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우리는 조금 특별한 존재가 된다.
기괴한 분장을 하고 그에 걸맞는 특이한 의상을 찾아 입는다.
모두가 악령이 되는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켈트족 달력에는 10월 31일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이날 이들은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는 축제를 벌였는데, 이때 인간 세계에 올라오는 악령이 자신들을 해할까 두려워 겉모습을 꾸몄다.
이 문화로부터 지금의 핼러윈이 출발했다.
악령이 우리를 같은 악령이라 착각하도록 분장하던 것이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의 원류인 것이다.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우리의 곁에 존재한다는 상상은 오래전부터 온갖 판타지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 왔다.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이트 티스> 역시 그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우린 항상 너희 곁에 있다. 바로 코앞에 살고 있는데 너희는 전혀 모른다.'
화려한 밤을 지닌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뒤편에는 뱀파이어 세력과 인간 세력의 휴전 협약이 있다.
끝없는 싸움에 지친 두 세력은 평화를 위해 보일하이츠에서 손을 잡았다.
협약의 조건은 총 세 가지였다.
존재를 들키지 말 것, 합의한 상대만 흡혈할 것, 허가 없이는 절대 보일하이츠에 들어오지 말 것.
그리고 이야기들이 흔히 그렇듯, 이 협약이 깨지며 영화는 시작된다.
도시를 집어삼키려는 야심에 찬 뱀파이어 빅터(알피 앨런 분)가 인간을 멋대로 사냥한 것이다.
그중에는 휴전 협약을 관리하는 인간 제이(라울 카스티요 분)의 연인도 있었다.
주인공 베니(조지 렌더보그 주니어 분)가 형 제이의 운전기사 일을 대신 맡게 됨으로써 그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딘다.
동이 틀 때까지 고객을 여러 장소로 데려다주는 일이었다.
제이는 '20대 감독 지망생이 퍼마시러 가는 길'이라고 했지만, 베니의 차에 탄 고객은 뱀파이어 조이(루시 프라이 분)와 블레어(데비 라이언 분)였다.
빅터와 뜻을 같이하던 그들은 자신들을 쫓는 제이를 살해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뱀파이어들의 인질이 된 베니는 그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나이트 티스>는 장르적 쾌감에 집중한 영화다.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뱀파이어' 소재를 충실히 활용했다.
조이와 블레어, 그리고 그레이스(메간 폭스 분)를 포함한 뱀파이어 인물들의 화려한 외모가 돋보인다.
뱀파이어물의 공식 역시 요긴하게 사용한다.
누군가가 문을 열어 주어야만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고, 햇빛을 받으면 몸이 불타며, 뱀파이어의 피를 마시면 같은 존재로 변한다.
이러한 장르의 특성에 힘입어 작품은 시각적인 연출에 집중했다.
베니가 조이와 블레어를 태우고 달리는 밤거리는 줄곧 화려하고 휘황찬란하다.
조이와 블레어가 들르는 클럽과 호텔, 그리고 빅터의 펜트하우스까지 눈길을 온통 사로잡는다.
이렇게 비주얼에 집중하느라 캐릭터를 살릴 이야기를 단단하게 설계하지 못한 것이 작품의 결점이다.
먼저 빅터가 세계 정복의 야심을 품었다는 설정을 증명할 연출이 부족했다.
휘하의 부하들이 나타나지 않는 데다, 연인 조이 역시 가는 곳마다 공격당하기 바빴다.
야심 찬 계획이 매번 차질을 빚었고, 제이가 뱀파이어들의 목숨을 구해주는 등 허술한 면도 존재했다.
제이가 햇빛을 이용해 빅터와 조이를 죽이고 블레어가 그를 뱀파이어로 되살리는 결말 역시 즉흥적인 면이 강하다.
그래서 <나이트 티스>는 핼러윈을 맞아 무난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킬링 타임'용 영화로 적합하다.
숨겨진 복선을 찾고 이야기 구조를 치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없는, 그저 생각을 비우고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번 핼러윈은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로스앤젤레스의 밤거리를 베니와 함께 달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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