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 서보원 OTT 평론가] 가끔 영화 속 캐릭터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단 상상을 한다.
내가 만약 영화 속 등장인물이라면 나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또 스크린 속 심각한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 그 캐릭터는 어떤 생각을 할까?
만약 '베놈'이 궁금하다면 베놈의 속편에서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베놈'과 에디(톰 하디 분)의 수다 떨기 삼매경,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이하 '베놈 2')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로맨티시스트 빌런, 카니지의 등장
'베놈' 첫 편과 '베놈 2'의 공통점은 에디(톰 하디 분)보다 더 강력한 빌런을 상대한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베놈은 에디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빌런을 무찌르는데, '베놈 2'에서도 마찬가지다.
'베놈 2'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면, 모종의 이유로 각성한 빌런이 에디와 베놈을 노리고, 힘을 합쳐 이들을 무찌르는 과정에서 에디와 베놈이 서로의 호흡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이번 '베놈 2'에는 대학살을 꿈꾸는 '빨간 맛' 심비오트, 카니지가 등장한다.
연쇄살인마 클리터스(우디 해럴슨 분)가 에디와 충돌을 통해 우연찮게 심비오트를 이식 받고 사형 집행을 통해 각성하면서, 그야말로 '대학살'이 시작됐다.
각성한 클리터스의 첫 번째 목표는 어릴 적 소년원에서 사랑을 속삭였던 뮤턴트, 슈리크(나오미 해리스 분)를 구출해내는 것이었다.
뮤턴트라는 이유로 연구실에 격리되어 있었던 슈리크는 고주파를 쏘는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카니지에게 치명적이었지만 클리터스에게는 사랑 그 자체였기에 둘 사이에 마찰이 발생한다.
이 간극을 에디와 베놈이 놓치지 않으며 카니지를 무찌르는 데 성공한다.
비록 빌런이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했고 과거의 약속들을 모두 이뤄내려는 모습으로부터 로맨틱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폭력적인 가정 환경 등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클리터스에게 동정도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의 베놈은 그런 동정심을 느끼기도 전에 상대를 '꿀꺽'해버리며 쓸데없는 신파를 제거한다.
지극히 '베놈' 다운 톤 앤 매너로 결말을 맞이한다.
◆ 여전히 능청스러운 톰 하디와 인간 생활 적응기를 마친 베놈
에디와 베놈은 투닥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칼로 물 베기'하는 부부처럼 말싸움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그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 상처를 받는다.
집안이 엉망이 되도록 싸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관계였던 둘은 잠시 떨어지고 에디는 '베놈 없던 삶'을, 베놈은 '에디 없는 삶'을 누린다.
에디는 그 사이에서 베놈의 소중함과 본인의 문제를 다시 깨닫고 베놈은 에디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에디만 한 숙주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이산가족처럼 다시 만난 둘은 뛰어난 호흡을 선보이지만 카니지에게 위압감을 느끼며 흔들리게 된다.
그래도 에디가 베놈을 위해 해변가로 가는 삶을 일궈낸 걸 보면 역시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 멀티버스, 그 서막을 베놈이 알리다
마블 코믹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엑스맨 유니버스, 그리고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SU)가 있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SSU의 캐릭터고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MCU의 캐릭터다.
그러나 판권 자체는 소니에게 있는데 이런 사정으로 인해 소니와 MCU는 자주 충돌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 MCU가 마블 코믹스의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소니는 한 발짝 물러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특히 2021년 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SSU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세계관이 공유, 즉 크로스 오버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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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로스 오버에 대한 힌트는 '베놈 2'의 쿠키 영상에 이미 나와 있었다.
베놈의 능력으로 에디는 새로운 시공간으로 이동하게 됐고 TV 속에는 MCU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소니와 마블의 콜라보레이션, 즉 베놈이 드디어 MCU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베놈은 사실 스파이더맨과 결합된 적이 있었다.
토비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에서 스파이더맨을 숙주로 삼으며 피터 파커를 '흑화'시킨다.
어떤 식의 결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파이더맨의 빌런, 시니스터 식스가 출연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차후 베놈과 스파이더맨이 힘을 합쳐 히어로의 역할을 도맡을 가능성도 높다.
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멀티버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뒀기 때문에 앞으로 마블 시리즈에서 베놈의 등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도 있겠다.
만약 멀티버스의 흔적이 궁금하다면 '베놈 2'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4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평점 5.6점
공놀이로만 글을 쓰다가 감성을 담고 싶어 독립한 아틀리에 (Atelier), '보고싶어요'는 주구장창 누르면서 정작 땡길 때만 재생 버튼을 누르는 프리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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