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순간, 결론은 두 가지다. 멀어지거나 혹은 가까워지거나.
비밀을 공개하면 마음 한쪽의 짐을 내려놓은 듯 후련할 수 있지만, 때론 그 무엇보다 찝찝함을 남기기도 한다.
심지어 그것이 원치 않게 알려진 상황이라면 후련하지조차 않을 것이다. 사실 그런 상황은 별로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비밀을 갖고 있다.
훈훈한 외모에 친화력 있는 성격의 지후(이준영 분)는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지후는 그동안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에 기대어 고민을 공유했는데, 잘못 전달된 택배로 우연히 직장 동료 지우(서현 분)가 자신이 꽁꽁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되자 걱정이 가득하다.
전 여자친구인 하나(김보라 분)에게 솔직히 말했다 차인 이력이 있기 때문에 그 걱정의 크기는 더욱 크다.
일 처리가 똑 부러지고 도도한 이미지의 지우는 비밀이 공개된 이후 자신을 불편해하는 지후에게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위안을 준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지후와 색다른 파트너가 돼보기로 한다.
이제 지우에게도 특별한 비밀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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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지우는 본심을 숨기는 성격이 아니다.
지후에게 향하는 관심 역시 숨기지 않았다.
같은 팀 과장에게는 지후에게 관심이 생긴다고 솔직히 말했고, 엄마와 혜미에게는 지후가 잘생기고 귀엽다며 속마음을 하나씩 툭툭 던져놓았다.
옳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상사에게도 서슴없이 직구를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후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절대 숨겨야 한다.
펫 카페를 운영하는 혜미(이엘 분) 역시 남다른 취향의 자유연애주의자다. 카페 직원인 우혁(이석형 분)은 그런 혜미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다.
이를 눈치챈 지우가 "말을 해야 혜미 언니도 알죠"라며 조언하지만, 우혁은 이렇게 답한다.
"하여튼, 아직은 비밀이에요"
아직은 비밀인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게임은 회사 안에서도 계속된다.
지후는 지우가 같은 팀 신입 남직원에게 업무를 알려주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곁눈질한다.
지우와 신입 직원의 사이는 일을 지시하고 이를 따르는 선후배 관계일 뿐이지만, 지후는 마치 자신의 자리를 뺏긴 것 같은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그리고 지우는 지후가 전 여자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괜히 신경 쓰인다.
많은 일상을 공유하는 연인도 늘 같은 방향만 바라볼 수는 없는 법인데, 계약 관계인 남자와 여자의 사이는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지배와 복종의 역할만을 원하는 남자와 점점 새로운 마음이 싹 트는 여자의 사이는 조금씩 틈이 생긴다.
수목원 데이트를 기점으로 결국 둘의 관계는 변곡점을 맞는다.
서로의 손목을 묶은 채 데이트를 하던 지우는 지후에게 연애를 제안하지만, 돌아온 답은 거절이다.
"싫어요, 지우씨. 연애는 안 해요. 죄송해요."
지우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밝힌 고백을 통해서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한다.
지우는 불 꺼진 방안에서 홀로 손목의 상처를 보며 고백의 순간을 곱씹는다. 상처는 손목이 아니라 마음을 후벼파는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후가 자신의 마음도 지우와 같음을 깨닫고 밝히는 결정적 계기는 오히려 모든 비밀이 사라졌을 때다.
회사 전체에 둘의 관계가 알려졌을 때 두 사람은 곤란을 겪지만, 지후는 한층 당당하고 대담해진다.
영화 초반, 지후는 늘 눈치를 보고 남의 반응을 신경 쓴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모든 사실이 알려졌을 때의 지후는 그 모습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왜 이것이 면책 사유가 돼야 하는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모습이 그 변화를 증명한다.
물론 이를 문제 삼는 인사팀 직원들도, 황팀장(서현우 분)도, 신입사원 이한(안승균 분)도 모두 크고 작은 은밀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사내 뜨거운 감자로 타오르다가도, 이처럼 또 다른 이들의 비밀이 폭로되면 미지근한 가십으로 시든다.
영화는 BDSM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청불 등급에 걸맞은 선정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비밀로 시작해 비밀로 끝나는 흥미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면면을 느슨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타인의 비밀을 못 본 척하거나 남몰래 속삭인다. 비밀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취향존중 상명하복 로맨스 <모럴센스>는 오직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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