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지수 OTT 2기 리뷰어] 지금까지 저승사자는 명이 다한 사람의 혼백을 저승까지 안내하는 이들로 묘사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작품 '내일'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저승사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생소하나 흥미로운, 무려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가 존재한다.
자살예정자의 자살을 막고,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저승 기업 주마등의 '위기 관리팀'을 중심으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저승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달픈 이의 아픔을 헤아려주고 치유한다는 점에서 드라마 '내일'은 국민 힐러 '오은영 박사님'을 함께 떠오르게 했다.
다만 위기 관리팀의 저승사자들은 오은영 박사님과는 사뭇 다른 치유 방식을 보여 준다.
'현생(현실인생의 준말)에 치인다'라는 말이 만연해있는 현시대, 크고 작은 상처를 품고 살아가고 있을 당신은 과연 어떤 상담사에게 상담받고 싶은가?
두 가지 방식을 비교·분석해보자.
◆ 난 강하게 키워, 구련(김희선 분) 사자
저승 주마등에서 인간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특별 개설된 위기 관리팀.
그곳의 팀장 구련 사자는 한마디로 듣는 이의 뼈와 살을 분리한 '순살'로 만드는 저승사자라고 설명할 수 있다.
살벌한 '지옥 출신' 저승사자라 그럴까. 그녀에게 온화하고 따뜻한 일 처리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구련은 곧 자살하려는 자살예정자를 찾아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서 고작 선택한 게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거니? 정말 그게 최선의 방법이야?!"
그녀는 자살예정자로 하여금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와 같은 방어기제를 한껏 올리게 만드는 강한 표현을 주로 구사한다.
"잘 타일러 옥상 난간에서 내려오도록 하지는 못할망정 저런 말을 하냐"고 비판받을 수 있는 언행이지만, 동시에 구련은 자살예정자를 괴롭혔던 가해자를 대신 처벌해주는 카리스마형 인물이기도 하다.
일명 '츤데레(겉으론 흥, 속으론 헤롱) 치유법'을 보여주며 멋있는 권선징악을 제대로 보여주는 저승사자이지만, 앞선 언급에서 살짝 눈치챌 수 있었듯이 강한 어조를 사용하는 일방적 솔루션이 그녀의 결정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스스로 구하지 않으면 구원도 없어", "정신 차려! 당신만 실패했어? 남들도 당신처럼 바닥에서 허우적 대!"와 같은 언사는 시청자들이 구련의 따뜻한 캐릭터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자살을 막으려고 하는 말인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시험하는 것과 같이 강인함만을 강조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녀가 추구하는 솔루션 방향일까 걱정이 들 정도다.
아니면 그녀는 부드럽게 말하는 데는 영 재주가 없는 것일까?
그녀의 훈육은 학창 시절 "입시도 이겨내지 못하면 사회에서 절대로 살아남지 못해"와 같은 입시 강사들의 쓴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그들이 완고하게 주장하던 '수능 대박'이 성공 인생의 필수요건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현실처럼, 구련 사자의 강한 솔루션 또한 자살예정자에게 정답이 아닐 것 같단 생각이 점차 선명해진다.
◆ 따스한 엄마 품 힐러, 최준웅(로운 분) 사자
위기 관리팀의 신입 저승사자 최준웅은 따스함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첫 번째 자살예정자에겐 추억 속 연예인 정준하를, 두 번째 예정자에겐 추억 속 치킨을 가져다주며 소소하게나마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불철주야 노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이 필자에게는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물리며 잠시 달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최준웅 사자가 자살예정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진심 어린 공감과 포옹이 장기적으로 과연 좋은 솔루션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의 솔루션은 자살예정자의 곁을 지금과 같이 지속해서 지킬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직 적응하고 있는 신입 사원이기 때문인지 6화까지 공개된 지금, 뚜렷한 최준웅 사자의 활약상이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는 자살예정자를 몸으로 막아내기만 하는 모습보다, 건설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 저승사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슬쩍 기대해본다!
◆ 쿠션 화법 얼마든지 해줄게요, 오은영 박사님
드라마 '내일'에서는 위기 관리팀에 대해 "성과가 없고, 부서명을 따라가는 듯 그야말로 위기에 봉착한 팀"이라고 설명한다.
기업 주마등에서 분석해내지 못한 그 위기 요인을 시청자는 왠지 알 것만 같다.
구련 사자와 최준웅 사자가 힐러로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국민 상담소 '금쪽' 프로그램들('금쪽같은 내 새끼', '금쪽 상담소')이 불현듯 함께 떠오른다.
엄격한 구련 사자의 모습과 감정적인 최준웅 사자의 모습은 마치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상처 입은 아이를 강하게만 훈육하는 아버지와 감싸 안고 울기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만약 '금쪽' 프로그램에 이런 가정이 출연한다면 오은영 박사님은 과연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까?
오은영 박사님은 이성적인 솔루션 사이사이에 정성스럽게 끼워진 쿠션 화법을 매력적으로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지금껏 보여주신 모습처럼, 선 감성적 공감과 후 이성적 조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솔루션을 제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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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정자가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와 같은 방어기제를 발동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화법을 사용하실 모습을 상상하자면, 괜스레 위기 관리팀이 전문적인 상담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단 바람이 생긴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기업 주마등에 이렇게 고객의 소리 제안서를 보내고 싶다.
위기 관리팀이 전문 상담사 이수 과정을 통해 자살예정자를 위한 최강의 솔루션 제공자가 되길 기대한다고!
사람을 구하는 저승사자를 조명한 작품 '내일'은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
→ 평점: 7
* 평점 코멘트: 자살예정자들의 아픈 사연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지나침을 미처 덜어내지 못한 스토리와 연출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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