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높아져만 가는 마블의 진입 장벽, <팔콘과 윈터솔져>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팔콘과 윈터솔져>

이민주 승인 2021.11.28 11:15 의견 0
<팔콘과 윈터솔져>의 한 장면. 사진 IMDb


[OTT뉴스=이민주 OTT 평론가] 필자는 마블의 엄청난 팬이다.

지금까지 마블에서 나온 모든 영화를 다 봤고, 국내에 디즈니 플러스가 론칭하자마자 가입을 했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해서 처음으로 본 콘텐츠가 바로 <팔콘과 윈터솔져>였다.

나는 거의 정주행하다시피 이 드라마를 해치워버렸다.

마블 세계관의 또 다른 퍼즐 조각이라는 존재감만으로도 내가 이 드라마를 재미있다고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오늘 마블을 향해 쓴소리를 하려고 한다.

드라마를 즐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던 찜찜함의 원인, 바로 마블의 '불친절함'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블 세계관에서 캡틴의 방패가 지닌 의미는 매우 크다. 사진 IMDb


<팔콘과 윈터솔져>는 타노스가 전 세계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버린 사건인 '블립'이 있은 지 5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마블 세계관에서 '블립'은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었다.

인구의 절반이 사라지며 국가라는 개념조차 모호해지고, 엄청난 상실감이 사람들을 압도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드라마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를 통해 마블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과연 사라진 캡틴 아메리카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이나 악당으로 그려지는 '플래그 스매셔'의 악행 동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와칸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도라의 복장을 보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진 IMDb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국의 미디어 학자인 헨리 젠킨스가 자신의 저서 <컨버전스 컬쳐: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충돌>에서 소개한 이 개념은, 하나의 스토리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며 각각의 새로운 텍스트가 전체 스토리에 분명하고도 가치있는 기여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마블에서 생산되는 영화, 드라마, 코믹스 등의 텍스트들이 마블 세계관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를 구축하는 데에 각각 기여한다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론 이 개념이 마블의 사례에 적확하게 들어맞는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블의 스토리 구축 방식을 설명하는 하나의 좋은 도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헨리 젠킨스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드라마를 즐길 수 있어야 하며, 그 역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상품이든지 개별로 존재해야 하며 전체 프랜차이즈의 입구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넘나들며 하나의 스토리를 읽어나가도록 하는 이런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풍부한 경험을 하도록 만들고 결국 프랜차이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즉 영화를 통해 마블 세계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찾아보고 코믹스를 읽어보게끔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팔콘과 윈터솔져>의 한 장면. 사진 IMDb


다시 <팔콘과 윈터솔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과연 이 드라마는 마블 프랜차이즈의 입구가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이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한 세계관 속에 너무나도 거대한 사건을, 모든 시청자가 당연히 안다는 듯이 전제로 하고 스토리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블을 처음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체 세계관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그 노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온갖 마블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관객들은 그 모든 콘텐츠를 소화하며 마블 세계관을 이해하려고 할까?

이미 마블 세계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팬으로서 <팔콘과 윈터솔져>를 비롯한 디즈니 플러스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반갑지만, 한편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마블을 즐기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마블의 진입 장벽이 계속해서 높아진다면 결국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영화를 접한 팬들은 존재하지만 새로 유입되는 팬들은 적은 그런 프랜차이즈 말이다.

부디 마블 세계관을 구축해 낸 케빈 파이기의 뛰어난 계획 속에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담겨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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