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강지우 OTT 평론가] 재난을 다룬 영화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캐릭터가 바로 '민폐 캐릭터'와 그런 민폐 캐릭터까지도 안전하게 지켜주는 '하드캐리 캐릭터'다.
아무리 민폐 캐릭터가 어려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어도, 모두를 멱살 잡고 이끌며 멋지게 상황을 타개하는 이들을 보면 박수가 절로 나온다.
오늘 리뷰할 세 작품에는 강인한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해 각자가 처한 재난상황을 '하드캐리'하며 헤쳐나간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때로는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멋진 여성들을 만나볼 준비가 됐는가?
◆ 눈을 감고 그냥 나아가야 해 - <버드 박스>
전쟁, 좀비 사태, 외계인 침공 등 다양한 재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클리셰를 그대로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버드 박스>는 훌륭한 배우와 쫄깃한 긴장감을 주는 연출로 크게 흥행한 작품이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을 죽게 하는 것은 기이한 괴물이 아니라 같은 '인간'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활용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말로리(산드라 블록 분)는 동생과 병원 진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뭔가를 목격한 후 자살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한다.
사람들이 겁에 질려 도망치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자 당황하는 찰나, 동생마저 차 앞으로 뛰어들며 자살을 하고 말로리는 간신히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한 집 안으로 피신한다.
결국 낯선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 재난 상황을 헤쳐나가게 된 말로리는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총을 들어 올리며 누구보다 당차고 현명하게 상황에 대처한다.
또 다른 임산부 올림피아(다니엘 맥도널드 분)와 함께 같은 날 동시에 출산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아기를 낳자마자 광기에 사로잡힌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결국 올림피아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창문 밖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말로리는 함께 피신한 또 다른 임산부 올림피아와 같은 날 동시에 출산을 했지만, 광기에 사로 잡힌 '싸이코'라는 존재에 공격을 당해 결국 올림피아 또한 그 알 수 없는 뭔가를 목격한 후 아이만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말로리는 자신의 아이와 올림피아의 아이까지 함께 돌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잃고 홀로 자신의 아이와 올림피아의 아이까지 돌보며 세이프존으로 대피해야 하는 말로리.
과연 그녀는 무사할 수 있을까?
강을 건너기 위해 두 아이와 자신 중 누구 하나는 눈을 떠야 하는 상황에서 말로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오락적인 면에서도, SF라는 장르가 선사하는 긴장감의 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버드 박스>를 아직 보지 못했다면 지금 당장 넷플릭스를 틀어보자.
◆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도 중요해 - <스토어웨이>
이 영화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기희생적 면모를 다루면서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꽤 볼 만하다.
또 <유전>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 토니 콜렛, 드라마 <로스트>를 통해 한국에서 수 많은 패러디를 낳은 한국계 미국 배우 대니얼 대 킴이 출연하며 기대감을 높여준다.
화성에서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우주선에 오른 데이비드(대니얼 대 김 분), 조(안나 켄드릭 분) 그리고 캡틴 마리나(토니 콜렛 분).
세 사람은 무사히 우주에 도착하고, 각자의 연구가 성과를 보이기를 기대하며 꿈에 부푼다.
마리나는 우주선 내부를 살피다가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고, 자세히 살피기 위해 우주선 일부를 분해하다가 그 속에 의식을 잃은 낯선 남자가 탑승해있음을 알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이클(셰미어 앤더슨 분).
그는 발사 지원팀의 엔지니어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주선에 남게 됐고 결국 세 사람과 2년 동안 우주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문제는 그를 구조하다가 발생한 결함으로 인해 우주선 안의 산소가 대량 빠져나갔을 뿐만 아니라, 세 사람분의 산소와 식량, 자원만 실린 우주선에서 네 사람이 2년간 버티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당연하게 마이클이 희생자로 지목된다.
이런 우주 속 재난 상황에서 네 사람 중 누가 자신을 희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인간적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이 영화를 감상해 보자.
◆ 20% 부족한 안드로이드, 20% 부족한 긴장감, 그래도 역시 클로이 모레츠! - <마더/안드로이드>
사실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한국의 TOP 10 콘텐츠 중 상위권에 올라있어서 기대를 가지고 감상했지만, 약간은 김이 샌 킬링타임용으로 느껴졌던 영화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아직 대학생인 조지아(클로이 모레츠 분)와 그녀의 남자친구 샘(알지 스미스 분)은 둘 사이에 예기치 못하게 아이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친구의 파티에 초대된 두 사람은 친구네 안드로이드 집사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한 것을 목격하고 도망쳐 나오는데, 그땐 이미 온 나라에서 안드로이드가 폭동을 일으키며 재난 상황이 닥쳐온 후였다.
조지아의 배는 불러오고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말살하기 위해 숨통을 조여오는 와중에, 두 사람은 군인들의 거처에 머물며 잠깐의 안전을 보장받게 된다.
하지만 샘의 무모한 행동으로 또다시 위험 지역으로 쫓겨나고 설상가상으로 샘까지 안드로이드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끌려간다.
조지아는 숲속 비밀공간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아서(라울 카스틸로 분)의 도움을 받아 샘을 구출할 방법을 모색한다.
솔직히 엄청나게 똑똑할 안드로이드가 어떤 무기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빠른 달리기로 두 사람을 추격하는 장면은 헛웃음이 나온다.
또한 오직 세이프존을 침투하기 위해 언제 올지도 모를 인간을 무작정 기다리며 우스운 연극까지 마련한 안드로이드의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전개가 허술하다.
게다가 한국인을 거의 중국, 북한 사람에 가깝게 표현한 점이라든가, 배에 고작 두 사람을 더 태울 뿐인데 매몰차게 거절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도대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삭의 아내를 지키는 멋진 남자친구' 캐릭터가 아니라 '만삭인데도 허술한 남자친구를 필사적으로 구출하고 지키는 여성 캐릭터'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다.
등장하는 작품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며 아역 배우에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난 클로이 모레츠와, 윌 스미스와 정말 닮았지만 그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운 배우 알지 스미스를 보고 싶다면 <마더/안드로이드>를 감상해 보자.
오늘 리뷰한 세 영화는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단순히 엄마, 모성애에 그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재난 속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지 궁금하다면, 세 작품을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넷플릭스 <버드 박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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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마더/안드로이드>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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