싸움에 엮여보기도 하고, 어른인 척 치장한 후 나이트클럽에 출입도 한다.
하지만 단골 만화방의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이진에게 끌려 나온다.
이진은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는 희도의 계획을 꾸짖지만 꿈을 지키려는 그녀의 의지는 진심으로 응원해 준다.
이에 희도는 이진 덕분에 용기를 내, 자신의 가장 높은 벽인 엄마에게 펜싱에 대한 간절함을 꺼내 보이며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
한편, 만화책 연체료를 갚으러 갔다가 온갖 불행에 휩싸여 있는 이진을 목격한 희도는 그를 예전 학교 운동장으로 데려간다.
수도꼭지를 거꾸로 돌려 분수 쇼를 펼치며 자신만의 행복을 나눠주는 희도.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하냐며 희도는 이진과의 분수 쇼에 숨넘어갈 정도로 깔깔댄다.
이진은 그런 희도의 위로로 잠시나마 숨통이 트인다.
잃은 것, 시대에 빼앗긴 것만 생각하던 자신과 달리 꿈과 행복 등 얻을 것, 되찾을 수 있는 것들을 향해 직진하는 희도의 모습은 이진에게 크나큰 인상을 남긴다.
더 이상 해맑을 수만은 없는 청춘을 대표하는 이진, 그리고 그런 이진에게 해맑았던 열여덟을 떠올리게 하는 희도.
저마다의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이진과 희도가 시대의 역경을 딛고 꿈과 행복을 찾아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온전히 담겨있어 기대감을 준다.
또한, 보는 이마저 기분 좋아지게 속 시원히 웃어젖히는 희도의 모습만으로도 꽉 찬 행복이 충전된다.
시대를 뛰어넘는 위로를 전하는 희도와 이진의 이야기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평점: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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