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년심판> 소년범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다

미화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
실현 가능성 낮지만 그래도 '기대'를 품게 하는
시즌2는 "글쎄?"

편슬기 승인 2022.03.03 13:44 | 최종 수정 2022.03.03 22:15 의견 0

"촉법인데 어쩔 거냐"

20여 차례나 절도 범죄를 저지른 어느 촉법소년의 실제 발언이다.

13세 중학생인 김모군은 무인매장을 대상으로 현금 700만 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초범도 아닌 재범으로 풀려나자마자 또다시 동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의 범죄 이력은 기록되지 않는다. 그가 13세 미만의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년법'이 오히려 소년들의 범죄를 부추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소년범죄> 1화 중(사진=넷플릭스).


■ 나날이 교묘하고 악랄해지는 소년 범죄

최근 일어나는 소년 범죄는 살인, 성범죄, 절도, 사기, 폭행 등 그 수위가 성인 범죄와 다름없을 정도다.

당일 급식 메뉴가 무엇인지 같은 반 이성에게 어떻게 잘 보일지, 오르지 않는 성적은 어찌할지를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라고 보기 어렵다.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최근 5년간 촉법소년의 범죄는 50% 가까이 증가했으며 살인과 강도 등의 강력 범죄는 무려 3배나 증가했다.

더욱 교묘하고 악랄해지는 소년 범죄의 현실은 '소년법'의 개정 및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범죄에 대한 책임과 처벌은 나이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다시 한번 생각할 여지를 던지는 작품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의 <소년심판>이다.

법정에 선 심은석 판사(사진=넷플릭스).


■ 피해자와 가해자, 양극단을 대변하는 인물들

<소년심판>은 가상의 소년 심판부를 배경으로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와 소년범의 교화와 갱생 가능성을 믿는 차태주 판사(김무열 분)가 이야기를 힘 있게 끌어나간다.

심은석 판사는 행동이 낳은 결과에 주목한다. 철저히 사실 관계와 이성에 입각해 죄를 저지른 소년범에게 처분을 내리는 인물이다.

모종의 사건으로 '소년범을 혐오'하게 된 심 판사가 소년범에 대한 여론을 대변한다면 차태주 판사는 보다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소년범' 당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는 인간의 선한 면을 믿는, 그야말로 그린 듯한 인물상이다.

서로 전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정반대의 인물들은 때론 부딪치고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과정에서 미묘하게 변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 또한 극의 묘미 중 하나다.

소년범을 설득하는 차태주 판사(사진=넷플릭스).


■ 사회는 어떻게 '소년범'을 만들어내는가

심은석 판사와 차태주 판사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단 점차 시야를 넓혀가며 그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들과 근본적인 원인을 조명한다.

인간이 태어나 가장 먼저 속하게 되는 사회는 '가족'이다. 부모라는 울타리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최전선이다. 보호자의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의해 울타리 밖으로 나온 아이는 가장 손쉽게 노려지는 타깃이 된다.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 나온 가출 청소년이 만나게 되는 건 십중팔구 같은 처지의 가출 청소년들이 모인 가출팸이나 친절한 어른을 가장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범죄자들이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집단폭력, 성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되고 물들어가며 무뎌진다.

소년 한 명의 타락에는 무수한 비명에 귀를 막은 이웃과 멍과 상처를 외면한 학교, 성매매와 불법 유흥 산업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어른, 직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찰, 솜방망이 처분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법부 등 수많은 공범이 존재한다.

감히 사람을 해하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감히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소년심판>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심 판사의 입을 빌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짧고 명확하게 시청자들에게 날아가 꽂힌다.

"범죄를 저지른 것은 결국 소년범이나, 우리 모두 소년범을 만들어낸 잘못을 피해 갈 순 없다"

소년범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사진=넷플릭스).


■ 그 무엇보다 현실에 가까우나 먼

<소년심판>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그 어떤 작품보다 촉법소년을 둘러싼 현실을 가장 가깝게 담았지만 동시에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도 하다.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믿어주는 어른, 가해자가 저지른 죄의 무게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판사,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실현 가능성이 0에 가까운 판타지다.

동화의 결말처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이미 뿌리 깊은 곳까지 썩어 있다. 이는 <소년심판>의 시즌2가 기대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문제점을 잘 짚었고 낙관적인 전망도 충분히 내놨다. 여기서 후속작이 나온다면 불행 전시밖에 더 되겠느냐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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