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편보다 묵직한 단편들! 픽사 <스파크 쇼츠> 시리즈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아웃>, <펄>, <스물, 한 살>

강은정 승인 2022.03.13 09:00 의견 0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스파크 쇼츠> 타이틀(사진=픽사 유튜브 캡처).

[OTT뉴스=강은정 OTT 평론가] 구독한 OTT 채널로 재밌는 콘텐츠를 보고 싶지만 바쁜 일상으로 볼 시간이 없다면?

짧고 굵은 재미, 그 안에 담긴 감동까지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바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픽사 스튜디오 <스파크 쇼츠> 시리즈다.

<스파크 쇼츠>는 픽사 스튜디오 내의 아티스트들이 협업해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인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다.

<스파크 쇼츠> 작품은 한정된 예산과 제작 기간 내 만들어져 10분 내외 분량이 전부지만, 짧다고 무시하기엔 섣부르다.

가족의 사랑부터 인간관계,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이야기까지.

짧은 작품 안에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깊고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러 단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인상 깊게 시청한 작품 세 편을 소개한다.

[관련 기사]

●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단편 2개

애인과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는 그레그(사진=픽사 유튜브 캡처).

◆ 가깝고도 먼 가족이라는 존재, <아웃>

성인 남성 그레그는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함께 있던 애인을 집에서 내보낸다.

애인이 자신과 같은 성별의 남성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는 그레그.

그는 매사에 솔직한 자신의 강아지가 부러워질 지경이다.

그때, 강아지와 그레그의 영혼이 바뀌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웃>은 밝고 따스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비밀을 쉽게 터놓기엔 힘든 존재이기도 하다.

그레그 역시 부모님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강아지가 된 그레그는 깨닫는다.

서로 용기를 내지 못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족들과 멀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시시콜콜한 대화라도 걸면서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가까워져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성 소수자를 다룬 작품 <아웃>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첫 출근을 하게 된 펄(사진=픽사 유튜브 캡처).

◆ 나다운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거! <펄>

B.R.O. 캐피탈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첫 출근의 기대감으로 가득 찬 실뭉치 펄은 유쾌하게 인사하며 사무실에 등장한다.

하지만 어떤 직원도 펄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다.

펄의 외모와 성격이 딱딱한 사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펄>은 '차이'가 '차별'이 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펄은 겉모습과 성격만 조금 다를 뿐 다른 직원들과 똑같은 B.R.O. 캐피탈의 직원이다.

하지만 다른 사원들은 이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펄을 따돌린다.

펄이 자신의 모습을 이들에게 비슷하게 끼워 맞추고 나서야 다른 직원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된 장면은 웃음을 넘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생활하던 펄의 앞에 새로운 직원 레이시가 등장한다.

놀랍게도 그녀는 펄이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한 실뭉치다.

처음에는 펄 역시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레이시를 무시한다. 하지만 점점 용기를 낸 펄은 작위적이던 자신의 모습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린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의 관심과 기대에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

펄과 레이시처럼, 나다운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조금 더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쾌하고도 날카로운 풍자가 매력적인 단편 <펄>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할 수 가능하다.

3명의 어린아이가 숨어있는 트렌치코트 차림의 지아(사진=픽사 유튜브 캡처).

◆ 여전히 어린 아이인 어른이들에게, <스물, 한 살>

지아는 21살 생일을 맞아 클럽에 입성한다.

20살이 넘으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성인이라 칭하지만, 어쩐지 어른이 되는 일은 버겁게 느껴진다.

클럽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지아는 화장실 변기에 주저앉아 트렌치코트를 벗는다.

그 안에는 무려 3명의 아이가 숨어 있다.

바로, 어른이 되지 못한 또 다른 지아의 존재들이다.

<스물, 한 살>은 성인이 됐어도 어른은 되지 못한 현대의 '어른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나이는 먹는데, 성숙해지는 건 또 다른 문제처럼 느껴지곤 한다.

미래에는 멋진 어른이 돼 있을 거라는 어린 시절의 생각은 종종 실망으로 이어진다.

어엿한 어른도 되지 못한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일 때 그 실망감이 느껴진다.

지아 역시 어린아이 같은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그는 곧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가 자기뿐만은 아니었음을 발견한다.

주변 사람들 모두 어른이면서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그 웃픈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 역시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슬퍼하지는 말자.

내면의 어린이가 살아있다는 건, 그만큼 내 존재가 다채롭고 사랑스럽다는 사실이기도 하니 말이다.

어른이들에게 위로를 건넬 단편 애니메이션 <스물, 한 살>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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