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이용자 수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12일 첫 론칭 이후 일간 사용자 수가 30% 이상 줄어들었다. 이토록 급격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26일 발표한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자료에서 디즈니플러스 일간 사용자 수가 열흘 만에 3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플러스는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첫날부터 미흡한 서비스 등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특히 작품 감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자막'의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줄을 이었다.
또한 서투른 한국어로 '외국인'을 고용한 것이냐는 고객센터 상담원에 대한 평가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자막이 왜 이래? 번역도 엉망, 싱크(간격) 엉망
디즈니플러스 서비스에 대한 여러 불만사항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코 '자막'이다.
원 뜻과는 맞지 않는 오역 자막들이 난무하는데 걔중에는 기초적인 내용조차 잘못 번역된 자막과 단어 그대로 직역하는 바람에 구글 번역기만도 못한 자막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오죽하면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디즈니플러스 자막 레전드'라는 제목으로 밈(meme: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이미지 등)화 돼 누리꾼들의 웃음을 샀다.
대표적인 오역으로는 '엑스파일 시즌 4의 11화'의 자막이다. 26분 18초 구간에서 "Gabrielle, I can't wait(가브리엘, 기다릴 수 없어)"라는 영자막을 "가브리엘, 기다릴게"로 번역했다.
이는 서비스 론칭 극 초반에 지적된 오역이지만 1일 오후 1시 기준 여전히 수정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동일한 작품 시즌 2의 1화에서는 20분 19초 구간에서 말장난을 이용한 "Trustno1(Turst no one)" 아무도 믿지 마라를 "신뢰 제일"로 번역하기도 했다.
겨울왕국 후속편 중 하나인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쳐'에서 3분 27초 구간의 "Your welcome to join us in the castle if you'd like(원하신다면 저희랑 성에 함께 가지 않으실래요?)"가 "가랑이를 함께해요"라고 오역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수정됐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러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서도 자막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오역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지만 시즌1 1회 49분 18초 구간에서 "Jesus H. Christ. You almost gave me a heart attack(하느님 세상에, 너 때문에 심장마비 올 뻔했다)"가 "이런 띠기럴! 간 떨어질 뻔했잖아"로 번역됐다.
띠기럴은 tvN에서 지난 2015년 방영했던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유행어로 밀었던 표현이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은 "혹시 제기랄의 사투리쯤 되는 표현인가?", "영어 표현 중 저런 것이 있느냐"라며 의아해했다.
최근에 서비스를 개시한 호크아이 드라마도 오역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었다. 2편 5분 34초 구간의 "can you sign my bow?(제 활에 사인해 주실래요?)"가 "제 화살에 사인해 주실래요?"라고 오역된 것이 시청자에 의해 알려졌다.
또한 8분 40초 구간의 "We're going to your safe house?(당신의 은신처로 가는 거죠?)"가 "당신의 안전한 집으로 가는 거죠?"로 번역됐다. safe house(세이프 하우스)를 그대로 직역해 안전한 집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외에도 여전히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인 작품 내에서는 꾸준히 오역 문제가 발생 중이다. 더러는 자막 간격이 영상과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예전 작품이야 그렇다 쳐도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새로운 작품들에서마저 자막 문제가 발생하면 뭘 믿고 서비스를 구매하라는 거지?", "자막에서 오역을 찾아내는 게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매직한 하루 되시길" 전혀 매직하지 않은 고객센터
디즈니플러스의 고객센터 이용 후기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화제가 됐었다.
첫 인사부터 "안녕하게요"로 시작해 "계정에 관헤서", "1이분 만기다리세요", "그런데요?", "저기요", "매직한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등 한국어를 엉망진창으로 구사하는 바람에 계정 사용 기간 문의에만 1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해당 글은 "역대급 디즈니플러스 상담원"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게시됐으며 서투른 한국어 실력과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 질낮은 상담으로 곤욕을 치른 디즈니플러스 측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외에도 고객센터를 이용한 이들이 남긴 후기에는 "말을 좀 많이 더듬거리시고", "혼자 말하다가 헛웃음을 치고" 등 사회 초년생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즈니플러스 고객센터는 현재 한국 내에서 운영 중이며 코로나로 인해 상담원들이 자택근무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친절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즈니플러스 PC 서비스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 등에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이용자 A씨는 "배속 재생이 되지 않는 점이 불편하고 또, 시청하다 만 작품을 이어볼 때도 정확한 지점에서 재생되지 않고 앞 부분부터 재생되는 경우가 많아서 좀 더 기능이 섬세해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타 OTT 플랫폼과 같이 현재 재생 중인 영상에서 다음 편이나 다음 시즌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재생 중인 화면에서 다른 화수, 시즌으로 넘어갈 수 있으나 디즈니플러스에서는 해당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오프닝 생략하기 기능 또한 없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의 경우 편 수는 다를지언정 오프닝은 똑같거나 흡사해 설정에서 '오프닝 넘기기'를 기능을 지원하는 OTT 플랫폼이 다수 있는데 디즈니플러스에선 영상 내에서도, 홈페이지 설정 기능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없다.
매번 같은 오프닝을 보거나 일일이 생략 버튼을 눌러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살펴보면 영상을 무조건 '전체 화면'으로만 재생할 수 있다. 게다가 '가로 화면' 재생만 가능하다. 태블릿 PC나 화면이 큰 스마트폰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재생'만 할 수 있는 기기로 전락하는 셈이다.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하는 신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점도 시청자들에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는 신작에 대한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는 카테고리가 있으며 공개 기간 별로 분류해 언제 스트리밍 가능한지 확인 가능하다.
여러모로 크고 작은 아쉬움들로 인해 빠르게 일일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디즈니플러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이 정도라면 다른 OTT 플랫폼들이 크게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굴욕적인 평을 남기고 있다.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조금 더 나은 서비스로 뿔난 시청자들을 달래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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