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모두 '야인'이었다, <야인이즈백>

카카오TV, <야인이즈백>

이현우 승인 2021.06.01 09:24 의견 0
<야인시대>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배우 안재모와 개그맨 이진호. 사진 카카오 tv


[OTT뉴스=이현우 OTT 1기 리뷰어] 약 20년 전, 최고 시청률 57%를 기록하며 전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드라마 <야인시대>가 있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야인시대>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유의 개성 있는 캐릭터와 대사 등으로 인해 웹상에서 젊은이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내가 고자라니', '4달라' 등의 대사들은 대중적인 '밈(meme)'으로 자리 잡아 각종 합성물과 CF에서 활용될 만큼, 오늘날 <야인시대>는 그 유희적인 요소들로 인해 젊은 층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가 됐다.

<야인이즈백>은 드라마 <야인시대>가 생산한 각종 밈(meme)들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 예능이다.

<야인시대>의 주인공 김두한 역을 맡았던 배우 안재모가 개그맨 이진호의 채널 '킹두한TV'에 함께 참여한다는 내용으로, 과한 설정과 현실의 괴리를 통해 웃음을 주는 B급 감성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머리를 다친 배우 안재모가 진짜로 본인이 과거에 연기했던 김두한으로 스스로를 착각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2021 야인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주목할 만한 하나의 요소는 개그맨 이진호다.

이진호는 과거 영화 <타짜>를 재조명하면서, 특유의 밈(meme)을 활용해 매니악한 팬들의 취향을 저격했던 바 있다.

콘텐츠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디테일한 요소들을 끄집어내 색다른 공감을 이끌어 냈던 이진호의 이러한 시도는, 영화 개봉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곽철용' 캐릭터의 붐을 일으켜 콘텐츠의 2차 부흥을 만들어냈다.

<야인이즈백> 역시 <타짜>의 그것처럼 매니악한 b급 감성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프로그램의 장점을 부각시킬 이진호의 존재감이 크다.

종로 경찰서 앞에서 자신의 라이벌 '미와 경부'를 찾는 김두한(안재모). 사진 카카오tv


<야인이즈백>이 웃음을 전달하는 방식은 주로 '김두한'으로 분한 안재모의 행동과 모습을 조롱하는 것에서 이뤄진다.

<야인이즈백>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은 '21세기 부활한 김두한'이라는 이 프로그램의 컨셉을 뒷받침하기에 최적이다.

종로 광장시장을 찾아가 상인들에게 특별히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며 자비를 베풀거나, '마약김밥'을 보곤 본인이 지키고 있는 구역에서는 마약을 거래할 수 없다며 분개하는 안재모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다큐멘터리라는 진지한 형식과 대비되며 웃음을 배가한다.

특히 주어진 역할에 정신없이 몰두하다가도 문득 자신의 처지에 '현타(현자타임)'를 느끼며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는 안재모의 모습에서, 현실과 컨셉을 넘나들며 웃음을 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장르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야인이즈백>은 최근 김두한의 형님 '쌍칼'을 등장시키며 <야인시대>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종로바닥을 휘어잡던 조폭 두목 쌍칼이, 20년이 지난 지금 광장시장 바닥에 앉아 '장미칼'을 팔고 있다는 황당한 설정이 주는 B급 감성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김두한의 부하 '문영철'의 애인으로 나왔던 배우 조여정의 근황을 묻는다던가(어쩌다가 '기생충'이 되어버렸냐고 걱정하는 지독한 설정을 보여준다), 결정적인 순간에 <야인시대>의 bgm을 활용하는 지점들은, <야인시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한다.

또한 이미 '문영철', '나미꼬'와 같은 캐릭터들과의 만남이 예고된 만큼, <야인시대>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근황을 만나보는 즐거움 또한 기대된다. 이른바 <야인시대> '종합선물세트'다.

20년 만에 재회한 쌍칼(박준규)과 김두한. 사진 카카오tv


한 때 <야인시대>에 빠져 김두한을 응원해봤던 사람들이라면, <야인이즈백>을 통해 그들을 추억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만큼, 그 때처럼 날렵하거나 멋지지 않고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모습만 보여줄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시절, 우리 모두를 '야인'으로 만들어주었던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야인시대>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이 콘텐츠는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추억 속 야인들의 반가운 모습을 카카오tv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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