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데이 특집 리뷰] 블랙의 대명사, 저승사자들의 '내일'

웨이브·넷플릭스: '내일'

정수임 승인 2022.04.13 07:00 | 최종 수정 2022.05.28 20:32 의견 0
드라마 '내일' 포스터(사진=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4월 14일 블랙데이는 지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주고받지 못한 솔로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자장면을 먹는 날로 알려져 있다.

블랙데이의 솔로 외에도, 여기 검은색 옷을 즐겨 입는 사람들이 있다.

드라마 '내일'은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본디 저승사자는 사람의 죽음을 인도하는 역할인데, '내일'의 저승사자는 오히려 사람의 죽음을 막음으로써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다.

드라마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두고 있으며 사후세계라는 지극히 판타지스러운 설정에 현실을 반영한 메시지와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전하고 있다.

때문에 전반적인 스토리와 분위기는 마치 동양의 '신과 함께' 속에 서양의 '해리포터'를 한 스푼을 첨가한 듯한 인상을 준다.

드라마의 제목인 '내일'은 사전적 정의를 넘어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다.

평범한 이들에게 있어 내일은 '당연함'이다.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맞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일.

반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하루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덧없음이기도 하다.

우리는 좋은 일이 있을 땐 '아 빨리 내일이 왔으면'하고 바라고, 걱정거리가 있을 때는 '아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과 같은 생각을 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내일은 찾아오고 시간은 흐르며, 걱정했던 일은 생각보다 그럭저럭 잘 지나간다.

그리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혹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라'는 말은 다르지만 아주 유사한 결을 띈다.

결국 지난 과거나 다가올 미래보다 오늘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말인 것이다.

'주마등'의 저승사자들(사진=웨이브 캡처). ⓒOTT뉴스

'내일' 속 저승 독점기업 '주마등'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지는 팀은 위기관리팀이다.

팀장 구련(김희선 분)과 대리 임륭구(윤지온 분), 여기에 신입 최준웅(로운 분)이 가세했다.

위기관리팀의 업무는 자살 시도자의 자살을 막고,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내는 것이다.

이들이 구하는 사람들은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나 죽어 마땅한 사람이 아니다.

우울 수치가 한도치에 이르러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도, 정작 죽기 직전에는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사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요"라는 본심을 밝힌다.

바로 이런 자들을 구원하는 것이 작품 속 위기관리팀의 역할이다.

사람은 하나의 행동을 하기 전까지 많은 생각과 사고의 과정을 거친다.

만약 그 행동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사고 과정이 더욱 엄격해져야만 한다.

련은 자살을 "죽는 것보다 내일이 두려운 자들의 선택, 하지만 후회 속에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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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첫 번째 에피소드로 학교 폭력을, 두 번째 에피소드로는 공무원 수험생활을 다뤘다.

학교 폭력 가해자는 기억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삶을 살아왔지만 피해자는 순간순간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가해자는 '지나고 나면 다 한때', 제3자는 '그저 오래된 옛날 일'이라 치부하며 피해자 노은비(조인 분)의 고통을 가벼이 여긴다.

한편 준웅의 친구 남궁재수(류성록 분)는 오랜 공시생 생활 끝에 삶을 포기하기 직전이다.

그를 구하기 위해 련과 준웅은 어린 시절 기억으로 향하지만, 행복한 순간인 줄 알았던 그의 추억은 사실 최악의 쓰린 날이었다.

련의 말처럼, 인간이란 좋았던 기억을 남기고 나쁜 기억을 버리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자를 구출하는 위기관리팀의 활약(사진=웨이브 캡처). ⓒOTT뉴스

위기관리팀은 자살을 결심하고 옥상에 오른 사람들을 단순히 달래면서 설득하지 않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 대신 단호한 어조로 이들이 직접 삶을 되돌아보고 선택하게 한다.

희망적인 위로로 그 순간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이후 언제든 똑같은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단과 위로는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잡게 하고, 고통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든다.

세상 그 누구라도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치도록 괴로운 순간의 끝에도 '그래, 내가 이걸 위해 지금까지 버텼지'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은 안다.

수백 번의 어제와 내일이 지나고 '아 역시 살아있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을 살고 또 잘 살아가야 한다.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의지를 붙잡는 '내일'의 인물들처럼.

내일을 살 이유를 찾아주는 이들의 활약, '내일'은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아, 추신! 작품 속 저승사자가 매일 검은색 옷만 입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위기관리팀은 누구보다 개성 넘치고 패셔너블해서 패션 또한 보는 재미가 있다.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 등): 7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몰입도): 6
3. 음악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8

→평점: 6.8

* 평점 코멘트: 스토리는 웹툰 원작을 최대한 충실히 따라가기 위해 노력중. 여기에 +a의 여부가 관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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