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민주 OTT 평론가] 두 팔을 쭉 뻗고 느릿느릿 걸어 다니던 좀비들이 달리기 선수처럼 뛰어다니고, 기껏해야 TV에서나 기어 나오던 귀신이 온갖 디지털 기기 속에서 활동하는 시대.
바야흐로 2021년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할로윈을 맞게 되었다.
귀신과 괴수도 시대에 맞게 발전을 하는데 우리가 할로윈에 즐기는 콘텐츠도 슬슬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호박이나 얼굴에 가면을 뒤집어쓰고 전기톱을 휘둘러대는 살인마는 조금 식상해질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이다.
새로운 소재, 참신한 내용, 발전된 영상 기술을 활용한 최신식 할로윈 콘텐츠를 즐길 때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 이번 할로윈을 위한 선물 세트 같은 콘텐츠가 등장했다.
바로 넷플릭스 <오츠스튜디오>이다.
<오츠스튜디오>는 영화 <디스트릭스9>, <엘리시움>의 감독인 닐 블롬캠프가 제작한 단편 영화들을 모아놓은 콘텐츠이다.
그런데 각각의 단편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소재가 모두 신선하다.
영화에는 인류 멸망 이후의 세계가 그려지거나 초자연적 존재나 괴수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배우의 연기로, 때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이 기괴한 세계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전에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다.
영화 속 이미지들은 다소 과잉되어 있는데 그로테스크한 과장, 극단적인 기계주의, 신체의 해체 등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영화를 보다 '데카당스(Decadence)'라는 말이 떠올랐다.
기괴한 소재에 대한 탐닉과 이상한 것에 대한 집착 같은 것들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미지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여 상당히 세련되게 구현된다.
세련된 기술로 구현된 기괴한 이미지라니. 이 얼마나 신선한 조합인가.
영화를 보다 보면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기독교적 상징인 듯하면서도 민간 신앙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소재가 등장하고, 구원자인지 악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때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미지의 존재와 인간의 위상이 뒤바뀐다.
다소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연출인 것은 사실이지만, 낯설다는 것은 곧 새롭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 않은가.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한 수많은 공포물들에 질려버려 이제는 초반부만 봐도 내용이 다 예측되는 사람들에게 <오츠스튜디오>는 이번 할로윈에 놓치지 말아야 할 콘텐츠이다.
기괴한 느낌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간중간 삽입된 단편 영화 중에는 블랙코미디도 있기 때문이다.
역시 그 수위에 있어서는 결코 낮지 않지만, 그래도 그로테스트한 괴수의 외모에 속이 안 좋아질 때쯤에 머리를 환기하는 데에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
다만 러닝 타임이 다른 영화에 비해 훨씬 짧은 편이라 내용이 다소 빈약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니 꺼림칙한 느낌이 영 가시지 않는다면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을 추천한다.
할로윈 기간 동안 <오츠스튜디오>의 모든 영화를 천천히 즐기는데 시간은 충분할 테니까.
지금까지 <오츠스튜디오>에 대해 소개했다.
잔인하거나 기괴한 것을 즐기지 않는다면 추천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공포물에 익숙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 즐거운 할로윈 보내시기를.
<오츠스튜디오>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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