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전여진 OTT 평론가]
◆ 술잔을 기울이며 보는 OTT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새콤달콤>
밤하늘 아래 노원의 어느 술집.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네 여자가 둥근 테이블에 빙 둘러앉았다.
같은 학교를 졸업해 지금은 공단에서 근무하는 현주(가명)부터 중소기업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서영(가명),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격증 공부하며 이직 준비 중인 윤서(가명), 영화관에서 알바하는 취준생 여진(나)까지.
교복을 벗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떡볶이 대신 바지락 술 찜을, 환타 대신 소주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의 말 못 할 고민이 늘었다는 것.
술이 들어간 자리가 으레 그렇듯이 꼴 보기 싫은 놈의 뒷담화와 연애 이야기가 대화의 주를 이루었다.
비슷하지만 질리지 않는 연애 이야기가 오가던 중 우리 중에 다방면으로 호기심이 많은 서영이가 입을 열었다.
"콩깍지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기 위해 잠깐의 정적이 찾아오고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100일! 100일이 지나고 나서 헤어지는 커플이 꽤 많거든."
"6개월! 일 년이 뭐야, 반년만 돼도 볼 장 다 보지! 그 이후부터는 콩깍지가 벗겨진 진짜 사랑인 거야"
"면도를 안해도 그렇게 멋있었는데, 1년 지나니 보기 싫긴 하더라"
"내가 생각하기에는 2년. 2년은 지나야 상대방 본성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상대가 뭘 해도 이뻐 보이는 콩깍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모두의 결론이었다.
■ 달콤한 사랑의 맛, 썸부터 연애까지
6월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새콤달콤>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부 이야기인 <새 운동화 이야기>는 병원에 환자로 온 이장혁(이우제)와 간호사 다은(채수빈)의 만남을 보여 준다.
무뚝뚝한 다른 간호사들과 달리 '혁이 오빠~'라고 부르며 친절하게 간호하는 다은에게 장혁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는 사실, 모두 알지 않는가.
장혁은 잠이 부족한 다은을 위해 틈틈이 잠을 자도록 배려하고, 먹을 것을 주며 응원한다.
그런 장혁의 마음을 받아준 것일까?
다은은 장혁을 집에 초대하고, 그 후로 둘은 연인 사이가 된다.
썸에서 시작해 연애라는 출발선에 서기까지 둘의 꽁냥거림을 보고 있노라면 귀여운 둘을 응원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로맨스 영화를 보는 건 대리 설렘을 느끼기 위해서 아닌가.
판타지 같은 말이지만, 연애하면 모든 것을 제치고 상대방이 내 인생의 1위가 된다.
온 세상이 핑크빛인 둘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애하면 상대방이 내 인생의 1위가 된다는 말이 사실임을 보여주듯, 얼마 전 연애를 시작한 현주가 핸드폰을 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분명 남자친구에게 전화하기 위함이라.
"좋을 때다. 좋을 때야!"
갑작스럽게 끊긴 대화에 빈 술잔을 채우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화장을 고치고 있는데 오늘 유난히도 말이 없던 윤서가 바람을 쐬자 했고, 우리 둘은 밖으로 나갔다.
시간은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고, 바깥바람은 조용하고 차가웠다.
비흡연자였던 윤서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내가 놀라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별거 아니란 듯이 이야기했다.
"이거 전자 담배야."
윤서는 담배 연기와 함께 차마 술자리에서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 남친이랑 헤어졌다."
이제 막 1년하고 6개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윤서의 표정과 옷차림새로부터 추측할 수 있었다.
어두워진 표정, 듬성듬성 벗겨진 네일, 검은 뿌리가 자란 갈색 머리, 허벅지가 꽉 끼는 검정색 트레이닝 바지.
6개월 전에 윤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상사의 갑질과 밤낮없이 일하는 근무환경 때문이었고, 스스로 강철 멘탈이라 자부하던 윤서는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얼마나 됐어?" "일주일"
위로하기 위해 무슨 말이든 건네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 커플의 탄생부터 지켜봐 왔기에 더욱더 남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안 됐네."
"그게 그렇게 되더라. 나는 6개월 넘게 백순데 오빠는 일 다니고. 괜히 자존심 상하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서로 지치고..."
윤서는 고개를 떨군 채 그동안의 상처를 줄줄 내뱉었다.
매일 통화해도 설레고,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과정은 연애 초기에나 겪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현실 연애의 종점은 두 갈래로 갈린다.
결혼 혹은 이별.
그리고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헤어짐을 택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당연하고 흔한 일이지만 그런데도 사랑이 식는 과정은 아프다.
■ 새콤한 사랑의 맛, 권태기부터 이별까지
2부 이야기인 <헌 운동화 이야기>는 콩깍지가 벗겨진 둘의 모습이 나온다.
1부가 판타지 같은 연애 초기의 모습을 다루었다면 2부는 보다 현실적인 연애 후반의 모습을 다룬다.
커플들이 권태와 갈등을 겪는 문제는 다양하지만, 장혁(장기용)과 다은의 갈등 원인은 '장거리'다.
장혁이 대기업 파견직으로 들어가며 본격적인 장거리 연애가 시작되는데, 잦은 야근과 3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수면 탓에 둘은 삐걱댄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을 녹여낸 필름을 보고 있노라면 이 커플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결국, 둘의 연애는 '누가 먼저 종료를 외치느냐'만 남은 파국까지 치닫는다.
연애뿐만 아니라 배경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3교대 근무와 엄격한 위계질서 문화가 자리잡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다은과 파견으로 들어간 대기업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 매일 야근하며 발버둥 치는 장혁을 보며 언뜻 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돈으로 정산 안 되는 초과근무와 갈굼에 익숙한 나는 광장에서 이렇게 외치고 싶다!
"워러밸(Work and Love Balance)을 지켜달라!"
"여기 진로 하나요!"
모두가 윤서의 이별 소식을 알게 되었고,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주와 함께 삼켰다.
나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빈 소주잔을 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성공해! 성공해서 더 좋은 남자 만나자!"
이어 냉소적이고 이성적인 현주가 거들었다.
"일단 자격증 시험부터 붙고 그 이후에도 미련이 남으면 잡아. 그전까지는 연락 와도 받지 말고"
술에 약한 서영이도 거들었다.
"결국, 이별인데 연애 뭐하러 하는지..."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윤서는 쓰디 쓴 소주를 벌컥 들이키곤 입을 열었다.
"야!"
취한 사람의 정신이 번쩍 돌아올 만큼 크고 묵직한 외침이었다.
놀란 서영이가 토끼 눈을 하고 윤서를 끔뻑끔뻑 바라보았다.
"...그래도 좋아. 연애."
윤서의 용기 있는 발언에 감명받은 '나'는 소주 한 병 더를 외쳤고, 바닥은 빈 소주병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주가 쓰기만 한 건 아니듯이, 우리의 사랑도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콤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단짠단짠이 진리이듯, 우리가 사랑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사랑은 새콤달콤하기 때문이다."
'억' 소리 나는 반전이 가미된 사랑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새콤달콤>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