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사내맞선'이 남긴 아쉬움

넷플릭스·티빙: '스물다섯 스물하나',
넷플릭스·웨이브: '사내맞선'

손여운 승인 2022.04.06 14:23 | 최종 수정 2022.04.27 12:59 의견 0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사내맞선'은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내용상의 아쉬움을 남겼다(사진=tvN, SBS). ⓒOTT뉴스


[OTT뉴스=손여운 OTT 평론가] 최근 드라마 화제성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두 드라마가 있다.

바로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사내맞선'이다.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3월 마지막주 '드라마 TV 화제성 TOP10'에서 두 작품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장르물의 비중이 높아진 요즘, 꿋꿋히 청춘 로맨스를 내세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두 드라마에는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이는 로맨스 서사 구축의 허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스물다섯 스물하나', '응답하라' 시리즈의 아류작인가?

넷플릭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두고 벌어진 시청자들의 설왕설래가 드디어 끝났다.

나희도(김태리 분)의 남편은 백이진(남주혁 분)이 아니었다.

2009년 나희도는 결혼을 한 뒤 샌프란시스코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고, 백이진은 UBS 뉴스 앵커로 발탁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희도 선수"

15회 말미, 앵커가 된 백이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메달을 딴 나희도와 인터뷰를 마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드라마 방영 직후 SNS를 뜨겁게 달궜다.

섬세한 시청자들은 나희도 딸 이름이 김민채인 점을 두고 희도와 이진의 사랑이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예측했다.

어떤 이들은 희도 방에 놓인 사진 소품을 증거로 들며 '새드앤딩 파'에 완강히 반박했다.

사진 속 자전거가 이진이 신문배달 할 때 타던 것이며 망원경은 이진의 어릴 적 꿈과 연관있기에 둘이 결혼했음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장거리 연애로 서로에게 소홀해진 이진과 희도가 먼 시간을 돌고 돌아 사랑의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일각에서는 이진이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는 극단적인 추측까지 나왔다.

희도와 이진의 로맨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드라마의 자체 최고 시청률 종영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나희도와 과거의 나희도 이야기를 오가며 '남편 찾기'라는 떡밥을 던진 작전이 결론적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시감과 화가 올라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tvN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남편 찾기라는 포맷을 맛봤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설정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상당 부분 닮아있다(사진=tvN). ⓒOTT뉴스

시즌 1(2012)에서는 성시원(정은지 분), 시즌 2(2013)에서는 성나정(고아라 분), 시즌 3(2015~2016)에서는 성덕선(이혜리 분)의 남편 찾기가 이뤄졌다.

특히 시즌3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으며 남편 후보였던 류준열과 박보검이 드라마 종영 이후 톱스타로 발돋움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1998년 IMF 시대상을 반영한 점 외에, '펜싱'이라는 스포츠 장르를 버무리는 차별화를 꾀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그저 '이진이 희도의 남편은 아니었다'는 사실만 전했을 뿐 이진 외에 희도의 남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았다.

이렇게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리 남편 후보가 1명뿐인 단조로운 구성에도 불구하고, 로맨스에 있어서 '백도커플'의 지지부진한 서사로 인해 시청자들을 너무 애닳게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서로에 대한 마음이 통하고 난 뒤에도 이진과 희도는 12회까지 제목인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아닌 '스물셋 열아홉'으로 등장했다.

성인과 미성년자 간 연애 설정은 각종 성범죄를 미화한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극 전개 내내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로맨스가 매듭지어져야 할 시점에 장거리 연애라는 장애물을 투척한 것도 고구마 먹은 듯한 답답함을 더한 요인이다.

더욱이 15회에서는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미국 '911 테러'를 장거리 연애 소재로 이용해 비판에 직면했다.

이 상황에 '이별엔딩'까지 더해졌으니 '시청자 우롱'이라는 반발이 나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 '사내맞선', 20년 전으로 타임머신 탄 스토리

재벌남과 평범녀의 사랑을 그린 '사내맞선'의 스토리는 20년 전 로맨스물을 떠올리게 한다(사진=SBS). ⓒOTT뉴스


시청자의 요구를 못 읽어 아쉬움을 선사한 최신작은 또 있다.

바로 '사내맞선'이다.

드라마 '사내맞선'의 스토리는 200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 등과 같은 드라마와 닮아있다.

당시 로맨스물 남녀 주인공은 대부분 신분차이나 부모의 반대로 연애의 위기를 맞았다.

직장 동료 몰래 사내 연애를 하거나 갑작스럽게 부모를 마주쳐 당황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긴장감을 형성하곤 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사내맞선'의 강태무(안효섭 분)와 신하리(김세정 분)도 '그런' 사랑을 한다.

'얼굴 천재 능력남' 강태무는 직원 신하리와 맞선에서 만나 아슬아슬한 사내 연애를 시작한다.

강태무는 연애한다는 티를 내고싶어 하지만 신하리는 "회사에서만큼은 조심하자"며 강태무를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강태무는 할아버지인 강다구 회장(이덕화 분)에게 신하리와의 연애를 숨긴다.

하지만 회식이 끝나고 비밀리에 함께 시간을 보내던 둘은 강 회장과 마주칠 위기에 처한다.

필자는 이런 식으로 긴장감을 형성하는 드라마가 요즘에도 나온다는 사실에 '뜨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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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맨스물은 갈등은 담백하게 그리고 마음을 확인하는 시점도 비교적 빠르다.

특히 사랑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덧입히는 작품들이 사랑받는 추세이다.

'그해 우리는'은 팬데믹의 쓰라린 세상에 숨겨진 감성을 찾았고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주인공들로 사랑에 관한 현실적인 고민을 풀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 단순히 진부하기만 한 드라마 '사내맞선'의 스토리는 배우들의 열연이나 독특한 연출과 비교해서 굉장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나 로맨스 서사의 허점이 도드라지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사내맞선'은 각각 지난 3일, 5일 종영했다.

두 작품의 뒤를 이을 로맨스물은 참신한 서사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길 기대한다.

◆ OTT지수(10점 만점)

'스물다섯 스물하나'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9.5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7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9

→평점: 8.6

* 평점 코멘트: 완벽한 작품에 얼룩 남긴 '고구마' 서사

'사내맞선'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4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3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6

→평점: 4.8

* 평점 코멘트: 강태무의 말투는 언제 자연스러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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