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강지우 OTT 평론가] '서울역', '부산행', '반도'로 K-좀비의 가능성을 연 연상호 감독.
그의 초창기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왔다.
앞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지옥'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재탄생해 세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가 만들어낸 또 다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은 감독 특유의 신랄함과 지독할 만큼 적나라한 현실 고증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라 애니메이션이 아닌 시리즈물로 어떻게 각색됐을지 궁금해진다.
오늘 리뷰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각색된 '돼지의 왕'을 샅샅이 파헤쳐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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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알고 보면 더 재밌다!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 원작을 알면 리메이크의 재미가 두 배!
아직 원작을 감상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원작 '돼지의 왕'은 2011년 작품으로, 시대적 배경도 그에 맞춰져 있다.
주인공이 옛날 폴더폰을 사용하거나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칭하는 등 시대적 배경이 비교적 옛날이다.
특히 주인공들의 중학교 시절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초반에는 그들의 나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모두가 교복을 입는 지금과는 달리 2011년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서는 주인공들이 교복을 입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성인이 된 두 주인공 '정종석'(목소리 연기 양익준 분)과 '황경민'(목소리 연기 오정세 분)이 오랜만에 만나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중학교 때 어떤 사건을 겪은 후, 남이 돼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경민이 갑작스럽게 종석에게 만남을 제안한다.
둘은 함께 술을 마시며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꺼낸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등장한 또 다른 인물은 어린 시절 함께한 '김철'(김혜나 분)이다.
철은 종석과 경민이 같은 반 일진 강민과 그의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할 때 유일하게 그들을 도와주는 친구였다.
괴롭힘의 주동자들에게 죽기 살기로 덤비는 철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섬뜩함과 세상을 향한 비뚤어진 분노까지 엿보인다.
종석과 경민은 그런 철이 무섭다.
하지만 집요하고 폭력적으로 자신들을 괴롭히는 강민과 일진들이 더 무섭다.
그렇게 철은 종석과 경민을 대신해 일진들에게 덤빈다. 악에 받친 듯한 철의 모습에 일진들도 쉽게 제압하기 어려운 듯 보이지만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철 한 명을 상대로 여러 명이 밀어붙이는 일진들의 전략에 철은 무너진다.
그렇게 철은 중학교에서 퇴학 당한다.
그런 철에게 종석과 경민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이야기는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학교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찝찝한 느낌이 든다.
기이한 그림체와 충격적인 스토리도 찝찝한 느낌에 한몫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찝찝한 것은 '돼지의 왕'이라는 제목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먹고 살찌우는 것만이 유일한 인생의 목표인 '돼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 형만 한 아우 없다? 청출어람? 드라마 '돼지의 왕'은?
이렇게 학교 폭력에 대해 자조적인 물음을 던지는 원작 '돼지의 왕'이 드라마화 되면서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1화에서부터 크게 각색된 모습이 보인다.
우선 주인공들의 캐릭터성이 달라졌다.
원작에서 종석의 직업은 돈 없는 무명작가인데, 드라마에서는 번듯한 형사로 등장한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무시무시한 조선족을 연기해 이름을 알린 배우 김성규 분이 종석 캐릭터를 맡아 형사 역할에 어울리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 다른 주인공 경민은 원작에서는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캐릭터인데, 드라마에서는 아내에 대한 '찐사랑' 면모를 보여주는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경민은 부드러움과 광기 모두를 담고 있는 배우 김동욱 분이 연기한다.
또 원작의 경민은 아버지에게 꽤 예쁨 받던 부잣집 아들 캐릭터였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경민의 트라우마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는지 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는 어두운 과거가 추가됐다.
무엇보다 원작에는 없던 '강진아 형사'라는 제3의 캐릭터가 등장해 스토리를 예측불가로 만든다.
내용면에서도 꽤 다른 전개로 흘러간다.
원작에서는 주로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 줄거리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어른이 된 경민이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 인물들에게 차례차례 복수를 실현하는 내용이 주가 된다.
그런 경민의 뒤를 쫓는 형사로 종석이 등장하면서 원작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인 '김철'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는데, '김철'이라는 인물은 또 어떻게 각색됐을지 매우 궁금해진다.
사실 원작의 경민이 너무나도 끔찍한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에 복수를 실현하는 드라마 속 경민을 보고 대리만족이나 정의 실현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경민이 트라우마를 벗어나 행복한 현재의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이 들때면 너무 복수에만 몰두해 인생을 비극으로 몰고 가는 전개가 안타깝다.
학교 폭력이라는 어두운 메시지를 담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은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또한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 5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몰입도 등): 10
3. 음악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색감 등): 10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
→평점: 7.75
* 평점 코멘트: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분들이 목소리 연기를 하다보니 애니메이션 장르와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또 가끔 대사는 너무 작고 음악은 너무 커서 감상에 불편이 있어 음악 점수를 6점으로 책정했다.
티빙 드라마 '돼지의 왕'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 8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몰입도 등): 9
3. 음악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8
→평점: 8.2
* 평점 코멘트: 배우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앞으로의 스토리가 기대되기에 높은 점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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