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영화, 근데 이제 멸망을 곁들인 <돈 룩 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돈 룩 업>

서보원 승인 2022.02.05 10:00 의견 0
'데일리 립'쇼에서 울부짖는 랜들 박사. (사진=imdb).


[OTT뉴스=서보원 OTT 2기 리뷰어] 길에서 '도를 아시나요'를 당해본 적 있는가.

그들은 "조상신이 노하셔서 요새 힘드신 거예요"와 같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깔끔히 무시할 것이다.

다른 경우를 가정해 보자.

혜성 하나가 6개월 뒤 지구를 멸망시킨다고 나름 저명한 과학자와 박사 학위가 있는 전문가가 말한다.

이번에도 무시할 것인가?

이에 대한 영화가 바로 애덤 맥케이의 <돈 룩 업(Don't Look Up)>이다.

※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나라도 진실을 외쳐야지"라는 말은 아무리 설득력이 있어도 '나라도'에서 공신력을 잃는다.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지구가 둥글다'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던 것처럼!

21세기의 갈릴레오, 랜들 민디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그의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가 발견한 혜성이 지구를 멸망시킨다고 경고한다.

그들은 증빙 자료를 갖고 미항공우주국(NASA) 소속 지구방위합동본부로 향한다.

그들을 맞이한 클레이튼 오글소프 박사(롭 모건 분)는 곧바로 제이니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과 미팅을 잡는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는데 여기는 만남조차도 어렵다.

위대한 미합중국 대통령께서는 지구가 멸망할 줄도 모르고 스캔들에만 신경 쓰다 미팅이 늦어졌는데 그렇게 만난 미팅에서도 중간 선거를 들먹이더니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며 결론을 짓는다.

랜들 교수와 케이트는 대중에게 혜성 출동의 위험성과 긴급함을 알리기 위해 언론을 찾아다니다 저명한 뉴스 쇼인 '데일리 립'에 참가하지만, MC들의 심드렁한 반응에 케이트는 분노한다.

문제는 이 분노하는 장면만 유명해져 케이트는 흔해빠진 멸망론자처럼 인터넷 밈이 돼버린다.

상대적으로 조용히 있었던 랜들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천문학자가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랜들과 케이트, 그리고 오글소프 박사가 국가 기밀 누설죄로 잡혀가더니 다시 한번 백악관에 모인다.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지구를 구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한다.

사실상 '스캔들로 중간 선거에서 질 것 같은 대통령 구출기'에 동참하는 격이지만 그래도 지구를 구한다니, 다행이지 아니한가!

지나치게 화려하고 긴급하게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유세 운동, 아니 지구 구하기 운동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내용은 SF 관련 영화가 아닌 정치 이야기가 된다.

동료들에 비해 인기가 많은 랜들 박사는 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민들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한다.

마치 그 모습이 과학자가 아닌 전형적인 정치인처럼 보인다.

그리고 혜성 궤도를 바꾸기 위해 로켓을 쏘는 그 날, 성공적으로 발사까지 해냈지만 갑작스럽게 로켓을 복귀시킨다.

알고 보니 혜성에는 140조 달러 가치의 희귀 광석들이 있었고 최첨단 스마트폰 회사 배시의 CEO, 피터(마크 라이언스 분)는 이를 캐서 막대한 부를 얻을 야심을 가진다.

올린 대통령은 플래티넘 후원회원인 피터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고 결국 피터는 광석을 쪼개는 드론을 발사, '디비아스키' 혜성을 분할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동료들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위험한 계획이지만 그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으로 혜성에서 긁어 모은 돈으로 기아까지 해결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피터에게 "만약 혜성이 충돌해 우리가 다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에요?"라고 물어봤자 "안전하게 돈 벌고 싶어?"라고 비아냥 거릴 뿐이다.

어느 순간 '어쩌면 혜성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안전 불감증이 자리 잡게 됐는데 가장 큰 안전 불감증은 바로 피터에게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혼란스러운 랜들 박사는 결국 '데일리 립' 쇼에서 케이트처럼 울분을 토하며 "미국 대통령이 거짓말을 지껄이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해 본격적으로 '반(反) 올린' 파가 된다.

마침내 혜성을 보게 된 랜들 박사 (사진=imdb).


혜성이 마침내 상공에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제 혜성 충돌은 자연 현상이 아닌 정치 싸움이 돼버려서 "위를 봐"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올려다보지 마"라고 말하는 사람들끼리 맞붙게 됐다.

영화 제목인 '돈 룩 업(don't look up)'의 뜻은 '위를 바라보지 마'다.

혜성이 있으니 사실과 직면하는 것을 피하라는 이야기다.
이는 영화에서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혜성이 충돌한다는 사실을 직면하지 말고 회피하라는 의미와, 또 다르게는 '높은 위치를 꿈꾸지 말아라'이다.

즉 권력이란 독이 든 성배를 바라보는 순간 진실을 볼 수 없다고도 해석 가능하다.

어쩌면 '사실을 찾아보지 말아라'라는 말도 되겠다.

사실과 가까워진 랜들 박사네는 결국 한 줌의 재가 됐기 때문이다.

영화 <돈 룩 업>은 두 가지 요소를 풍자한다.

하나는 환경 문제, 다른 하나는 정치다.

환경 문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서 하는 말이라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세요"가 전부이켜 당장 "6개월 뒤에 모두가 죽을 거야"라고 말해도 과거의 일회용 컵 때문인 줄 모른다.

결국 혜성처럼 문제가 눈에 보여야만 그제서야 알아챈다.

미래의 멸망보다 현재의 라일리 비나(아리아나 그란데 분)의 결별이 더 큰 주목을 끄는 것이 작금의 사회다.

선거 운동 중인 제이니 올린 미 대통령. (사진=imdb).


또한 도널드 트럼프를 떠오르게 하는 올린을 통해 정치적으로 그를 풍자했다.

주먹구구식 정계 운영, 미디어를 그 누구보다 잘 알아서 마치 어르고 달래주듯이 국민들을 조련하는 모습은 야구모자를 쓴 트럼프가 연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담배를 몰래 피웠다는 장면에서는 버락 오바마도 은연 중에 보인다.

플래티넘 회원, 피터에게선 다양한 CEO의 모습이 보이는데 마치 애플의 스티븐 잡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메타의 마크 주커버그가 정치적으로 '흑화'된 것처럼 보인다.

디카프리오는 정말 대단한 배우다. 사기꾼 역할로 '아는 체'할 때도 똑똑해 보였지만 너드 같은 교수 역할도 세련되게 미친 사람처럼 잘 소화한다.

더 나아가 위대한 개츠비처럼 섹시해지는 순간도 훌륭하게 보여줬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역시 "디카프리오는 못 참지"

"우리 이러다가 다 죽어"라는 말은 <오징어 게임> 뿐만 아니라 <돈 룩 업>에서도 반복된다.

다른 게 있다면 <돈 룩 업>에서는 아무도 그 말에 주목하지 않는다.

마주하기 괴로운 현실이더라도 가끔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저스트 룩 업(just look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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