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OTT 시점] 세 기자의 콘텐츠 파헤치기, <모럴센스>

기승전결의 흐름을 따라가며 살피는 작품 이모저모

황지예 승인 2022.03.04 11:13 | 최종 수정 2022.03.18 10:23 의견 0
정지우(서현 분)와 정지후(이준영 분). 사진 넷플릭스


■ 전지적 OTT 시점이란?

OTT뉴스의 기자 셋이 OTT 전문지 기자 시점으로 신작을 두고 솔직한 의견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 코너입니다. 이번 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를 보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 기자 소개

편슬기 기자: 재밌는 것만 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문화 편식주의자를 지향합니다. (이하 '편')

황지예 기자: 쉽게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지만, 한 번 누르면 사골을 우림. (이하 '황')

정해인 기자: 아직 취향을 쌓는 중인 새내기 기자. (이하 '정')

■ 정지후 첫 등장, 백마 탄 왕자님?

정지후의 첫 등장장면(사진=넷플릭스).


황: 영화 시작 장면부터 얘기해보자면, 저는 남자주인공의 첫 등장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곤란에 처한 지우를 도와주며 '젠더 감수성' 얘기를 하죠. 남자주인공의 'PC(정치적 올바름)함'을 강조하려는 대목 같은데, 전 이 장면이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이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을 구해주는 클리셰적인 장면으로 보여서 싫더라구요.

정: 저도 동의해요. 남자주인공의 젠더감수성을 억지로 강조하려는 티가 너무 나서 좀 웃겼어요.

황: 아무래도 BDSM이라는 소재가 위험한데, 심지어 남자주인공이 부하직원이나 동료도 아닌 상사니까 더더욱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무해'해 보이려고 남자주인공을 그렇게 설정한 것 같아요.

편: 맞아요. 쿠션을 깐 거죠.

정: 그래서 남자주인공을 순해보이는 인상을 가진 배우로 캐스팅으로 하고, 최대한 순하게 보이게 하려고 노력한 티가 너무 났어요. 그리고 극 중 배경을 어린이 프로그램 회사로 설정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도, 작품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설정한 장치인 것 같아요.

황: 또 어린이 프로그램과의 대비를 통해 BDSM이 가진 성인용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 것 같기도 하구요.

■ 남의 택배를 왜 받아? vs 그런 택배를 왜 시켜!

지우가 지후의 택배를 열어보면서 사건이 시작된다(사진=넷플릭스).

편: 사실 작품의 '기'에 해당하는 제일 중요한 장면은 지후 앞으로 배달된 개 목걸이를 지우가 열어보는 장면이죠. 전 이 장면에서 "대체 남의 택배를 왜 열어봐?"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물론 극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겠지만, 자기 택배가 맞는지 확인해볼 법도 하잖아요.

정: 저는 이름이 비슷한 지후가 부서 이동을 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지우가 택배를 열어보는 건 이해가 됐어요. 제일 이해가 안 된 건, 지후가 그렇게 본인 성적 취향이 알려지는 걸 걱정하면서도 SM플레이에 쓸 물건을 회사로 주문한 거예요.

황: 맞아요. 보통 그런 건 집으로 은밀하게 배달하지 않나요? 지후가 성적 취향이 알려지는 걸 극도로 걱정하면서도 때론 너무 허술한 모습을 극 내내 자주 보여서 너무 모순적이었어요.

정: 맞아요! 대뜸 서현이 '성향'이라는 단어를 꺼냈다고 개처럼 대해달라며 모든 것을 오픈하는 걸 보면서 정말 취향이 밝혀지는 게 두려운 게 맞나? 싶었어요.

편: 맞아요. "제 주인님이 돼주실래요?"라고 할 때, 사실 별로 취해보이지도 않았어요(웃음).

■ 서현의 캐스팅

서현이 정지우 역으로 분했다(사진=넷플릭스).


편: 개인적으로는 서현 연기가 아쉬웠어요. 강압적으로 명령하거나 채찍을 내리칠 때 너무 어설프더라구요. 서현이 평소 소녀시대 막내로 착한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이걸 깨려고 이 작품에 도전한 건 알겠어요. 그런데 투명도 70% 정도로 지우 뒤에 서현이 보이는 느낌이었어요.

황: 저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캐스팅이 잘됐다고 봤어요. 사실 지우는 그런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냥 지후가 좋으니까 이게 맞나 하면서 얼레벌레 시작한 건데 그런 혼란스러움을 연기하기에 서현이 가진 이미지가 딱 좋았다고 봐요.

정: 저는 고유한 서현의 캐릭터가 묻어나는 게 좋으면서도 안 좋았어요. 절대 그런 걸 안 할 것 같은 사람도 그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면 캐스팅이 성공적이고, 진짜 능숙한 BDSM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면 어설펐거든요.

황: 저는 지우 캐릭터에도 할 말이 많아요. 지우는 여자인데 사근사근하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원칙주의자라서 팀장이 미워하고 어떻게 보면 가스라이팅 당한 여성이잖아요. 사실 지우는 너무 좋은 사람인데, 가스라이팅 당한 착한 사람이 지후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계속 지후가 원하는 대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 맞아요.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당한 거죠. 캐릭터가 짠했어요. 앞서 말했듯이 남자 주인공을 무해한 존재로 만들어서 그 남자 주인공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게 하는 거죠.

■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개처럼 목줄을 차고 짖는 지후(사진=넷플릭스).


황: 이 영화에서 실소를 금치 못할 장면이 하나 있죠. 바로 SM플레이 도중 지후가 개처럼 짖는 장면이에요. 저는 보는 내내... "이게 아닐텐데..."만 연발했어요.

정: 영화 소재가 민감하다보니까 일부러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서 분위기를 유하게 만든 것 같아요. 웹툰 원작이니까 만화적인 요소를 넣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편: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이 한 마디를 위해 이 장면을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진짜 개를 보여주는 게 거부감이 들었어요. 아무리 개처럼 복종하는 게 남주인공 성적 취향이라지만, 그걸 진짜 개에 대입해야 할 필요가 있나? 개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분 나쁘더라구요.

■ 네? 지금 회사에서요?

정: 그리고 BDSM이라는 소재를 내걸었지만, 막상 정말 성인 영화 같은 재미를 줬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예요.

황: 맞아요. 관객들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것들을 기대했겠지만, 사실 진지하게 성인 영화 같은 장면은 별로 없었죠. 회사에서 플레이 장면은 다들 어떠셨나요?

편: 선 넘었죠. 사람들이 때와 장소를 구분을 못해요. 회사 안 다녀본 사람이 쓴 것 같아요.

황: 저는 로맨스 물은 좋아하지만, 오피스 로맨스 물은 정말 싫어해요. 신성한 회사에 로맨스를 갖다대는 것도 싫은데, SM플레이요? 정신 좀 차려!

■ 2% 부족한 로맨스

황: 너무 혹평만 한 것 같은데, 사실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었어요. 중간에 드라이브하면서 지후가 지우한테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자기가 왜 짓밟히고 망가뜨려지는 걸 좋아하는지 말하면서요. BDSM 취향이 타고난 게 아니라 본인의 성격에서 유발됐음을 알리고 있어서 좋았고, 이 장면 때문에 지후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였어요.

정: 저는 지후가 지우에게 "지우씨가 빤히 쳐다보는 건, 똑바로 보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지우의 장점을 지후가 알아보는 거라서요. 이렇게 차라리 로맨스적인 부분을 잘 살렸으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됐을 것 같아요.

■ 기만적인 사이다 서사

위험에 처한 혜미(이엘 분)를 도우러 간 지우와 지후(사진=넷플릭스).


편: 이 작품의 '전'에 해당하는 부분은 지우가 데이트 도중 지후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거절당하는 부분까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지우와 지후가 수갑을 차고 데이트 하는 장면과 혜미의 SM 성향이 밝혀지는 부분이 눈에 띄어요.

정: 저는 혜미의 SM 성향이 밝혀지는 부분이 이상했어요. <모럴센스>가 그나마 여자를 주인의 위치에 놓고 남자를 복종하는 위치에 둬서 관계를 전복시킨 것에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근데 이렇게 여자를 복종의 위치에 두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문제를 반복하는 건데 왜 혜미를 '섭(BDSM 관계 중 복종하는 역할)'으로 설정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황: 저는 이 장면에서 정말로 화가 났어요. 이 작품이 가장 최악인 장면이었어요. 영화에서야 혜미가 강간범 손발을 묶어서 '사이다' 결말을 보여주지만 그건 영화잖아요. 실제로는 이렇게 BDSM 관계를 맺다가 성폭행을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여자들이 정말 많잖아요. 이런 장면을 넣었다는 건 제작진도 BDSM이 여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건데,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이렇게 쉽게 넘어가려고 한 게 너무 화나더라구요. 정말 기만적이에요.

편: 우리 주위에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다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 지후의 전 여자친구, 정말 악인일까?

편: 지후의 전 여자친구인 하나를 굉장히 나쁘게 묘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돼요. 하나를 아무 때나 찾아오고 물건 부수는 히스테릭한 사람으로 묘사하잖아요.

정: 맞아요. 계속 전 여자친구를 악인처럼 묘사하고 이 남자를 피해자처럼 그리는데, 이 여자친구가 사실 더 피해자 아닌가요. 왜 이 남자의 성적 취향을 모두가 인정해줘야 하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는 거죠?

황: 이 여자친구가 이 중 제일 정상인이에요. 과거 회상 장면에서 지후에게 "어릴 때 무슨 일 있었냐,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게 나쁜 건가요? 때리고 맞으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게 정상은 아닐텐데, 그럼 이 사람을 진정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거잖아요. 저는 아동을 보고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이 취향으로 여겨지지 않고 성도착증으로 여겨지듯이, 사람을 때리는 것도 금지돼있는 행위인데 거기에서 흥분을 느끼는 게 정상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정: 차라리 하나를 등장시키지 말든지, 아니면 하나한테도 서사를 줬어야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만 묘사하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하나도 지후와 헤어지고 다른 사랑을 시작하기 어려워서 고통받고 있는 걸요.

■ 급발진과 공감성 수치

징계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지후(사진=넷플릭스).


황: 결에서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징계위원회 장면이에요.

편: 아! 정말 최악이었어요. 정지후는 회사에서 SM플레이를 했을 때랑 마찬가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더라구요.

정: 정지후의 급발진을 보면서 공감성 수치를 느꼈어요. 제가 서현이었다면 입 좀 닥치라고 했을지도 몰라요.

황: 그 장면도 앞서 말한 '백마 탄 왕자님' 장면이랑 비슷했어요. 둘 관계가 밝혀지고 난 후, 지우 혼자 성희롱성 문자를 받는 등 온갖 수모를 다 당하잖아요. 회사 직원들도 '그 여자 직원 회사 계속 다닐 수 있겠냐'면서 숙덕거리구요. 하지만 지우는 징계위원회처럼 위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윗 상사들한테 그 발언 책임질 수 있겠냐면서 참지만은 않죠. 근데 그런 지우의 말을 딱 끊고 정지후 혼자 무슨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지우에 대한 사랑 고백을 하는데, 정말 지우에 대한 존중이 없다 싶더라구요.

편: 저는 이 작품이, 실제로 남들과 달라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 저도 동의해요. 길거리만 걸어가도 이상한 성인 업소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 한국인데, 정말 대리급 남자직원이 좀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큰 핍박을 받을까요? 근데 마치 정지후를 성소수자처럼 그리는 건 실제 성수자인 사람들한테 실례잖아요. 정지후는 그냥 성적 취향이 좀 특이한 사람일 뿐이죠. 그것 때문에 무슨 제도적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라요.

■ 역효과 유발하는 엔딩

정: 마지막에 이한이라는 정지우 직속 후배가 둘 사이를 아웃팅 시킨 게 이해가 안 갔어요. 결말 부분엔 자신도 BDSM 카페에서 활동을 하던 걸요.

편: 이 장면은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회사 내에서 동의 없이 녹음하고 그 녹음 파일들을 공개한다? 이거 현실에서는 완전 고소 먹을 일이죠.

정: 두 사람의 일을 막기 위해 또 다른 것들을 터뜨리는데 그게 불륜, 성접대 등 실제로 문제가 될 법한 일들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정지후의 성적 취향이 불륜, 성접대와 동급으로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서 더 역효과를 유발하는 장면이었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특이한 성적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끝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황: 그 후배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어디 회사 선배한테 섹시하네 마네... 그렇게 젠더 감수성이 뛰어난 정지후는 그때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 총평

자 그럼 이렇게 함께 영화를 감상해봤는데요. 이제 총평을 해볼까요?

편: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데 필요한 고뇌가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화두를 던져놓기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황: 병원을 가야할 문제를 가벼운 로맨스코미디처럼 만든 무책임한 영화. 기만 그 자체.

정: BDSM 장르로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영화 치고는 평타지만 굳이 시간 내서 볼 필요 없다. 굳이 보고 싶으면 초반 20분만 보기를.

■ OTT지수 (10점 만점)

편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5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3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6

→ 평점: 5.2

황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6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2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3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6

→ 평점: 4.8

정 기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6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5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7

→ 평점: 6.4

■ OTT뉴스 기자들의 추천 지수는?

OTT뉴스 기자들의 추천 지수는 모두 '비추천'을 기록했다.(사진=OTT뉴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럴센스>

할말은 하고 사는 홍보팀 사원 정지우(서현)와 잘생긴 외모로 부서 이동 후 모든 직원의 관심을 받고 있는 대리 정지후(이준영). 어느 날 잘못 배송된 택배로 지우는 지후의 성적 취향을 알게 된다. 이름만 같을 뿐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우당탕탕 로맨스!

▷ 감독: 박현진
▷ 각본: 박현진·이다혜
▷ 출연: 서현·이준영·이엘·김보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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