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멸망해도 뻘짓은 계속된다! 넷플릭스 <돈 룩 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돈 룩 업>

박정현 승인 2022.01.10 09:29 의견 0
케이트(제니퍼 로렌스 분)를 보는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필자에겐 기준이 있다.

1. 발상이 재밌는가
2. 작가 혹은 감독이 '좋은 작품'을 쓴 적 있는가
3. 평이 긍정적인가 혹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가

1의 경우 스토리와 캐릭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2의 경우는 믿을 만한 작품이고, 3의 경우는 많은 이들의 입이 모였다면 잘 만들었든 아니든 이슈몰이에 성공했단 이유에서다.

여기에 또 다른 기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믿고 보는 배우'가 출연하는가 아닌가다.

필자가 영화 <돈 룩 업>을 보기로 한 이유는 단순하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기 때문이었다.

연기를 잘하는 것을 떠나서 그가 택하는 작품은 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때론 사회적 이슈를 적나라하게 건드렸으며 캐릭터 역시 생동감 있었다.

필자는 <돈 룩 업>의 예고편도 찾아보지 않고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으나 결론적으로 '만족'했다.

아, 그랬기에 <돈 룩 업>이 왜 제목인지는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

대통령에게 혜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랜들 민디 박사.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영화 <돈 룩 업>은 시작부터 매혹적이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이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혜성 궤도를 직접 계산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혜성이 지구와 정면으로 충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정확하게는 6개월 14일! 이 시기를 놓치면 지구는 멸망한다.

다름 아닌 지구 멸망의 서사다.

세상이 한순간에 멸망하고 온 지구상의 생명체가 죽어버린다는 멸망, 종말론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고는 했다.

하지만 2021년은 21세기를 앞두고 온 세상에 감돌았던 '1999년 종말론'과 마야 달력에 의거해 종말을 이야기했던 '2012년 지구 종말설'이 지나간 이후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온라인 매체를 통해 모든 것이 생중계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쉽게 소비되며 심각한 일도 아무렇지 않은 일로 치부되고 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영화 <돈 룩 업>이 재밌었던 건 현시대를 풍자하는 형태로 '지구 멸망 서사'를 아주 발칙하게 다뤘다는 데 있다.

케이트와 민디 박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을 목격하고 난 뒤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외부의 전문가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으로 발견 사실을 전했고, 다음으로는 지구방위합동본부(PDCO)의 수장 오글소프 박사(롭 모건 분)와 협력하여 백악관으로 갈 때까지 착착 진행되던 절차는 뜻밖에 '백악관'에서 멈춰버린다.

'지구를 파멸시킬 행성이 6개월 뒤 다가온다"라는 말을 대통령 이하 실무진들이 믿지 않는 것이다.

케이트와 민디 박사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출신이 아니어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멸망 가능성보다는 당면한 이슈와 지지율 추이가 중요해서였다.

필자는 여기서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이것이 너무도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읽는 여러분 역시 정치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 특성을 영화 <돈 룩 업>에서는 현실감 있게 확인할 수 있다.

유명 토크쇼에서 분개하는 케이트 디비아스키.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케이트와 민디 박사는 대통령을 통해서 일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유명 토크쇼에 출연하지만 토크쇼 역시 답이 되어주지 못한다.

혜성 충돌 및 지구 멸망까지 6개월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가볍게만 다루는 토크쇼에 분개한 케이트가 소리치는 모습마저 '밈'이 되어버리는 사회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혜성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피터 이셔웰.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


민디 박사는 일정 부분 포기한 채로 또 어느 정도는 적응한 상태로 지구 멸망의 시간을 흘려보내는데, 그 와중에 혜성에서 '돈 될 만한 것'을 찾아내는 사람마저 생긴다.

바로 최첨단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배시' 사(社)의 CEO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언스 분)!

대통령에게 막대한 자금을 대는 후원자이기도 한 그의 새로운 욕심이 혜성 충돌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많은 이야기를 알고 보면 흥미가 떨어질 테니 필자는 이즈음에서 영화 <돈 룩 업>에 대한 이야기를 줄이고자 한다.

꼭 하나 말하고픈 것은 딱 6개월 앞둔 지구 멸망 상황에서 저마다의 논리대로 뻘짓을 해대는 캐릭터들이 픽션으로 과장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저럴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여러 영역에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지구 멸망이 다가운 위기 상황에도 제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웃고 있는데도 가슴 한쪽을 싸하게 만드는 묵직한 영화였다.

뒤늦게 알게된 사실인데 이 감독, 심지어 <빅쇼트>의 감독이다.

개인적으로 <빅쇼트>를 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복잡하고 묵직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게 다룰 수 있는지 감탄했던 터라 그가 <돈 룩 업>의 감독인 것을 알고 "역시나" 하고 탄복했다.

까보려고 마음 먹으면 단점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하지 않겠다.

<빅쇼트>를 재밌게 봤어도 좋고, <빅쇼트>가 뭔지 잘 몰라도 좋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해도 좋고... 아, 안 좋아하기가 힘든 배우긴 하지만 무튼, 긴 말 필요 없고 지금 바로 넷플릭스로 들어가서 재생 버튼을 눌러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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