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국내 OTT에서 시청할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증인> 포스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OTT뉴스=윤정원 OTT 1기 리뷰어] 본 리뷰에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영화 자폐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증인>을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정우성)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등 화려한 수상이력을 자랑하는 영화 <증인>에서 보여주는 자폐증에 대한 묘사와 그로 인한 메시지는 옳은 것일까?
오늘 리뷰에서는 영화 <증인> 속 자폐 아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사회운동을 포기하고 대형 로펌에 들어간 변호사 순호 (정우성 분), 이런 순호에게 국선 변호의뢰가 들어온다.
집주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가정부 (염혜란 분)를 변호해달라는 것.
증거 하나 없는 이 사건에서 유일한 목격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지우 (김향기 분)이다.
하지만 지우는 조금 특별한 목격자였는데, 바로 자폐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펌 고위간부는 순호에게 이 사건을 무죄로 만들라며 B사 자동차 열쇠를 건내고, 순호는 지우와 만나러 학교로 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교감하게 되고, 순호의 설득 끝에 지우는 증인이 되어 법정으로 향한다. 과연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증인>의 서사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가정부의 살인 유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등장인물은 역할에 따라 차분히 움직인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순호는 재판에서 승리하려 하고, 지우의 어머니 (장영남 분)는 지우의 자폐증을 염려해 건강상 이유로 법적 증언에 반대한다.
보편적인 캐릭터 설정과 사건 속에서 <증인>은 하나의 변수를 던진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자폐아라면? 지우가 자폐아라는 이유로 증언의 신빙성은 확보될 수 없는 것일까?
관객은 은연 중에 자신만의 판단을 내리며 지우의 증언을 지지하기도, 때로는 의심하게 된다.
배우 김향기는 실감나는 연기로 자폐장애를 앓는 소녀 지우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사진 네이버 영화 <증인>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가정부 살인사건'도 아니고 '목격자'도 아닌, '증인'이다.
제목처럼 영화는 자폐증을 지닌 소녀 지우가 법정에 나서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로 인해 영화는 변호사 순호와 검사 희중 (이규형 분)의 법정극과 동시에 자폐증 소녀 지우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증인 출두 과정에서 지우를 둘러싼 주변인물의 행동과 반응 역시 흥미롭다.
사회운동을 했던 순호는 자폐에 무지한 모습을 보이며 지우의 어머니에게 "자폐만 아니었어도 좋았을텐데"라는 서툰 위로를 건낸다.
이는 자폐장애를 지닌 동생이 있는 희중이 지우와 능숙하게 소통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지우의 어머니 역시 순호의 위로에 "자폐가 아니면 지우가 아니다"고 말하며, 개개인의 생김새와 성격을 개성으로 여기는 것과 같이 자폐증 역시 딸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묘사는 사건과 동떨어진 곳에서 드러난다.
그 주인공은 지우의 친구 신혜 (김승윤 분)다.
신혜는 지우의 유일한 학교 친구로, 지우의 어머니 역시 신혜를 신뢰한다.
하지만 신혜는 지우에게 벌레가 담긴 물을 권하고, 폭력을 가한다.
나아가 그 원인이 '지우'에게 있다고 말하는데, 이를 통해 신혜의 학교폭력 가해자가 신혜에게 '장애인과 친구'라는 이유로 폭력을 가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선의의 마음을 지녔던 학생 봉사자들 역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기 위해 봉사를 그만두게 되고, 때로는 그 이유를 가해학생이 아닌 장애인에게 찾아 폭행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증인>에서 신혜의 폭행 장면을 목격한 순호는 신혜에게 '착한 줄 알았더니 나쁜 아이'라 말하는데, 이 발언은 약자를 보호하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면서도 그에 가려진 상대적 약자 신혜를 단순 악인으로 낙인시키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폭행을 중단시킨 순호의 행동은 옳은 것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신혜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 보기에는 어렵다.
증인은 이외에도 자폐아에 대한 미디어의 보편적 시각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자폐증은 주로 천재와 연관되는데, 이는 자폐가 아닌 서번트 증후군의 특징이다.
<증인>의 지우 역시 어느 정도의 서번트 증후군적 기질을 보이나, 이는 순호와 소통의 물꼬를 트는 트리거로만 작용할 뿐,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 살인 사건을 해결하진 않는다.
이는 감독의 성향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증인>을 연출한 이한 감독의 전작은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로, 각각 이주노동자와 자살 청소년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두 영화 모두 대단히 극적인 연출을 넣지 않았는데, 가령 <우아한 거짓말>의 경우 주인공의 자살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외려 주인공의 자살을 막는 가족들의 상상을 BGM만으로 연출해 호평을 받았다.
감독의 이러한 연출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독의 따스한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증인석에 참석해 발언을 하는 지우, 지우의 증언은 유효할까? 사진 네이버 영화
변호사가 꿈인 지우는 자폐증 때문에 자신이 변호사가 될 수는 없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말로 판결을, 사회를, 세상을 바꾸는 변호사와 증인. 자폐증에 걸린 지우의 한 마디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영화 <증인>을 추천한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은, 아니 우리는 "좋은 사람입니까?"
<증인>은 왓챠, 넷플릭스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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