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뭐지 이 섬뜩함은? 오싹한 블랙코미디 <돈 룩 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돈 룩 업>

박시원 승인 2022.03.09 07:00 | 최종 수정 2022.03.09 10:49 의견 0
생방송에서 흥분하며 이야기하는 케이트.(사진=넷플릭스 유튜브)


[OTT뉴스=박시원 OTT 평론가] '블랙코미디'의 진수는 이제 <돈 룩 업>으로 정리 끝.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새X, 뭐 하는 놈이지?"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시작이라고.

보통과 같지 않은 시작이 특별한 인연이 되곤 한다는 것, 이상하다고 느껴 관찰하는 것에서 뜻하지 않은 매력을 발견해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 그 함축된 의미일 것이다.

나는 이 영화가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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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반에서 "도저히 이 영화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라며 뒤로가기를 눌렀다는 내 친구, 그리고 그녀와 사뭇 다르지 않을 많은 구독자들에게 지금 그 손가락을 멈춰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자 한다.

천문학과 교수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박사와 그와 함께 연구하는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 분)는 어느 날 지구를 향해 곧장 날아오는 혜성을 발견한다.

사상 초유의, 약 99.9%(과학에서 100%는 0에 수렴함에도 불구하고)의 확률로 지구로 돌진하는 그 거대한 운석을 알리기 위해 백악관에 다녀오지만,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 분)과 그녀의 참모진은 이에 관심도 없음을 깨달아 애꿎은 시간만 버리고 올 뿐이었다.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한 그들은 유명한 토크쇼에 나가고 전 세계에 사실이 알려지며 공식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어지러운 민심을 잡기 위해 올리언은 하늘을 보지 말라는 메시지 "Don't Look up"을, 이와 반대로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민디 박사 일행은 "Just Look up"을 외친다.

과연 지구와 거대 운석의 충돌을 막을 수 있었을까.

"Don't Look Up" 슬로건을 홍보하는 대통령. (사진=넷플릭스 유튜브)


<돈 룩 업>은 여느 재난 영화와 달리 그 초점이 '어떻게 도망칠까, 어떻게 헤쳐 나갈까'가 아닌 '어떻게 이를 알릴까'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재난 상황과 주인공 가족의 대피 등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발달한 현시대에, 사회 각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사실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가장 무서운' 코미디 영화라고 한 이유가 드러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맨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게끔 무서운 속도로 진입하는 혜성을 하늘에 두고도 뉴스 보도와 SNS에 떠도는 수많은 가십을 듣고 보고 놓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핸드폰에 고개를 묻고 들지 않는다.

굳이 "올려다보지 말라"고 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여기서 하나 더, 만약 민디 박사와 케이트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전형적인 재난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영화는 무엇도 아니게 됐을 것이다.

체념한 채 장을 보는 케이트, 율과 민디 박사. (사진=네이버 영화)


그러나 민디 박사는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토크쇼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 분)와 불륜을 저지르고, 케이트는 그저 낙담하며 거리에서 만난 청년 율(티모시 살라메 분)과 주어진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보낸다.

지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지식인 둘의 타락한 모습이 새로우면서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도 인간은 계속해서 실수하고, 오히려 잃을 게 없을 때 그 바닥까지 드러내기 마련이기 때문에.

클라이맥스는 영화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이 이 장면만을 위해 달려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죽음을 마주했지만, 하지 않은 채로, 서로를 마주한 채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를 보면 등골이 오싹하기까지 하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나는 디카프리오를 믿어" 이 영화를 보기로 한 이유를 내게 물으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디카프리오가 선택한 영화는 그 이유가 있었고, 디카프리오를 선택한 것은 옳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묘한 표정이 지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미간은 찌푸려지고 눈은 울상이지만 입은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저 코미디의 한 장면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찰리 채플린이 남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나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명언처럼 말이다.

그 불편한 진실이 곧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특이한 코미디 영화 <돈룩업>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영화 후반에 쿠키 영상이 2개가 있으니 꼭 챙겨 보는 것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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