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작 살리되 눈치 보지 않는 패기, 티빙 '돼지의 왕'

티빙: '돼지의 왕'

윤하성 승인 2022.04.06 15:05 | 최종 수정 2022.04.06 15:41 의견 0
'돼지의 왕' 공식 포스터(사진=티빙 공식 트위터). ⓒOTT뉴스


[OTT뉴스= 윤하성 OTT 2기 리뷰어] "우리의 영웅이 하지 못했던 거, 내가 할 거야"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동명의 드라마로 다시 태어났다.

3월 18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에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은 12부작으로, 현재까지 절반인 6화까지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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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원작의 분위기를 따르되, 과감한 시도가 두드러지는 드라마 '돼지의 왕'은 어떻게 이 사회의 단면을 그려냈을까.

개인적으로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부자연스러운 인물들의 움직임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었기 때문에 드라마 '돼지의 왕'을 기대했다.

몸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은 애니메이션의 아쉬움을 깔끔히 지워주었다.

그동안 부드러운 이미지로 어필했으나 '돼지의 왕'에서 무시무시한 괴물 황경민으로 분한 김동욱과 경찰이 된 정종석 역의 김성규 배우가 보여주는 카리스마, 원작에는 없는 드라마 고유 인물로 사건 진행을 이끌어가는 강진아 역을 맡은 채정안 배우의 영리함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나타나는 시너지는 애니메이션과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재현의 지평을 넓힌 드라마 '돼지의 왕'은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새로운 전개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원작을 시청한 사람도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잃고 괴물이 된 황경민의 응징과 이를 뒤쫓는 정종석과 강진아,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최석기(이경영 분)와 '그날'의 이야기까지.

어쩌면 드라마 '돼지의 왕'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팬서비스가 아닐까.

◆ 영리한 미쟝센, 장르의 변주

드라마 '돼지의 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분위기를 장악하는 미쟝센이다.

시종일관 어둡고 채도가 낮은 분위기 속에서 사용된 '스톱모션' 기법은 상황을 몽환적으로 만듦과 동시에 인물이 겪는 혼란을 극대화한다.

경민이 정희를 살해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을 늘어뜨리는 연출을 택하는데, 이는 오히려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렇듯 원작과 다른 기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깊고 어두운 배경을 표현한 것이 인상 깊다.

가해자를 응징한 뒤, 피투성이가 된 경민의 모습(사진=티빙 공식 트위터). ⓒOTT뉴스

더불어 과거의 사건에 치중해 스릴러에 그쳤던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드라마는 시점을 현재로 옮겨 과거를 드러내는 형식을 시도하며 추리와 추격이 가미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경민이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과정과 방법, 다음 타깃을 추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그 추리의 답은 종석과 진아의 수사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아직 베일에 싸인 경민의 행보와 종석의 비밀이 남아있으니,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갖지 못한 희망, 벗어날 수 없는 '돼지'

어린 경민이 다 큰 어른이 돼서도 끝끝내 가질 수 없었던 것은 희망이었다.

학년이 바뀌며 가해자 무리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던 경민은 다시 그들과 같은 반이 되어 끔찍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당시의 트라우마는 어른이 되어서도 경민을 괴롭힌다.

경민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이겨내려 애쓰지만, 결국 1년 전 자신의 본가 창고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무너져 버린다.

곧이어 덮친 재앙, 아내가 주도한 동반 자살계획에 홀로 살아남은 경민에게는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민은 김철의 환각을 보게 되고, 이후 자신을 무너지게 만든 가해자들을 찾아 스스로 응징하기 시작한다.

경민의 행동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종석의 모습(사진=티빙 공식 트위터). ⓒOTT뉴스

유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광역수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드라마 속 종석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으로 묘사됐던 원작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원작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종석이 과거 자신을 규정했던 '돼지'의 정체성을 고통스러워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경민이 가해자를 응징한 자리에 자신을 언급한 메시지를 계기로 종석은 다른 경찰들에게 탐문을 받기도 한다.

그 자리에 놓여있던 야구공은 종석의 트라우마를 촉발하는 매개가 되어 드라마의 시점은 과거의 일로 넘어간다.

과거 경민이 무력함을 배워 생존을 위한 웃음을 애써 지었다면, 어린 종석은 부당한 일에 대항해보려 했다.

옥상에 올라가 정희와 한 판 붙어 정당하게 이겼으나 돌아오는 것은 자신을 향한 또 다른 가해였다.

어린 강민이 경민에게 시켰던 것과 같이 종석에게 '자살 놀이'를 시켜 종석 역시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 경민과 종석을 괴롭히는 강민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응징하고 3학년 선배들의 심기를 건드린 철이는 과연 경민과 종석을 구해 준 영웅일까?

철이는 경민과 종석에게 '사랑받는 개'와 '어차피 도살당할 돼지'의 차이를 알려주며 살아남기 위해서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후 어린 종석과 경민은 원작에서처럼 길고양이를 칼로 난도질하는 등 점차 괴물이 되어가기 시작한다.

학교라는 폐쇄적인 집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계급을 무자비하게 그린 '돼지의 왕'.

'그날'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원작과 비슷할지 혹은 지금처럼 각색돼 새롭게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종석을 연기한 김성규 배우는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종석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종석은 경민을 막을 수 없는 것일까?

매주 금요일 티빙에서 공개되는 '돼지의 왕'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6.6

* 평점 코멘트 : 원작을 살린 미쟝센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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