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티빙 '나빌레라'

티빙, <나빌레라>

전여진 승인 2021.04.01 15:35 | 최종 수정 2021.12.05 21:57 의견 1
나빌레라 포스터. 사진 tvN


[OTT뉴스=전여진 OTT 1기 리뷰어] "저는 커서 작가가 될 거예요."

고등학교 상담실에서 내뱉은 이 말의 파급력은 마치 핵폭탄급이었다.

문제 하나를 더 풀어야 대입 판로가 결정 나는 마당에 꿈만 쫓는 문제아를 상대하는 선생님들의 반응은 두 종류였다.

"돈 안 되니 포기하고, 현실을 직시해라"란 냉정한 대답과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꿈이 중요하다"란 응원의 대답.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여러 번의 공모전 수상이 있었지만, 이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았고 그 결과 나는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여기,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해야 했던 한 남자가 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은퇴한 우편 집배원 '심덕출'.

칠순을 앞두고 우연히 발레리노 '채록'을 본 뒤 덕출은 오래된 꿈이 하나 떠오른다. 그것은 바로 발레!

교습소에 매일같이 가 간절히 빈 끝에 채록은 덕출에게 발레를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단, 시험을 통과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일흔이란 나이에 발뒤꿈치를 들고 1분을 버티기는 쉽지 않다. 영 말을 듣지 않는 몸이지만 덕출은 땀을 뻘뻘 흘리며 노력한다.

그렇게 일주일 뒤, 못할 것 같던 시험을 통과하고 70세 노인 덕출은 23세 청년 채록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우게 된다.

발레를 배우는 덕출 사진 tvN

덕출이 처음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저러다 말겠지, 곧 있으면 그만하겠지!' 하며 코웃음 쳤다.

그러나 덕출은 초보자도 어려운 동작을 1분이나 해내며 테스트를 통과한다.

'넷플릭스'에서 매주 월, 화 공개되는 <나빌레라>는 현재 업로드된 2화까지만 시청했는데도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일흔의 나이에도 발레를 배우겠다며 매일같이 교습소를 방문하고 구매한 발레복을 화장실에서 입고 포즈를 취하는 덕출에게선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얼마나 노력했을까? 나는 과연 진심일까?' 하는 생각이 들며 부끄러워진다.

드라마를 보며 한편으론 세르반테스의 소설인 <돈키호테>가 떠올랐다. '꿈꾸는 기사'인 돈키호테는 지나친 꿈을 추구하다 현실에 의해 결국 꿈을 깨버린다.

하지만 <돈키호테>가 전 세계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사람들 가슴에 묻어 놓은 꿈(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만을 바라보면 로봇처럼 기쁨도 행복도 느낄 일이 없다. 반면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목표가 있기에 늘 행복하다.

물론 그 꿈이 너무 지나치면 돈키호테처럼 꿈만 꾸다 인생이 끝나겠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꿈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 아니겠는가.

길을 걷는 덕출과 채록. 사진 tvN


얼마 전 고교 동창을 만났다. 동창은 내게 "요즘은 글 안 써?"라고 물었다.

내가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줄곧 옆에서 봐온 친구였다.

"공모전은 쉬고 요즘은 OTT 리뷰 쓰고 있어"

그걸로 괜찮냐는 질문에 떳떳하게 대답했다.

"작가로 밥은 못 먹어도, 디저트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꼭 성공한 상위 1%가 돼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순수하게 글이 좋았던 나를 가끔 잊게 된다.

남의 시선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 쓰는지 원.

덕출을 보며 내가 가진 꿈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나빌레라는 '나비 같다'라는 의미다.

꿈을 향해 날갯짓하는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박인환, 송강 주연의 드라마 <나빌레라>는 tvN 드라마로, 넷플릭스에서 매주 월, 화 공개 중이다.

슬럼프에 빠진 발레리노 채록이 덕출과 함께 발레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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