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티빙 구원투수 '돼지의 왕', 장르물 명가 명맥 잇나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김수진 승인 2022.03.30 11:28 | 최종 수정 2022.04.04 15:42 의견 0
'돼지의 왕' 포스터(사진=티빙). ⓒOTT뉴스

[OTT뉴스=김수진 OTT 2기 리뷰어] 국내 OTT 중 장르물의 대가로 불리는 티빙이 다시 한번 '장르물'을 내세우며 OTT 오리지널 콘텐츠 대전에 승부수를 띄운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활약이 돋보였다.

'엉클'부터 '트레이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린 웨이브와 덕후의 마음을 잘 파악해 '시멘틱 에러'라는 한 방을 날린 왓챠.

티빙도 이에 맞서 '내과 박원장',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놨지만, 기대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돼지의 왕'이 공개되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2화를 선공개한 사전 시사회에서도 "원작을 재해석해 재미와 완성도가 더욱 높다", "긴장감 있는 연출로 다음 회차가 궁금해진다" 등 긍정적인 후기가 이어졌다.

티빙은 과연 '돼지의 왕'을 통해 '장르물은 역시 티빙(tvN)'이라는 명성을 지킬 수 있을까?

또,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 긴장감을 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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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민은 왜 괴물이 됐나?

사망 사건 현장 수사를 나온 강력계 강진아 경위(채정안 분)는 사망한 여성의 남편 황경민(김동욱 분)이 경찰 동료인 정종석 형사(김성규 분)에게 쓴 메시지를 발견한다.

강진아 경위는 메시지와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황경민이 아내를 죽였을 가능성을 의심하지만, 사망 원인은 남편의 트라우마 악화에 상심한 아내가 동반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평소 항정신성 약물 다량 복용으로 내성이 생긴 황경민은 자살 시도 도중에 깨어났고, 아내만 사망에 이르렀다.

절망한 황경민은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첫 번째 복수 대상은 자신을 성추행하며 괴롭혔던 안정희다.

황경민은 택시 회사 대표 지위를 이용해 안정희 집에서 술자리를 갖는다.

술자리 도중 황경민은 안정희를 살인하고 자신을 성추행한 대가로 안정희의 음경을 잘라버린다.

안정희를 살해한 황경민은 정종석에게 두 번째 메시지를 남긴다.

메시지를 보고 과거의 기억을 일부 되찾은 정종석은 친구 황경민의 복수극, 즉 연쇄살인사건을 막아야 한다고 외친다.

2회차까지 감상한 현재, 황경민은 살인 사건을 저지른 후 정종석에게 메시지를 남기며 자신의 트라우마가 발생한 중2 때로 그를 불러내고 있다.

황경민이 정종석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같은 피해자로서 대신 복수해준다는 의미일지, 아니면 괴물이 돼버린 자신을 막아달란 의미일지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 연상호 작가가 조명하는 인간의 민낯

'돼지의 왕'의 극본을 맡은 탁재영 작가는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세상은 강자와 약자로 나뉘는지, 폭력의 근원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지고 싶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의 공통점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연재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인간은 늘 분열한다는 것이다.

겁에 질려 서로를 불신하고, 누군가는 그 공포심을 이용해 계급을 만들고 이득을 취한다.

'지옥'의 새진리회, '부산행'의 용석(김의성 분)이 대표적인 예다.

'지옥'이나 '부산행'처럼 큰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과는 달리 '돼지의 왕'의 배경이 되는 학교는 재화(교과서나 책상, 의자 등)나 서비스(교육, 상담 등)가 부족한 공간이 아니다.

즉, 무언갈 갖기 위해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돼지의 왕' 속 학교와 현실의 학교에는 항상 군림하고 싶어하는 강자가 존재한다.

싸우고 쟁취할 게 없는 학교에서도 군림을 갈망하는 이들을 보면, 인간은 날 때부터 남 위에 서고 싶어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학교 폭력이 한 사람의 인생에, 그의 주변에, 그리고 사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돼지의 '왕을 통해 생각하고 느낄 수 있었다.

◆ 회차가 지날수록 더 치밀해지는 '잘 짜여진 추적 스릴러'

과거 기억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게 분노하는 황경민(사진=티빙 유튜브). ⓒOTT뉴스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이 인상적인 점은 범인 찾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일반적인 추적극과 다르다는 것이다.

'돼지의 왕'은 1화 초반부터 '황경민'이라는 범인을 공개한 대신, 범인의 '트라우마' 발생 원인을 역추적하며 흥미를 끈다.

또한 사건의 전개가 빠르고 돌아가는 법이 없어 긴장감을 높인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 상태를 한 장면에 담는 연출은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그 예로, 화장실에서 괴롭힘 당하던 어린 시절 황경민의 기억은 그 기억에 여즉 괴로워하는 현재의 황경민이 둔기를 휘두르며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황경민의 불안한 심리 상태와 트라우마의 공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드라마 '돼지의 왕'은 티빙 오리지널 최초의 장르물로, 총 12회로 구성됐다.

지난 18일부터 매주 2회씩 공개된 '돼지의 왕'은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 9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몰입도): 9

3. 음악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9

→평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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