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윤하성 OTT 2기 리뷰어]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나의 반려견.
먼저 세상을 떠나도 천국의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굳게 믿을 정도로 견고했던 우리의 관계.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온전한 사랑을 가득 담아 나를 핥아 주던, 언제나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줬던 나의 반려견은 나와 함께여서 과연 행복했을까.
왓챠에서 볼 수 있는 <환상의 마로나>는 '마로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렇다"고 확신을 담은 답을 내놓는다.
[관련 기사]
● [세계 강아지의 날 특집] 감동실화! 넷플릭스 '구조견 루비'
● [세계 강아지의 날 특집] '캡틴 스터비'와 '돌아온 벤지'
"영 점이 영 점이 되는 순간."
어느 한 강아지가 차에 치여 죽을 때, 그 강아지의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된다.
'아홉'으로 태어나 '마로나'가 되기까지.
하트 모양의 코를 가진 강아지는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사람들은 마로나에게 각각의 의미이자 행복이 됐다.
마로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행복이 충만한 마로나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우주를 유영하는 기쁨을 느꼈다. 단지 이름을 불러주던 그들의 마음이 변했을 뿐.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의 냄새가 난다"는 마로나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예민한 후각만큼 마음의 변화를 잘 알아채는 마로나는 오로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자처해서 그들을 떠난다.
떠나는 길에서마저 그들의 행복을 빌어 준다.
어두운 밤거리를 떠돌고, 어둠과 고독에 짓눌리는 듯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마로나는 연신 자신을 달랜다.
자신을 반겨줄 인간은 돌아올 것이라고 연신 되뇌면서 말이다.
마로나를 스쳐 간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자신을 다치게 한 사람, 쉽게 질려 한 사람도 만났다.
하지만 마로나는 과거의 슬픔에 잠겨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행복한 순간을 특별히 기억하며 "이런 순간을 위해서라면 개의 삶도 가치가 있다"며 그 순간을 품에 안는다.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미련을 갖고, 과거에 매여있거나 미래의 불확실함을 불안으로 삼키며 정작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반면 마로나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마로나에게 행복은 '자는 동안 지켜줄 인간을 갖는 것'이자 목을 축일 수 있는 우유 한 모금과 편히 누울 수 있는 보금자리다.
그 정도면 마로나는 충분한 행복을 느낀다.
영화는 마로나의 시점에서 우리의 반려견을 대변해, 마로나의 모습을 한 우리의 반려견이 '그저 너와 함께여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것 같다.
2019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 부분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환상의 마로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질 수 있는 특징을 고루 살렸다.
틀에 박혀 있지 않고 현대 미술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자유로운 작화가 러닝 타임 내내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곡예사 마눌과 아나(마로나의 이름)가 서로 교감하는 순간과 서로의 눈에 서로가 채워지는 모습은 영화의 명장면이다.
이외에도 곡예를 하는 마눌의 모습은 흘러내리는 듯한 곡선으로, 건설업에 종사하는 아스트반의 근무 환경은 경직된 직선으로 그려내 명확한 대비를 이루는 점이 신선하고 감각적이었다.
고단했지만 찬란했던, 마지막까지 자신의 주인을 따르려 했던 마로나의 이야기는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애틋함을 배로 전할 것이다.
반려견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환상의 마로나'는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10점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7점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7점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10점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8점
→평점: 8.4
* 평점 코멘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작화. 현대 미술을 양껏 품은 듯하다. 인간과 반려견의 관계성을 유려하게 그려낸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