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시맨틱에러' 장재영·추상우 심리 변화 집중 탐구!

우려했지만 틀리지 않았다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

정수임 승인 2022.04.03 14:09 | 최종 수정 2022.05.28 20:06 의견 0
드라마 '시맨틱 에러' 포스터(사진=왓챠). ⓒOTT뉴스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쏟아지던 비가 그친 다음은 오로지 청량함만이 남았다.

봄 햇볕이 가득한 이런 날에는 몽글한 감성의 로맨스가 제격이다.

로맨스 작품의 핵심은 사실 첫 만남도 첫 키스도 아니며, 고백과 해피엔딩도 아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몰입하는 순간은 주인공이 서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수백 수천 가지인 것처럼, 작품 속 인물들이 지닌 이유도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이다.

드라마,영화에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개연성 있게 그려내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이 충족되면 몰입에 좋으나, 사실 부족해도 그만이다.

이 과정이 부실한 로맨스는 "얘는 왜 갑자기 쟤가 좋아졌대?"라는 의문을 자아내지만, 전개가 이어질수록 이 물음표는 곧장 사그라든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동성 간의 사랑은 남녀의 사랑보다 이 과정을 훨씬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담아야 하는데, 놀랍게도 드라마 '시맨틱 에러'는 이 과제를 자연스럽게 해낸다.

과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구성과 연출이 더해져, 대중은 인물의 상황에 몰입하고 감정에 동요한다.

작품 속에서 서로를 에러같은 존재라 여겼던 장재영(박서함 분)과 추상우(박재찬 분)는 점점 서로를 신경 쓰며 마음을 자각한다.

상대에게 빠지고 이를 부정하는 단계를 거쳐 결국 정반대의 재질인 두 사람이 닮아가는 방향을 차근차근하고 억지스럽지 않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오늘은 '시맨틱 에러' 속 두 인물의 심리와 변화에 대해 집중해보도록 하자.

'시맨틱 에러' 장재영 표정모음(사진=왓챠 캡처). ⓒOTT뉴스


한국대 디자인과 학생으로 잘생긴 외모에 자유분방한 영혼의 장재영.

화려한 의상과 피어싱이 인상적인 패셔니스타로, 늘 친구들에게 둘러쌓인 인싸 중의 인싸다.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졸업작품으로 교내 전시회도 열었다.

다들 축하해주느라 바쁜 와중에, 작품은 찍어가면서 작가인 자신은 무시하고 가는 학생(=추상우)이 포착된다.

그리고 조별수업 무임승차 해프닝으로 졸업이 취소되자 조장 추상우에게 묘한 승부욕이 발동한다.

추상우를 괴롭히기로 결심한 장재영은, 그의 최애 음료수를 품절시키고 강의실 자리를 선점하며 싫어하는 빨간색 옷으로 중무장한다.

추상우를 향한 호기심을 호감으로 확신한 계기는 그에게 팔의 상처를 치료 받았을 때다.

밴드를 붙여주는 손을 물끄러미 보고 시선을 마주할 때부터, 걸어 나오다 멈칫하고 숨을 고르는 순간까지, 들리지 않는 장재영의 심장박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장재영은 무심코 추상우의 얼굴을 그리다 지우려는데 노트북 화면엔 에러가 발생한다.

마음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

또 꺼져주겠다며 추상우의 자전거를 발로 차버리지만, 화면이 전환되고 걸어가는 그의 등 뒤로 자전거는 번듯하게 일어나있다.

역시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마음과 존재감을 빗댄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계기는 추상우의 입맞춤으로 같은 마음임을 확신했을 때다.

두 번의 키스 모두, 추상우는 혼란함에 자리를 벗어나지만, 장재영은 상황 그대로를 직면하고 인정한다.

처음과 달리, 오히려 이제는 추상우가 감성적이되고 장재영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

상대로 인해 조금씩 변하고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음을 증명한다.

장재영의 절친 최유나(송지오 분)는 추상우에게, 연애에 진지한 스타일이 아닌 그가 요즘엔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안 하던 행동을 할 정도로 장재영에게 추상우는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시맨틱 에러' 추상우 표정모음(사진=왓챠 캡처). ⓒOTT뉴스


개강 날 아침, 알람 소리에 곧장 일어난 추상우.

아침 체조 후 체크무늬 셔츠만 가득한 옷장에서 옷을 고르고 검정색 볼캡 착용, 자전거를 타고 등교한 후 최애 음료수 블랙홀릭 구입, 강의실에는 30분 일찍 도착해 좋아하는 자리에 앉는다.

수업은 머리가 깨져도 빠지는 법 없고, 조별 발표에서는 무임승차 조원들의 이름을 과감히 뺀다.

한국대 컴공과 과탑이자 아싸인 추상우의 하루 일과다.

그의 일상은 프로그램처럼 늘 이렇게 완벽히 짜여져있는데, 이런 그에게 '무임승차3' 장재영이라는 생각지 못한 에러가 끼어들었다.

굳이 이름으로 저장할 필요도 없었던, 에러같은 존재가 사사건건 방해하는 것이 몹시 귀찮다.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선전포고한 추상우의 결론은 소박하게도 새벽 등교, 커피 박스째 구입, 가림막 사용, 사람들 사이에서 밥 먹기 등이다.

오히려 장재영은 '나 때문에 변했다'며 관심 증폭이지만.

추상우가 장재영을 조금 달리 보게 된 시점은 술집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함께 도망쳐 나온 뒤다.

그리고 거리를 두는 시점은 어둡고 좁은 의상실에 단둘이 있었던 일 이후다.

수업에 빠진 채 '비정상적 욕구'를 검색하는 행동과 머릿 속 포맷을 갈망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이 이를 말해준다.

분명 장재영이라는 에러를 제거했는데, 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두시간 동안 푼 문제는 오답투성이로 도무지 집중할 수 없다.

특히 옷을 뒤집어 입은 것도 모르거나, 항상 먹던 커피 맛을 이상하게 느끼는 변화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전엔 알지 못했던 감정과 감각이 일깨워졌음을 뜻한다.

새롭게 택한 합리적 전략은 장재영에게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가가기.

이와 동시에 늘 쓰던 모자를 벗고, 늘 입던 체크 셔츠 대신 후드티를 즐겨 입게 된다.

장재영이 프랑스로 가게 되자, 추상우는 이성적인 판단 끝에 그를 보내 주기로 한다.

하지만 오류를 깨달은 뒤엔 감성이 앞서 그를 붙잡는다. 이런 장재영은 추상우의 특별한 변수다.

'시맨틱 에러' 속 장재영과 추상우의 변화(사진=왓챠 캡처).


왓챠 오리지널로 선보인 '시맨틱 에러'는 그동안 마니아적 요소가 강해 이른바 음지 문화로 불렸던 BL(Boys Love) 장르를 양지로 끌어올린, 도전에 성공한 작품이다.

공개 직후 오랫동안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유지했고, 공중파 영화 정보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는 등 대중성을 껴입고 화제의 중심에 섰다.

[관련 기사]

● [리뷰] BL초보자도 탑승 가능! 왓챠 '시맨틱 에러'
● [리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다! 왓챠 '시맨틱 에러'

장재영 역의 박서함과 추상우 역의 박재찬을 향한 관심도 놀라울 정도로 뜨겁다.

왓챠가 OTT 오리지널로 택한 작품이 BL 웹소설 최초의 영상화라니.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맨틱 에러'는 결국 과정과 결과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특별한 캠퍼스 로맨스,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는 오직 왓챠에서 만날 수 있다.

◆ OTT 지수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작품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6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연출): 7

→ 평점: 6.6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