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히어로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웨이브 ㆍ티빙ㆍseezn :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웨이브 ㆍ 티빙 ㆍ 왓챠 : <다크 나이트>(2008)

윤하성 승인 2022.01.10 09:31 의견 0
<왼쪽부터> 스파이더 맨, 조커, 카니지. 사진 네이버


[OTT뉴스=윤하성 OTT 2기 리뷰어] 영화제가 아니고서야 상영이 끝나고 박수 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21년에 개봉한 마블 영화 중 역대 최고의 호평을 받는 중인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일명 '삼스파'로 불리며 역대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한다는 기대감만으로도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역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필자는 안타깝게도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애정을 갖고 챙겨보지 않은 터라,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유구한 역사에 대한 마니아적 열정은 없다.

그런데도 영화관에 달려갔던 이유는 닥터 스트레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블 영화를 꽤 좋아한다.

특히 21년 들어 개봉한 마블 영화는 정말 평이 별로인 한 편을 제외하고는 개봉하자마자 극장에 달려가서 볼 정도로 마블 영화에 열렬한 애정을 보였다.

21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올해 마블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우리의 히어로들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아무리 권선징악이라지만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호평을 받을 만했다.

그것이 같은 해 개봉한 다른 마블 영화의 부진 때문에 돋보이는 것인지, 정말 영화가 뛰어난 것이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생긴다.

영상미는 두말할 것도 없고, 시리즈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본 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반가움에 심장이 벅차오를 정도로 팬 서비스도 출중했다.

'마블 덕후'의 설레발은 잠시 접어두고, 객관적으로 한 발 떨어져서 영화를 다시 보자.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전적으로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성장일기였다.

현실과 유리된 무리한 정의감에 빌런들에게 된통 당해버렸을 때는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깝던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내가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가 있다"라며 수습했지만, 나였으면 꿀밤을 한 방 먹일 테다.

여타 히어로물이 그렇듯 결국 모든 일이 잘 풀려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동시에 성장통을 겪은 피터 파커가 기특하기도 했다.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너무 뻔했다. 내가 21년에 음미한 히어로 영화들이 죄다 같은 틀에서 맛만 아주 미묘하게 달랐다.

어느 순간 의리로 극장에 달려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예고편의 기능을 하는 쿠키 영상을 보고도 기대보단 걱정이 앞설 때도 있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인은 모두 악당에게 있었다.

◆ 악당이 문제다

악당들이 죄다 고만고만해졌고 치명적이지 않았으며, 승부는 답이 정해져 있었다.

마치 게임 속 보스몹이 미니미들을 처리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기분이었다.

필자가 올해 가장 실망했던 마블 영화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이하 베놈2)>다.

<베놈2>는 전작의 참신한 설정을 모두 잃었다.

철저히 애증 관계였던 에디(톰 하디 분)와 베놈의 관계는 어느 순간 다투면서도 서로를 은연중에 그리워하는, 마치 부부 같은 관계로 변질됐다.

전작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적이면서 서로가 필요해 공생하는 관계이지 않았던가.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에 나오는 빌런 카니지. 사진 네이버


<베놈2>는 부제에서부터 '카니지'라는 악역의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악당이 등장하겠거니 싶었지만 끝내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불우한 환경을 근거로 삼은 악당의 배경도 신물이 났으며, 초콜릿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베놈이 사람들을 마구 먹어 치우며 힘을 키운 카니지(우디 해럴슨 분)를 손쉽게 이기는 장면에서는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

액션을 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쾌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샌가 암묵적으로 형성된 마블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한술 더 떠 악당들을 치료라는 명목 아래 개화(改化)시키기까지 이르렀다.

위압적인 힘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던 그들이 영화 끝물에 온순한 눈빛으로 퇴장했을 때, 결국 이 영화도 앞선 마블 영화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웅 장르는 아무래도 청소년 관객들이 주로 관람하니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권선징악'의 교훈을 깨우쳐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2008년 개봉한 영화 <다크 나이트>를 다시 봐야 한다.

◆ 이제는 매력적인 악당이 필요하다

<다크 나이트>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남다르다.

조커(히스 레저 분)는 같은 동료마저 처단하며 악을 독식한다.

가히 '조커의 영화'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그는 영화의 주도권을 잡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판을 뒤흔든다.

배트맨(브루스 웨인 분)의 이성을 잃게 만들고, 고담시 전체를 시험한다.

'고담시의 희망, 어둠 속의 빛'이라 불렸던 하비 덴트(아론 에크 하트 분)를 타락 시켜 새로운 악당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조커가 저지르는 악행의 원인과 서사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의 입에 칼을 넣고 말하는 조커의 사연은 그때마다 다르며, 그의 신원, 정보, 배경 모두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돈이라는 세속적 상징이 목적인 것도 아니다.

영화는 조커를 관객에게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조커의 행동으로 '악' 그 자체에 초점을 두게 한다.

그렇다고 조커에만 치중해 '권선징악'이라는 메시지를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의 사회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장면을 보라.

"돈에는 관심 없어. 중요한 건 메시지지"라는 조커의 대사처럼 영화는 배트맨의 활약에 관심을 두기보단 '비록 타락할지언정 인간은 선하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

개봉한 지 어느덧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다크 나이트>는 몇 번을 곱씹어도 빈틈이 없는 역작이다.

◆ 빌런들은 왜 죄다 죽어버렸나

다양성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담론으로 떠오르면서 히어로들도 시류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다만, 히어로만 발전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젠 빌런과 히어로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원한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의 히어로가 끝끝내 이겨내기를!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마지막 쿠키를 보고 다음 마블 영화가 더 기대되는 이유 중에 하나다.

본 리뷰에 소개된 작품 중 <베놈2>는 현재 웨이브나 티빙 등지에서 개별 대여로 볼 수 있고, <다크 나이트>는 왓챠나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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