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자들의 안 미친 이야기, <이 구역의 미친 X>

카카오TVㆍ넷플릭스, <이 구역의 미친 X>

박다희 승인 2021.06.11 07:00 | 최종 수정 2022.04.25 15:14 의견 0
이 구역의 미친 X> 포스터. 사진 카카오TV


[OTT뉴스=박다희 OTT 1기 리뷰어] 어딘가 낯선데 신선하고, 이상하게 공감 가서 자꾸 끌리는 드라마가 나타났다.

드라마 속 여자는 자꾸 화를 돋우고, 남자는 시종일관 짜증 내며 분노한다.

제목처럼 강렬한 캐릭터들로 시선을 끄는 <이 구역의 미친 X>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강력반 형사 노휘오(정우 역)와 각종 망상 및 강박에 시달리는 분노 유발자 이민경(오연서 역)의 코믹 로맨스를 담고 있다.

과연 로맨스가 될까 싶을 정도로 격하게 다투는 이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서로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 한편으로는 짠하다.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민경(좌)과 분노를 참지 못하는 휘오(우). 사진 넷플릭스 캡처


그러면서도 분노할 만한 상황에 대차게 분노하는 휘오의 모습은 일종의 대리 만족을 준다.

사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집에서 그리고 뉴스에서까지 '분노'할만한 상황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그러나 함부로 분노했다간 어떤 불이익이 따를지 모르고, 그 어떤 상황에도 인내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현실에 수긍한 우리는 각자의 분노를 삭이고 잠재운다.

반면 '분노도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억지로 누르지 않고, 화를 내되 건강하게 내는 것이 중요하다'던 극중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휘오는 비록 그 방식이 다소 과격해 문제가 되었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했다.

이는 물론 휘오의 분노가 절대 타인을 향해 표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용인 가능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화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이를 격하게 표현할 뿐이다.

자신의 화를 컨트롤하지 못해 정직 및 파혼까지 당한 휘오와 세상과 담쌓은 채 타인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의심하는 민경의 모습이 자칫 '비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사실 마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누구보다 '정상'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다.

특히 휘오는 목욕탕 키를 전자발찌로 오해받아 성범죄자로 몰리거나 함정수사를 위해 한 여장 때문에 변태로 찍혀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등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분노할 만한 상황에서 분노하는 휘오의 모습을 마냥 '비정상'으로 보긴 어렵다.

헬맷남에게 겁먹어 휘오에게 도움을 청한 민경. 사진 넷플릭스 캡처


민경 역시 끝없이 남을 의심하고 오해하며 분노를 유발하고 있지만 사람에게 배신당한 트라우마로 인해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한 채 제 한 몸 지키기 위해 꽁꽁 문 닫고 사는 모습을 '비정상'이라 단언하긴 어렵다.

더군다나 '여자 혼자 사는 집'이 각종 흉악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쉬운 요즘, 수상한 남자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벌벌 떠는 그녀의 모습은 굳이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민경이 두려워한 헬맷남의 실체는 아이들을 위해 국자맨으로 깜짝 변신한 가정적인 아빠였지만 일단 조심하고 봐야 하는 흉흉한 사회 분위기 속 민경의 반응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휘오와 민경 캐릭터는 저마다 마음의 병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조금 과장해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민경에게 호신술을 가르쳐주는 휘오. 사진 넷플릭스 캡처


그래서인지 서로 열 내고 피해 다니며 얼굴 붉히는 사이였다가 점점 로맨스의 형태로 물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반강제적이었지만 부녀회원들과 방범을 돌고, 동네를 불안에 떨게 했던 변태 바바리맨을 검거하는 휘오의 무심한 활약으로 민경은 그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고 함께 먹을 밥을 배달시키거나 그에게 호신술을 배우는 등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험난한 세상 속 각자의 아픔을 지닌 채 연대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공감과 응원을 불러일으키며 다시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을 그들의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

한 편에 약 30분 정도의 길지 않은 분량으로 가볍게 휘리릭 볼 수 있는 <이 구역의 미친 X>는 카카오TV와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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