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종이의 집' 한국판을 기다리며, '사라진 3톤'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라진 3톤'

김지수 승인 2022.03.30 12:30 의견 0
'사라진 3톤' 소개 메인(사진=넷플릭스). ⓒOTT뉴스

[OTT뉴스=김지수 OTT 2기 리뷰어] 무언가의 팬은 조그만 연관성만 봐도 자신의 덕질 대상과 연결 짓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팬의 발견성과 연결력은 가히 놀랍다.

'종이의 집' 열광 팬인 필자는 넷플릭스 신작 코너에서 '은행 강도'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이 작품을 바로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작품은 다큐멘터리 '사라진 3톤-브라질 중앙은행 강도 사건'(이하 '사라진 3톤')이다.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킨 스페인 작 '종이의 집'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된다.

하지만 티저영상을 통해 곧 찾아온다고 알렸던 넷플릭스는 2달째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종이의 집 한국판'을 기다리는 팬심을 다큐멘터리 '사라진 3톤'에 연결 지어 나타내보려 한다.

◆ 관전 포인트 1 - 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땅굴 파기'를 실천으로 옮긴 강도단이 있다.

이걸 누가 행동에 옮기냐며 실소를 터트리던 필자의 반응이 발전된 형태로, 다큐 속 기자는 사건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감탄과 놀라움이 섞인 감정이었어요."

은행이 땅굴을 통해 털린, 그야말로 영화 같은 사건의 이름은 '포르탈레자 중앙은행 강도사건'이다.

사건 장소 포르탈레자 중앙은행과 범인들이 임대했던 주택의 모습(사진=넷플릭스 예고편). ⓒOTT뉴스

포르탈레자 중앙은행은 브라질의 도시 포르탈레자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으로 여겨져 보험마저 들지 않았던 중앙은행이었다.

이와 같은 명성의 은행을 턴 강도단 멤버 모집은 의외로 단순했다.

큰돈 되냐는 물음에 "해변의 모래를 한 줌 덜어내도 여전히 남는 양만큼 되지"란 답을 듣고 바로 합류했다는 강도는 범죄 세계에선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증언한다.

실력이 없다면 웃돈을 주더라도 들어올 수 없고, 실력만 좋다면 가난해도 제의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실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땅굴의 실제 퀄리티(사진=넷플릭스). ⓒOTT뉴스

필자는 범죄 세계에서 통용되는 이 법칙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법칙을 적용해 '종이의 집 한국판'에선 어떤 캐릭터들이 어떤 실력을 통해 강도단에 스카우트될지 절로 상상됐다.

◆ 관전 포인트 2 - 대범한 강도에 그렇지 못한 조신함

강도범이 범죄를 저지르고 몇 년 뒤에야 경찰에 붙잡힌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이거 놔!! 내가 알아서 갈 거라고!!'라며 경찰을 뿌리치는 모습을 가장 많이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 매우 협조적이고 조신한 강도들이 있다.

중앙은행 강도사건 이후 2년간 불안에 시달리던 한 범인은 사복 경찰이 다가가 "경찰이다"라고 속삭이자 너무 놀라 기절하고 만다.

깨어난 이후 그는 잡힌 것이 속 시원하다며 빨리 감옥에 넣어버리라는 매우 엽기적인 말을 내뱉는다.

또 다른 범인은 경찰이 "알레망, 잡혀 버렸네?"라고 말을 건네니, "그런 거죠, 뭐"라며 시원하게 웃으며 받아친다.

그는 꽁꽁 숨긴 금고의 위치와 금고를 여는 각도까지 친절히 설명하며 수사에 협조한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범죄자의 모습은 뉴스는 물론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모습일 것이다.

강도단이 실제로 훔친 현금의 모습과 개인 몫의 정도(사진=넷플릭스). ⓒOTT뉴스

강도 행각 당시엔 사용했던 물건에 묻은 지문도 지우지 않고 대범히 버리고 간 이들은 단 몇 년 만에 불안에 더 이상 시달리기 싫다며 잡아가라는 사람이 돼 있었다.

이들과는 정반대로 '종이의 집'에서는 강도 이후에도 대담함을 이어가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대범한 이들도 범죄 이후 풍족한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들에겐 짜릿함과 목표 의식을 확실히 안겨주는 범죄가 유일한 도파민일 뿐이다.

'종이의 집 한국판'은 아직 시즌 1도 나오지 않았지만, 강도를 성공한 캐릭터들에게 다시 차오를 범죄 욕망을 상상하자면 벌써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 관전 포인트 3 - 뛰는 강도 위에 날아다니는 경찰

"범인들의 최대 성과가 전문가들을 모은 거였다면 저희의 최대 성과는 수사 전문가들을 모은 거였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수사관이 수사를 진행했죠."

스페인 작 '종이의 집'은 은행이 털리는 강도 과정을 집중 조명한 작품이다.

따라서 사건 이후 달아난 강도단을 추적하는 경찰의 시점은 함께 감상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동반한다.

그 아쉬웠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큐멘터리 '사라진 3톤'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땅굴 시작 포인트에서 발견된 전화카드로부터 수사는 시작되고, 경찰은 여러 부서의 힘을 한데 모아 몇 년간의 집요한 잠복 수사와 위장 수사를 거쳐 범인들을 검거해낸다.

심지어 경찰관의 부인부터 기자까지 연기자로 투입해 범인을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종이의 집'은 강도단의 수장 '교수'라는 인물과 경찰 간의 치열하고 팽팽한 '두뇌 싸움'이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포인트를 살리지 못한다면 흔한 범죄물이나 액션물로 치우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한국판 각색은 과연 어떻게 살렸을까?

'사라진 3톤' 속 경찰들처럼 강도단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은 집요한 경찰의 모습이 비치길 기대한다.

필자처럼 '종이의 집 한국판'을 기다리느라 현기증이 나버린 팬은 '사라진 3톤'을 보며 기다려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한다.

넷플릭스는 애타는 팬의 마음을 헤아려 '종이의 집 한국판' 예고일이라도 어서 공개하길 바라는 바이다!

영화 같은 사건과 그를 추적하는 경찰의 집요한 모습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 '사라진 3톤'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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