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어린 시절을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와 함께 하며, 마지막 완결에 눈시울을 붉혔던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인형과 함께하는 시간엔 반드시 이별의 시간도 찾아온단 걸.
여기 그 이별의 시간을 '토이 스토리'와는 비슷하지만, 또 다르게 조명한 작품이 있다.
올리라는 인형을 잃어버린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 빌리라는 친구를 잃어버린 인형 올리의 이야기, 작품 '로스트 올리'이다.
◆영화 '메멘토'처럼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상자에 담겨 중고품 가게에 넘겨지고 있던 인형 올리.
어찌 된 영문인지 기억은 전혀 나질 않고, 가게 주인 할머니는 순식간에 올리의 귀에 바코드 택을 찍어버린다.
아픈 귀를 잡고 생각나는 것은 단 하나, 친구 빌리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것.
중고품 가게에서 홀로 어쩔 줄 몰라 하던 올리는 도와주겠다는 인형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과 같이 올리의 기억은 분할되어 있고, 뒤죽박죽 섞여 있다.
"제 기억은, 뭐랄까... 통제할 수 없는 물 같아요.
제멋대로 왔다가 사라져요."
그런데도 올리는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이 했던 것처럼 일단 기억나는 걸 마구잡이로 그린 후 조합해보기로 한다.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처럼
올리는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빌리 찾기 여정'을 떠나지만, 동시에 잊고 있었던 기억들도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늘 빌리의 손에 들려 있었던 인형 올리는 사실 빌리의 가족 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
비록 어린아이와 같은 인형의 시선이었지만, 빌리네의 불행한 사정 정도는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오은영 박사님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다 보면, 아이를 곁에 두고 어른들끼리 이야기하거나 싸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어른은 아이가 어려서 기억도, 인식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저지르는 행동이지만 사실 아이는 은연중에 다 느끼고, 알고 있다.
이처럼 인형 올리는 빌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집안의 모든 사정을 여기저기서 관찰할 수 있었다.
어른들은 올리가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억상실에 걸린 올리는 빌리네의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억들도 함께 떠오르게 된다. 빌리네의 불행했던 과거 사건까지.
동시에 올리는 자기 머리가 왜 기억상실을 택했었는지에 대한 괴로운 진실마저 마주하게 된다.
◆우디, 버즈와는 다른 사랑의 모습
본 작품에서는 올리와 함께 떠난 친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다루고 있다.
바로 인형들의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면 비슷한 작품 ‘토이 스토리’에선 장난감들의 우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토이 스토리'에서도 사랑을 다룰지언정, 잠시나마 보였던 그 사랑은 사실 우정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았을까?
인형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다는 것, 그건 이 뜨거운 마이너의 향기를 풍기는 ‘로스트 올리’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가슴 아프게도 ‘로스트 올리’ 속 인형들은 행복과 용기보다 슬픔과 좌절을 더 많이 겪는다.
마치 출연하는 캐릭터들은 귀엽게 디자인했지만, 어린이를 위한 작품은 전혀 아니라는 듯 말이다.
그래서인지 보고 나면 장롱 속 오랫동안 파묻혀 있던 옛 인형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은 추억 속 옛 인형을 한번 꺼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로스트 올리’는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6.2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