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분의 따뜻한 행복, 디즈니플러스 '스파크쇼츠' 시리즈

이희영 승인 2021.12.09 09:22 | 최종 수정 2022.05.28 19:11 의견 0
왼쪽부터 순서대로 <펄>, <루프>, <아웃> 포스터. 사진 픽사

[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스파크쇼츠(SparkShorts)'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현재 총 10편이 발표됐다.

이 시리즈는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팀을 만들어, 약 6개월 동안 주어진 예산으로 10분 안팎의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지난 11월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에서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본 리뷰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스파크쇼츠 시리즈 애니메이션, <펄>ㆍ<루프>ㆍ<아웃>을 소개한다.

<펄>의 주인공 펄. 사진 픽사 유튜브 캡처

◆ 여성, <펄>

<펄>은 스파크쇼츠 시리즈가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으로, 2019년 2월 4일 공개됐다.

작품은 털실 '펄(purl)'이 회사에 입사하며 시작된다. 남성 사원들뿐인 이 회사에서 펄은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이후 남성처럼 외양을 바꾸고 작중 남성들이 으레 하는 농담을 따라 하며 펄은 회사에 점차 적응한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털실이 새로 입사한 것을 보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신입사원을 챙기게 된다.

'펄'은 여성을 비유한 캐릭터다.

작품은 털실과 뜨개질을 이용한 유머러스한 연출로 직장 내 성차별을 숨김없이 다루고 비판한다.

<펄>은 진정으로 '좋은' 공동체의 분위기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구성원들의 정체성이 기울어지지 않고 최대한 다양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러한 다양성이 모두 온전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루프>의 주인공 르네. 사진 픽사 유튜브 캡처

◆ 자폐인, <루프>

2020년 1월 10일 공개된 <루프>의 주인공은 소년 '마커스'와 자폐인 소녀 '르네'다.

카누에 함께 탄 그들은 강가를 한 바퀴(loop) 돌고 오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다른 그들은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소통의 어려움에 부딪힌다.

자신이 의도한 바를 상대방이 이해하게끔 표현하기도, 상대방의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해줘도 그것이 어긋날 때도 많았다.

서로에 맞춰 의사를 표현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며 그들은 다시 카누에 올라탄다.

<루프>는 자폐 범주성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지닌 주인공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작품은 르네의 모습을 통해 그도 마커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사회에 나가 타인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한 구성원임을 전달한다.

<아웃>의 주인공 그레그와 그의 연인 마누엘의 사진. 사진 픽사 유튜브 캡처

◆ 동성애자, <아웃>

2020년 5월 22일 공개된 <아웃>은 픽사가 최초로 성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주인공 '그레그'는 연인 '마누엘'과의 이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님께는 그와의 관계를 밝히지 않는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을 때의 부모님이 보일 반응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그들이 아들의 이사를 도와주려 집을 깜짝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아웃>은 이러한 상황에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살려, 그레그와 그가 기르는 반려견 짐의 영혼이 바뀐 코믹한 설정을 가미했다.

마누엘과 찍은 사진을 숨기려 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이 밝혀질까 두려워하는 태도에서는 성 소수자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를 떠올리게끔 한다.

그레그의 어머니가 하는 대사는 곧 픽사가 모든 성 소수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픽사는 꾸준히 작품 속에 소수자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온 가족이 감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양한 '스파크쇼츠'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현재 공개됐고, 또 거듭 제작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인 할머니와 손자가 등장하고 한인 2세 에드윈 장(장우영)이 감독을 맡은 <윈드>, 공중을 떠다닐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아들과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플로트> 등이 있다.

이번 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진다면, 디즈니플러스에 접속해 이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감상해 보자.

마음이 따뜻해지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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