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매년 3월 3일을 삼겹살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날짜에 3(삼)이 두 번 들어가는 것에서 착안해 축협이 양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기도 하다.
납세자의 날은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일로, 본래 '조세의 날'로 정해 불려왔지만 수십 년이 흐른 후 납세자가 주인이라는 의미를 실어 '납세자의 날'로 정정됐다.
'납세자의 날'에는 국세청이 모범납세자 및 기업을 선정해 시상을 하기도 한다.
납세의무는 기본적으로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와 함께 헌법에서 정의한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다.
국민의 4대 의무는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나오는 내용이지만, 필자는 근로 생활을 하고 돈을 벌면서 비로소 납세의 의무를 실감했다.
매달 급여명세서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소득세 공제 내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 명세서를 기준으로만 생각했던 나는, 모범납세자 시상을 보고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렇게 소득에서 자동으로 걷는데 모범납세자와 아닌 사람이 따로 있나?'
사회초년생 시절 혹시라도 이런 의문을 품은 적 있다면, 드라마 <트레이서>를 통해 의문을 말끔히 해소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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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와, 국세청은 처음이지?
웨이브 오리지널 <트레이서>는 누군가에겐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 '황동주'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이다.
<트레이서>에서는 나쁜 돈 쫓는 국가 공인 전문가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국세청 조세 5국 1팀장으로 발령받은 황동주(임시완 분)와 조사관 서혜영(고아성 분), 중앙지방청장 인태준(손현주 분), 과장에서 국장이 되는 오영(박용우 분) 등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의 활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검찰청과 경찰청, 법무부 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많았지만, 국세청을 메인으로 다룬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신선한 소재에 시원한 전개까지, <트레이서>는 궁금증 유발과 이에 따른 해소 과정이 꽤 확실한 작품이다.
대기업 뒷돈 관리 전문이자 성공한 회계사인 황동주는 돌연 국세청 5급 공무원의 길을 택한다.
남부지방청에서 중앙지방국세청으로,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그리고 과감한 스텝을 밟아 나간다.
황동주는 인태준에게 새로운 국세청을 만들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사실 그의 목적은 따로 있다.
바로 아버지의 복수다.
4년 전, PQ그룹의 상무였던 황동주의 아버지 황철민(박호산 분)은 그룹 비리를 밝히려다 죽음을 맞는다.
황동주는 여기에 인태준이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아냈고 그에게 복수하려 한다.
<트레이서>는 황동주가 인태준을 옥죄기 위해 그의 사람인 조세국 국장들을 하나둘씩 처리하며 국세청을 제대로 갈아엎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프랜차이즈 업체 오즈식품 사건을 통해 조세 3국장 장정일(전배수 분)과 5국장 안성식(윤세웅 분)을 모두 보냈고, 악덕 대부업체 골드캐시 사건에서는 조세 3국 과장 박성호(연제욱 분)와 조세 4국장 이기동(이규회 분)을 쥐고 인태준의 멘탈을 흔들었다.
오즈식품 사건에서는 재무팀 직원이 탈세를 제보하다 목숨을 잃었는데, 황동주는 그 직원의 아들이 아버지의 처절한 모습을 목격한 것을 보고 이 일에 열을 다해 해결한다.
정의를 구현하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를 원망하는 아들에게 "내 식구 위해서 나쁜 일에 눈감는 일, 진짜 아무것도 아니거든. 근데 그 아무것도 아니던 일이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때가 있어"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한다.
아마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조적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거대 기업과 싸우는 아버지를 평생 이해하지 못하던 황동주는 "아버지랑 밥이라도 먹었더라면, 아니 전화 한 통이라도 했더라면, 평생 전화기만 붙들고 살던 주제에 그 전화 한 통을 못 했다는 게 그게, 너무 치사하더라고요"라며 그날을 회상한다.
마치 4년 전 아버지와 자신을 비춰보는 듯, 황동주는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복수 의지를 다잡는다.
■ 황동주 팀장은 계획이 다 있구나!
언제나 과감하고 거칠 것 없는 그의 태도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뛰어난 두뇌와 폭발적인 추진력이 있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복수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존재한다.
만약 <트레이서>가 여느 드라마처럼 슬픔에 빠진 주인공의 처절하고 눈물겨운 복수극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황동주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와 자신감으로 판을 짜고 흔드는 대담함을 선보인다.
우리는 그의 사연이 짠하지만 무작정 안타까워하지 않고, 궁금하지만 무조건 걱정하지도 않는다.
황동주는 절대 부탁이라는 것을 하는 법이 없으며 계획 없이 덤비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시할 뿐이다.
오영과 인태준에게 접근해 언제든 자신을 써먹으라고 조건을 내 거는 황동주의 뻔뻔함 혹은 대담함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여기에 사건 해결 방식 또한 얼핏 뻔할 수 있어도 전혀 뻔하지 않다.
매회 예상을 벗어나는 흐름과 촘촘한 스토리, 반전 있는 한 방이 더해져 짜릿함을 충전시킨다.
특히 조세 3국장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보인 황동주가 실은 인태준 청장과 미리 딜을 해 조세 3국장의 충성심을 시험하게 한 장면에서는 엄청난 짜릿함을 선사한다.
또한 사이다 같은 전개들이 통쾌함을 안긴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지만 늘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 황동주 팀장.
우리는 그의 매력적인 작전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와 기업이 표창을 받는 이유는 작품 속처럼 실제로도 기업의 각종 유착관계와 불법 탈세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아마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이런 리얼한 구현 역시 <트레이서>의 인기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웨이브 오리지널이자 MBC에서 방영 중인 <트레이서>는 오직 웨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MBC에서는 파트1에 이어 지난 26일 파트2를 시작했고, 웨이브에서는 18일 전편 선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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