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OTT뉴스=장혜연 OTT 평론가] "순진함과 모든 완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어린이들이 끊임없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세계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으로 변했을까"
서양의 어떤 비평가가 말했다.
정말 어린이가 없었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차갑고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순진함과 가능성을 지켜주기 위해 어른들이 기를 쓰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여전히 모든 완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당신을 위해 '당신 안의 어린이를 위한 영화' 시리즈를 이어간다.
세 번째 영화는 2007년 개봉된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환상적이지만 미스테리한 장난감 백화점을 운영하는 마고리엄 씨(더스틴 호프만 분)가 매니저 몰리(나탈리 포트만 분)에게 백화점을 넘겨주는 이야기다.
재미없는 회계사 헨리(제이슨 베이트만 분)와 또래 친구에게 사랑받는 법은 아직 잘 모르는 에릭(자크 밀스 분)이 장난감 백화점의 일원이 되는 모습도 담겨 있다.
▶ 장난 아니야, 잘 봐
개인적으로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매우 좋아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순수한 내용도 좋지만, 어린이를 위해 다정히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게 좋아서다.
이 영화가 꼭 어른을 위한 동화책 같았다.
기본적으로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에 대한 역사책을 쓰는 캐릭터가 있기도 하지만, 초반 영화의 색감은 꼭 뽑기 기계로 뽑아 먹었던 풍선껌 색깔 같고, 구성과 소품들도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패딩턴>이 떠올랐는데, 두 영화와 영상 스타일 자체가 비슷하다기보다는 따뜻한 동화책 같은 계열의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병원 병실 천장에 붙어 있는 야광별이 켜지는 장면은 화면 속 단순한 감동 그 이상이다.
▶ 전구는 꺼지기 마련이지, 나도 마찬가지란다.
백화점 주인인 마고리엄 씨가 영화 전반에 걸쳐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마고리엄 씨나 에릭과는 대조적으로 이 죽음에 대처하기 어려워하는 마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음을 절대적인 악 또는 우울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죽음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스틸컷. 사진 네이버 영화
"기쁨을 가지고 버텨내라" 또는 "내가 떠날 땐 웃는 얼굴을 보여줘"라며 죽음을 마주하는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꼭 살아야 한다는 마호니의 말에 "얘야, 그동안 살았잖니"하고 미련 없이 답하는 마고리엄 씨의 모습은 죽음을 일종의 즐거운 목표처럼 느껴지게 한다.
끝과 암울함, 무기력함의 상징인 죽음에 대해 조금 다르게 접근하며 삶의 의미를 더하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도 기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사람들의 열망을 나무라선 안 돼
마고리엄 씨가 회계사 헨리에게 지나가듯 한 말이 인상적이다.
세속적인 시각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봤을 때 쓸모없고 허망한 것처럼 보여도, 다른 사람의 꿈과 열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조롱하는 의미로 "진지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이상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니냐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단어가 별로 달갑지 않았던 나도 공감되는 말이었다.
물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 자체로서 멋진 열망을 무시하고 얕보는 우리 모습이 조금 안타깝다.
영화는 여러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 챕터의 제목이 "Fun and Mental is Fundamental"이다.
('핵심은 재미와 마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Fun(재미)과 Mental(마음)의 모든 철자가 핵심 또는 기본이라는 뜻의 영단어 Fundamental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활용한 제목이다.)
삶의 핵심은 내가 순수하게 느끼는 '재미'와 '마음' 속 깊은 영혼에 있다는 건데, 모든 열망과 꿈을 현실과 돈으로 재단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슬펐다.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포스터.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속에서도 마호니나 헨리가 염세적인 말을 하면 백화점과 장난감의 마법이 사라진다.
지금 난 아무것도 못 하겠어, 하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가장 먼저 추천한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에게, 얼마 전 이별을 겪은 사람에게, 나탈리 포트만의 새로운 매력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바로가기(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