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과하게 조신한 '성인영화', 넷플릭스 <모럴센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럴 센스>

전여진 승인 2022.02.25 12:05 | 최종 수정 2022.03.04 14:27 의견 0
<모럴 센스> 포스터(사진=넷플릭스)


[OTT뉴스=전여진 OTT 평론가]

◆ 조신한 성인영화, 넷플릭스 <모럴 센스>

넷플릭스가 BDSM(지배와 복종, 롤 플레잉, 감금 등 다양한 성적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를 공개했다.

동일한 소재로 제작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재밌게 봤던 터라 <모럴 센스>가 공개되자마자 방문을 잠그고 불 끄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영화를 감상했으나 여러모로 아쉽고 찝찝한 감정만이 남았다.

영화를 보며 느낀 감정들에 대해 <모럴 센스> 후기를 적어보겠다.

[관련 기사]

[리뷰] 당신의 취향은 안녕하신가요? 넷플릭스 <모럴센스>

[전지적 OTT 시점] 세 기자의 콘텐츠 파헤치기 <모럴센스>

◆ 신성한 회사에서 미쳤습니까, 휴먼?

지우(서현 분)와 지후(이준영 분)는 모텔뿐만 아니라 식당, 회사, 길거리, 카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SM 플레이를 즐긴다.

사랑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담대함에 깜짝 놀랐다.

다 큰 성인 남녀에게 "회사에서 벨트를 풀고 채찍질을 해서는 안 돼요"라고 말해줘야 하는 걸까?

지우는 지후의 요구에 사무실 책상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기까지 한다.

큰 소리에 놀란 경비가 후레쉬를 들고 쫓아 와서야 이들은 SM플레이를 멈춘다.

어쩜 이렇게까지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걸까?

설마 <모럴 센스> 세계관에는 CCTV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뿌린 대로 거둔다고, SM플레이하며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이 직원들 사이에서 유출되고 둘은 징계를 받는다.

<모럴 센스> 속 지우와 지후의 모습 (사진=넷플릭스).


◆ 로맨스? 성인물? 너의 정체는!

<모럴 센스> 영화 소개란에는 로맨스물이라고 적혀 있지만, 로맨스 영화 특유의 설렘은 느낄 수 없다.

두 남녀가 사랑하면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지우와 지후는 SM 플레이만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우는 SM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다.

SM과는 거리가 먼 일반인인 지우가 SM을 시작한 이유는 순전히 지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우는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 관심 있는 남자에게 잘 다가가지 못한다.

하지만 고지식한 그녀에게도 지후와 친해질 계기가 찾아오고, 그녀는 그와 가까와지기 위해 그의 주인이 되겠다 자처하며 둘의 SM 관계가 시작된다.

하지만 지우는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고통을 줘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지우는 '연애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지후는 이를 거절한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지우는 "못 하겠다"며 SM 플레이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한쪽이 다른 한쪽의 이상형이 되기 위해 가면을 쓴 채 연기를 하는데, 이 관계에서 설렘이 느껴지는가?

나는 어떠한 설렘도 느낄 수 없었으며 둘의 관계를 응원하고 싶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봐주지 않아 속상하다'는 지후의 말이 이기적으로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럴 센스>는 성인물이라 하기에도 애매하다.

BDSM 소재를 다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비교하면 <모럴 센스>는 '썸남'과 함께 봐도 아무런 사건도 생기지 않을 정도로 건전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를 받았음에도 왜 이리 조신하게 연출했는지 모르겠다.

온갖 폼은 다 잡고 진행은 하지 않을 거라면 계약서에 '5번 조항'을 왜 넣었는지도 의문이다.

수위 높은 성인 영화를 원한다면 컴퓨터 앞에 가서 심즈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

SM플레이를 즐기는 지우와 지후(사진=넷플릭스).


◆ 깊이 없는 수박 겉핥기식 영화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BDSM의 올바른 문화를 설파하며 SM 플레이는 서로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망친 음식에 파슬리 뿌린다고 음식이 맛있어지는 건 아니듯이, 영화의 장르적 특색도 잃어버리고, 소재의 장점도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만 무성하니 역으로 거부감이 든다.

특히 지우가 원치 않는 SM 플레이를 진행하며 느꼈을 내적 갈등, 거부감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아 안타까웠다.

생소한 BDSM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인공을 일반인으로 설정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반인과 BDSM을 즐기는 '성향자'는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지우가 지후를 좋아하는 지독한 '얼빠'라 자신의 성향을 포기하면서까지 맞춰주는 것이다.

차라리 일반인 성향이 아닌 오랫동안 SM 플레이를 즐겨 온 혜미(이엘 분)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넷플릭스 <모럴 센스> ▶ 바로가기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