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징어 게임>, 전에 없던 '한국형 데스 게임'의 신선함과 아쉬움

김지연 승인 2021.10.29 14:43 | 최종 수정 2022.05.28 13:23 의견 0
<오징어 게임> 대표 이미지.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김지연OTT평론가] <오징어 게임>을 향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과 한국적인 어린이 놀이의 결합이라는 소재 자체가 주는 신선한 긴장감이 일차적인 매력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 치기', '오징어 게임' 등 외국 시청자들에겐 낯선 게임이 흥미를 불어 일으키고, 한국 시청자들에겐 유년 시절의 동심을 자극하는 놀이와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의 결합이 신선함을 준다.

<오징어 게임>이 역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유명 토크쇼 '지미 팰런쇼'에 출연한 <오징어 게임> 출연자들. 사진 유튜브 캡처

◆ 마이너한 소재에 대중적 공감을 불어넣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오징어 게임>은 공중파 방송에선 쉽게 다루기 힘든 소재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일단 한번 보게 만드는 힘이 강하다.

독특한 소재가 일단 한번 보게 했다면, 끊임없이 자극적인 장면들은 오락적인 재미가 확실해 시청을 계속하게 한다.

죽고 죽이고, 속고 속이는 모습들이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요즘 시청자들을 만족시킨다.

여기에 동심을 자극하는 알록달록한 배경이 잔인한 게임과 대비되며 시각적인 재미를 배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은 조금 마이너 할 수 있는 이 '데스 게임'이라는 장르를 대중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자극적이고 독특한 소재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적 코드와 부의 불평등이라는 보편적인 코드를 첨가해 대중적인 공감을 더한 것이다.

<신이 말하는 대로>, <배틀 로얄> 등 비슷한 장르의 일본 영화들에는 대부분 '참가자들이 이 게임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할만한 서사가 배제돼 있다.

이런 영화들은 오락적인 재미는 있지만,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설정이라 감정 이입을 하기엔 힘들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큰 빚을 지고 들어와 인생 역전을 위한 상금을 노리고 게임에 참여한다.

일확천금을 따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현실이 팍팍한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이 게임은 공감할 수 있는 몰입의 대상이 된다.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을 드라마의 설정에 녹여낸 것이다.

마이너한 데스 게임 소재에 보편적 코드를 섞어 대중적 공감을 만들어낸 <오징어 게임>. 사진 유튜브 캡처

◆ <오징어 게임>만의 특별한 서사

<오징어 게임> 여타의 데스 게임 장르와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형사 준호(위하준 분) 캐릭터에 있다.

지금까지 생존 게임 콘텐츠들은 대부분 참가자들의 입장을 다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실종된 형의 행방을 찾기 위해 주최 측에 침투하는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참가자뿐만 아니라 주최 측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 가지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이 인물 각각에 이입할 수 있는 서사를 보여준 점도 인상적이었다.

<오징어 게임>만의 독특한 설정은 게임 참여의 자발성일 것이다.

참가자들은 언제든 민주적인 투표방법을 통해 게임을 중단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발성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메인 캐릭터 개개인의 사연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장치가 됐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자신들이 단순한 게임이 아닌 목숨을 건 생존 게임에 참여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참가자들은 큰 충격에 빠지고, 한 표의 근소한 차이지만 투표를 통해 게임을 중단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은 게임보다 무서운 현실을 마주하고 결국 스스로 다시 게임 속으로 돌아온다.

기훈(이정재 분)은 아픈 어머니의 치료비가 필요하고, 새벽(정호연 분)은 북한에 남아 있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 동생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하며, 상우(박해수 분)는 어머니의 소중한 가게까지 날려버린 자신의 빚을 갚아야만 한다.

드라마는 이러한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참가자들이 이 미친 게임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를 설명함과 동시에,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준호(위)와 프론트맨(아래). 주최 측을 쫓는 준호 캐릭터는 데스 게임 장르에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었다. 사진 유튜브 캡처

◆ 너무 단순화된 게임과 아쉬운 캐릭터들

<오징어 게임>에도 아쉬움은 존재한다.

앞서 말했던 참신한 소재의 경쟁력을 100% 살리진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게임 장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 게임을 풀어나가는 참가자들의 전략일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두뇌 게임에 시청자들은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충분히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놀이들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

특히 마지막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의 가장 간판이 되는 콘셉트인데, 술래의 눈을 피해 암행어사를 성공하는 긴장감 넘치는 과정을 모래 뿌리기라는 다소 맥 빠지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후에도 오징어 게임은 진흙탕 육탄전으로만 진행되어 더 긴장감 넘치는 파이널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캐릭터 사용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미녀(김주령 분)와 덕수(허성태 분) 캐릭터는 게임의 긴장감을 높이긴 했지만,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숱하게 소비돼왔던 캐릭터를 답습하는 데 그쳤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새벽 역시 캐릭터의 매력에 비해 너무 싱거운 결말을 맞이했다.

배우의 독보적인 마스크와 전에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캐릭터 설정은 새벽을 드라마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로 만들었다.

하지만 새벽은 그 강렬함에 비해 게임에서 별 활약 없이 너무 갑자기,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특히 미녀 캐릭터를 둘러싸고 국내에선 논란이 뜨거웠지만, 젠더 이슈 논란을 차치하고 콘텐츠의 재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오징어 게임>이 다소 클리셰적이라는 평을 듣는 데엔 이러한 정형화된 캐릭터와 전개 방식이 하나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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