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신의 손'을 연출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사진=셔터스톡). ⓒOTT뉴스


넷플릭스가 구독자와 함께 거물급 감독을 잃을지도 모른다.

'일 디보', '그레이트 뷰티', '신의 손' 등으로 아카데미 영화제,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 다수 수상한 이탈리아 대표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칸 영화제에서 "더 이상 OTT 플랫폼과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소렌티노 감독은 관객들에게 "내가 늙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영화관 스크린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다"며 "'이미지의 힘(power of the image)'은 큰 스크린에서만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V 시리즈로, 멋진 이미지를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나는 TV나 OTT 플랫폼용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지 않는다. 거기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소렌티노의 이런 발언이 화제가 된 것은 소렌티노가 마틴 스콜세지, 제인 캠피온과 같은 거장 감독들과 더불어 넷플릭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아 영화를 만들고 평단의 찬사를 받은 감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렌티노는 자전적인 성장 영화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의 손'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포함해 2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 밖에 마틴 스콜세지는 '아이리시 맨'으로, 제인 캠피온은 '파워 오브 도그'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소렌티노 감독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주드 로 주연 HBO 오리지널 시리즈 '영 포프'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넷플릭스를 위해 만든 영화는 넷플릭스에겐 좋았지만, 내가 다시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라며 "자본의 유입이 쉽게 된다는 것이 사실 문제였다"고 덧붙이며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제작한 것에 자본적 요소가 컸음을 시사했다.

이어 "최근 많은 영화 제작자들에게 OTT 영화나 시리즈들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과도하게 많아서, 우리는 매우 서두르기 시작했다"며 "그것은 가짜 기회였다. 좋은 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에 비해 젊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해 투자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며 OTT 플랫폼들이 새로운 제작자들에게 자금을 대는 데에는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칸 영화제는 올해도 넷플릭스 등 OTT에서 제작한 영화에 빗장을 걸어 잠가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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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틱톡은 되고 넷플릭스는 안 된다?!

'영화관 개봉 후 15개월 간 스트리밍 금지'라는 프랑스 영화법의 홀드백 기간과 '모든 경쟁 부문 영화는 프랑스에서 극장 개봉을 해야 한다'는 칸 영화제의 규칙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OTT 오리지널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대세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영화관계자들은 칸 영화제도 이제 변화의 바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지난 23일 넷플릭스와 프랑스국립영화영상센터(CNC)를 비롯한 주요 영화 단체들의 토론 자리에서 데미안 베넷 넷플릭스 프랑스 법무담당 국장은 "홀드백 기간을 줄여야 한다. 홀드백 기간이 이렇게 긴 나라는 프랑스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