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른듯 닮은 두 신작 <스물다섯 스물하나>, <서른, 아홉>

티빙, 넷플릭스: <스물다섯 스물하나>
티빙, 넷플릭스: <서른, 아홉>

정수임 승인 2022.02.27 09:00 의견 0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서른, 아홉> 포스터(사진=공식 홈페이지).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하루의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아도, 몇 년의 세월은 무엇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릴 적엔 지금의 나이가 무척 어른 같아 보였는데, 그 나이가 되니 막상 그렇지도 않다는 걸 깨닫는다.

드라마 제목에 특정 나이가 들어가면, 제목만 보아도 대략적인 작품의 색깔이 읽힌다.

최근 티빙과 넷플릭스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서른, 아홉>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제 막 스물을 넘긴 20대 초반이 모두 활기차고 열정적이지만은 않듯, 40대를 목전에 둔 30대 후반이 다 성숙하고 인생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스물다섯과 스물하나, 그리고 서른아홉. 단어가 주는 특정한 분위기와 공기를 상상할 수 있다.

누군가는 과거를 추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현재로 즐길 것이며, 또 누군가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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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청춘의, 청춘에 의한, 청춘을 위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빼앗긴 꿈을 하나씩 찾아가는 나희도와 백이진(사진=티빙 캡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 로맨스다.

2020년 코로나 세대가 있다면, 그 이전엔 IMF 세대가 있다.

드라마는 희망찬 청춘이 IMF라는 시대적 위기를 맞으면서 겪는 갖가지 사건들을 그려낸다.

때는 1998년. IMF 사태가 터지고 학교에서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부를 없애기 시작했다.

IMF로 각종 예산과 지원이 줄어든 데다, 선중여고에는 태양고의 고유림(보나 분) 같은 유명한 선수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선중여고 펜싱부 소속의 2학년 나희도(김태리 분)는 하루아침에 꿈을 빼앗겼다.

"네 꿈을 뺏은 건 내가 아니야, 시대지" 코치의 말은 그를 낙심하게 만든다.

와중에 유명 앵커인 엄마는 이참에 펜싱을 그만두라 한다.

꿈을 포기할 수 없는 나희도는 펜싱부가 있는 태양고로 전학 가기 위해 '강제전학 작전'을 계획한다.

일부러 친구에게 시비를 걸고 단체 싸움에 끼어들며, 몰래 나이트도 간다.

이것이 자신의 노력을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를 뒤로한, 18살 나희도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대는 꿈뿐만 아니라 돈도 가족도 뺏을 수 있어"

백이진(남주혁 분)은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면서 한순간에 고학생으로 전락한다.

부모님의 위장 이혼과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그는 이제 단칸방에 세 들어 살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빚쟁이들의 원성 앞에 22살 백이진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어떤 순간에도 절대 행복하지 않겠다는 말만 되뇔 뿐이다.

반면, 희도는 이진의 조언 덕분에 엄마와 대화를 시도하고, 펜싱부 전학에 성공해 다시 꿈을 향해 내달릴 수 있게 된다.

백이진의 한 마디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희도에게 힘이 된다.

그리고 이진은 "나하고 있을 때만 몰래 행복하자"는 희도의 밝은 응원에 미소 짓는다.

자신의 열여덟을 떠올리게 하는 희도의 과감한 에너지는, 복학도 꿈도 포기하려는 이진을 다시금 기운 나게 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는 이 두 사람 외에도 어려운 환경을 딛고 금메달리스트가 된 고유림과 태양고 핵인싸 문지웅(최현욱 분), 전교 1등 지승완(이주명 분) 등 그 시절 청춘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자의 방식대로 꿈을 좇고 부딪히며 성장할 이들의 눈부신 날이 기대된다.

때로는 서툴고 때로는 어른스러운 서른아홉 세 친구들(사진=티빙 캡처).

JTBC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다.

서른아홉은 이제 어른스럽기도, 아직 서툴기도 한 나이다.

피부과 원장 차미조(손예진 분)와 연기 선생님 정찬영(전미도 분), 코스메틱 매니저 장주희(김지현 분)는 열여덟에 만나 서른아홉까지 함께한 이십 년 지기 친구 사이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고,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다.

물론 지나온 시간과 경험이 인생의 완성도와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18살 때나 지금이나 떡볶이를 즐겨 먹는다. 또, 셋이 모여 마사지, 등산(을 가장한 백숙, 막걸리 취식) 등 소소한 일상도 늘 함께한다.

때아닌 소동으로 나란히 경찰서 의자에 앉아있는 세 사람을 보고 김진석(이무생 분)은 이렇게 말한다.

"니들 내일모레 마흔 아니야? 누가 그랬을까, 마흔이 불혹이라고"

서른아홉의 이들은 여전히 새로운 인연에 설레하고, 때로는 지난 과거를 붙들고 있기도 하며,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미조는 셀프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1년간의 미국 골프 유학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보육원 봉사활동에서 만난 김선우(연우진 분)와 우연처럼 계속 엮이며 계획에 변경이 생길 조짐이다.

"적절하게 통하고 적당하게 낯설다"며 묘한 느낌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이르면서 천천하고, 조심스러우면서 솔직하다.

한편, 찬영은 과거 연인인 김진석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 후에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바람직한 관계가 아니란 걸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내가 먼저였고 불륜은 아니라고 부정한다.

아는 것을 인정하는 건 때로 힘이 든다. "나 담배 끊었어, 오빠도 끊을 거야"라는 선언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주희는 단골 노가리 집이 퓨전 중식당으로 바뀌어 아쉽지만, 아깝지 않은 기분이다.

사장이자 셰프인 박현준(이태환 분)의 "서비스 드릴게요, 꼭 오세요"라는 말에 퇴근이 늦다고 혼잣말을 한 주희는 이날 이후 저녁 8시까지인 영업시간이 밤 10시로 바뀐 것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난다.

이처럼 서른아홉 한 해는 세 사람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순간이자 변화의 시간이 될 것 같다.

이들이 헤쳐나갈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가 기다려진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서른, 아홉> 포스터(사진=공식 홈페이지).

얼마 전 우수가 지났다. 우수는 눈이 녹아 비가 되는 시기이니, 이제 겨울이 가고 이내 봄이 찾아올 것이다.

계절의 봄은 자연이 만들어주지만, 인생의 봄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누군가에겐 기다림이 될, 스물다섯과 스물하나, 서른아홉.

우리의 모든 순간이 곧 봄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서른, 아홉>은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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