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번엔 사람 구하는 저승사자다! 김희선의 '내일'

웨이브·넷플릭스 : '내일'

김수진 승인 2022.04.05 11:37 | 최종 수정 2022.04.05 12:16 의견 0
드라마 '내일' 포스터(사진=MBC). ⓒOTT뉴스


[OTT뉴스=김수진 OTT 2기 리뷰어] '신과 함께', '도깨비', '49일' 등 이제 저승사자는 영화와 드라마 속 단골 소재가 됐다.

대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들이 저승사자가 되고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며 삶을 포기한 것에 대한 벌을 받는다.

이번에는 사람을 살리는 신개념 저승사자가 등장했다.

바로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 드라마 '내일'이다.

◆ 드디어 취뽀했다. 어디? 저승에!

취업준비생 준웅(로운 분)은 한강에 뛰어내리려는 노숙자를 살리기 위해 그와 몸싸움을 벌이다 한강 물에 빠진다.

준웅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절반은 죽어 있는 코마 상태에 빠져 저승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때 옥황상제(김혜숙 분)는 준웅에게 3년간 코마 상태로 있는 대신 6개월간 저승 독점기업 ‘주마등’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한다.

같은 시각 위기관리팀장 련(김희선 분)은 주마등 팀장 회의에 참석했다.

위기관리팀은 본인의 수명을 다 살지 못하는 이들을 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이나 다른 팀들로부터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회의에서 인도관리팀장 중길(이수혁 분)은 위기관리팀이 작전에 실패할 경우 즉시 해체할 것을 제안하고 련은 이를 받아들인다.

설상가상으로 준웅까지 위기관리팀에 합류하며 련은 골머리를 앓는다.

준웅이 합류한 위기관리팀의 첫 번째 업무는 ‘방송작가 노은비(조인 분) 살리기’였다.

노은비 작가는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웹툰 '복순이'의 작가 김혜원(김채은 분)의 인터뷰를 맡게 됐는데 촬영 전부터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다 결국 현장을 이탈해버린다.

련은 노은비와 김혜원의 관계를 의심하고 기억의 키를 사용해 노은비의 기억으로 들어간다.

알고 보니 김혜원은 고교 시절 노은비를 악질적으로 괴롭혔던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김혜원은 노은비에게 구타는 물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으며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

이는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까지도 노은비를 괴롭히고 있었다.

노은비는 용기 내어 김혜원에게 인터뷰를 하지 말라 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위협을 가하며 침묵할 것을 요구한다.

담당 PD에게도 김혜원 작가가 학교폭력 가해자임을 알리며 인터뷰 영상을 방송하지 말 것을 부탁했으나 이 또한 무시당한다.

벼랑 끝까지 몰려 방송국 옥상으로 올라간 노은비는 련과 마주한다.

련은 지친 그녀에게 ‘극복하려고 노력해’, ‘안되면 더 해’라며 차가운 말만 잔뜩 내뱉는다.

알고 보니 이건 노은비가 그간 자신에게 강박적으로 말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녀조차 그녀를 트라우마로부터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련은 ‘스스로 구하지 않으면 구원도 없다’라며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게 두지 마’라고 조언한다.

준웅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은비 작가를 돕는다.

그녀가 고교 시절 좋아했던 개그맨 정준하를 만나게 해주고 “고마워요. 잘 버텨줘서, 포기하지 않아서”라며 안아준다.

그녀는 준웅의 말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죽고 싶었던 마음을 지워낸다.

◆ 저승사자가 건네는 힐링 메시지

드라마는 일반적으로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지에 초점을 둔다.

권선징악적 장면들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과 정의 구현의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해자를 벌하는 것이 곧 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내일'은 피해자가 자살하려는 이유, 즉 마음의 상처를 해결했는지에 초점을 둔다.

련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책하는 노은비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돕는다.

이러한 부분들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노은비와 주인공과 공감대를 형성할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은 25.7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우스갯소리처럼 뛰어내리려는 사람들을 위해 실시간 한강 물 온도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을 정도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내일'은 가장 판타지스러우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드라마인 셈이다.

위기관리팀 저승사자들이 매주 금, 토요일 보낼 힐링 메시지가 우리의 지친 일상에 큰 위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내일'을 이끄는 김희선은 원작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핑크빛 커트 머리와 카리스마 있는 연기 변신으로 드라마 흥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드라마 초반의 기세가 이어진다면 배우 김희선의 대표작이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정시 퇴근을 고집하는 MZ세대 저승사자, 역대급 힙한 옥황상제도 깨알같은 웃음 선사한다.

완성도 높은 CG로 련과 준웅이 타인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장면, 기억이 유리 깨지듯 조각나는 장면 등에서 몰입감을 높인다.

다만 웃음을 겨냥해 넣은 듯한 에필로그는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내일'은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 (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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