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안내견 '퀼'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

왓챠 : '퀼'

황세림 승인 2022.04.20 09:00 | 최종 수정 2022.04.20 13:46 의견 0
옆구라에 새모양 얼룩을 가진 퀼(사진=다음 영화).ⓒOTT뉴스

[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오늘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리뷰할 작품은 맹인 안내견 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퀼'이다.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새로운 시점으로 '장애인의 날'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퀼'은 단순히 시각장애가 어떤 질병인지 다루는 것을 넘어, 시각장애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가까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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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은 실제로 있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 맹인 안내견이다.

퀼의 생애를 엮은 그림책 '맹인안내견 퀼의 일생'은 아이들로부터 어른들까지 세대를 초월해 폭넓은 층의 지지를 받고 베스트셀러가 돼 약 70만 부 이상이 팔렸다.

또한 NHK에서 TV 드라마화 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이를 영화화한 것이다.

도쿄에서 다섯 마리의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가 태어난다.

퀼과 동배의 강아지들(사진=다음 영화).ⓒOTT뉴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한 마리가 있으니, 바로 옆구리에 신기한 얼룩이 있는 '조나단'이다.

다섯 마리의 주인 미토 렌(나토리 유우코 분)은 강아지들을 맹인안내견으로 키우고 싶어 훈련사 타와다 사토루(시이나 킷페이 분)에게 도움을 청하고 타와다는 딱 한 마리만 맡겠다고 답한다.

타와다의 충고로 렌은 늘 한 템포 느리고 태연한 성격인 조나단을 선택한다.

작은 것에 빨리 반응하고 감정표현이 풍부한 개는 맹인 안내견으로서 좋은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나단은 자원봉사로 강아지를 키워주는 퍼피워커, 니이 이사무(카가와 테루유키 분)와 미츠코(테라시마 시노부 분) 부부의 집으로 가게 된다.

퍼피워커는 1년간 예비 맹인 안내견과 지내며 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해 애정과 신뢰감을 갖게 만드는 역할이다.

그곳에서 조나단은 '새의 날개'라는 의미의 '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 '퀼'의 파트너, 와타나베의 성장

와타나베와 길을 걷는 퀼의 모습(사진=다음 영화).ⓒOTT뉴스


와타나베(코바야시 카오루 분)는 '강아지에게 끌려다니느니 집에서 자는 게 낫다'라며 안내견을 완강히 거부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타와다의 권유로 '퀼'과 동사무소를 다녀온 뒤로 마음이 변하며 '퀼'의 첫 파트너가 된다.

성격이 급하고, 고집 있는 와타나베는 평생을 고되게 일해온 가장이다.

시각 장애협회의 지부장으로 매일 출근하며, 동네의 크고 작은 행사까지 신경 쓴다.

할 일도 많고, 할 말도 많은 와타나베가 보이지 않는 길을 오래도록 걷는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와타나베가 혼자 걸어 다니던 동네를 '퀼'은 안전하고 침착하게 안내해준다.

처음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불평하던 와타나베는 어느새 '퀼'과 함께 하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신뢰한다.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처음'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시도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일 것이다.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에 애정을 가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걷는다는 것은 비장애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퀼'과 함께 나아지는 와타나베의 성장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 세 번의 이별, 맹인안내견의 성장

퍼피워커 부부에게 안겨있는 퀼(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맹인 안내견에도 혈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퀼의 경우 아빠가 안내견이었던 반면에 엄마는 일반 애완견이었기 때문에 훈련사 타와다는 몇 번의 제안에도 퀼을 맹인안내견으로 기를 것을 거절했었다.

타와다는 다섯 마리의 강아지 중 너무 감정적이지 않고, 소리에 즉시 반응하지 않으며 자신을 부른 이의 눈을 볼 줄 아는 강아지가 적격이라고 말한다.

퀼은 비록 혈통은 적합하지 않았지만, 성격이 맹인 안내견으로 딱이었다.

그렇게 선택된 '퀼'은 첫 번째 주인이었던 렌과 헤어지며 첫 번째 이별을 뒤로하고, 퍼피워커 부부의 집으로 향한 후 또 다시 1년 후에 두 번째 이별과 동시에 맹인 안내견 훈련소의 생활을 시작한다.

훈련의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안내견이 될 수 없는 훈련소에서 '퀼'은 음식의 유혹을 견딜 수 있는지, 큰 소리가 났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등의 테스트를 거친다.

이후 시각장애인과 4주간 합숙 훈련을 통해 파트너를 만나고 훈련소를 떠난다.

수많은 맹인안내견은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하며, 파트너를 향해 나아간다.

이토록 맹목적인 헌신으로 안내견들은 인간을 넘어서는 이타심으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거리에서, 식당에서, 버스에서, 인간을 위해 이별을 택한 그들의 삶에더 따뜻하고 관용적인 시선을 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일이다.

◆ 귀여움 한도 초과, 퀼

영화 '퀼'은 첫장면부터 이른바 '치트키'를 쓴다.

인절미 같은 강아지 다섯 마리가 꼬물거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무장해제 당할 만큼 귀엽다.

퀼이 훈련소로 들어가기 전까지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모습과 훈련받으며 점점 똑똑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퀼을 내가 키운 것처럼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2020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거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매니저가 고함을 치자 어린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겁먹은 모습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지며 씁쓸함을 불러 일으켰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영화 '퀼'과 함께 반성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귀여운 강아지들로 힐링하며 4월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 '퀼'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7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몰입도 등): 5
3. OST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2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4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4

→ 평점: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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