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시즌 <블랙의 신부>

막장극 오명 쓴 '블랙의 신부‘, 정유진은 남았다

손여운 OTT평론가 승인 2022.08.08 10:49 | 최종 수정 2022.08.08 10:57 의견 0

[OTT뉴스=손여운 OTT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는 지난 7월 15일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OTT뉴스

'김희선으로 시작했다가 정유진으로 끝나는 드라마'

'블랙의 신부'는 김희선의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으나, 알고 보니 정유진이 이끌어가는 작품이었다.

정유진이 연기한 진유희는 당돌하고 오만한 변호사라는 점에서 커다란 매력도는 없었지만, 정유진의 연기력만은 높이 살만 했다.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강세영 역을 맡아 서준희(정해인)를 두고 윤진아(손예진)와 사랑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정유진은 이번 작품에서 친구인 서혜승(김희선)을 음해하고 누구나 탐내는 재벌 이현욱(이현욱)에 집착하는 변호사 진유희로 변신했다.

◆ ‘밥잘사주는’ 강세영 vs ‘블랙의 신부’ 진유희

배우 정유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에서 진유희로 분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차별점을 뒀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똑같은 악녀이더라도 강세영과 진유희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강세영은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얻기 고군분투하는 신여성이다.

겉으로는 똑부러지고 야무진 캐릭터이지만, 사랑에 관해서는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서준희가 자신을 다른 직장동료와 연결시켜주려 식사자리를 주선한 줄도 모르고 서준희가 자신에게 관심을 표현했다고 오해한다.

같은 회사 동료인 윤진아가 서준희와 연애감정을 키우는 줄도 모르고 서준희와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허세를 부린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하게 되는 실수이기에 강세영의 허술한 면모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심지어 서준희와 썸을 타면서도 감쪽같이 숨기는 윤진아보다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용기있어서 멋지다.

사랑을 쟁취하는 적극적인 여성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진유희는 강세영보다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 줄 안다.

회삿돈을 횡령하기 위해 자신과 불륜 관계에 있던 유부남(서혜승의 남편)을 성폭행범으로 몰아가고, 대한민국 1등 신랑감인 이형주와 결혼하기 위해 친구 서혜승을 음해한다.

특히 모든 악행이 드러났을 때, 어린시절 자신을 버린 친부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국회의원 손필영(남명렬)의 약점을 잡아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치하해줄 만한 순발력이다.

서혜승의 남편에 이어 딸까지 해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당당하게 2파전을 선언하는 면모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매운맛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진유희라는 캐릭터의 매력도는 강세영보다 떨어진다는 게 대중의 평가다.

◆ '천국의 계단' 한유리 vs '블랙의 신부' 진유희

진유희는 20년 전 드라마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캐릭터 같다.

2003년~2004년에 방송된 '천국의 계단‘을 본 시청자라면 두 작품 사이에 소름돋는 평행이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유희뿐만 아니라 서혜승, 이형주, 차석진(박훈) 등 주연배우들에게 모두 해당된다.

이는 '블랙의 신부‘가 기대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진유희는 재벌 2세 차송주(권상우)를 차지하기 위해 친구인 한정서(최지후)를 상대로 살인미수 죄를 저지르는 한유리(김태희)와 매우 흡사하다.

서혜승이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도 묵묵히 그녀의 옆을 지키는 '키다리 아저씨‘ 차석진은 한태화(신현준)와 다를 바 없다.

배다른 여동생(한정서)의 행복을 위해 자살로 장기기증을 해준 한태화처럼, 차석진은 그토록 꿈꿔왔던 서혜승과의 결혼식에서 이형주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준다.

닮은 것은 캐릭터뿐만이 아니다.

'천국의 계단'의 차송주는 한유리와의 약혼식 자리에서 그녀의 악행을 모두에게 밝히고 시력을 잃어가는 한정서와의 약혼을 선언한다. 반전 서사는 '블랙의 신부‘에서 이형주가 진유희에게 갑작스러운 약혼식을 제안하고, 그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그녀의 악행을 폭로하는 것으로 똑같이 재현된다.

이처럼 기시감이 가득한 드라마에 차별성을 만든 것은 정유진의 공이 크다.

예를 들어 진유희가 사랑받고 싶어하는 상대로 총 세 명(서혜승의 남편, 이형주, 아버지)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대하는 진유희의 방식은 각각 다르다.

불륜을 저지르고는 성범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땐 철면피 면모가, 소개팅남인 이형주에게 끈질긴 구애를 펼칠 땐 자존심을 내던진 여자의 애처로움이 묻어난다.

또 권력을 위해 핏줄을 모른 체 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원망스러움에도, 성공을 위해 제 발로 아버지를 찾아가 부탁을 하는 연기에서 이를 꽉 문 결연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진유희는 한유리보다 생동감 있는 악녀로 살아움직였고, 서혜승보다 설득력있는 캐릭터로서 극의 중심이 됐다.

2022년 넷플릭스에 90년대 김희선 흩뿌리기?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에서 배우 김희선과 정유진은 연기대결을 펼쳤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여주인공 서혜승을 연기한 김희선의 연기력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옥의 티가 아닐까 한다.

그녀는 데뷔 때부터 일관된 대사처리와, 수동적인 신데렐라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편의 불륜과 죽음, 딸의 사고를 접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감정연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혜승이 학원 강사에 개인과외 선생님, 결혼정보회사 회원, 대학교수 등 너무나 할 일이 많다는 점도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가 억지스럽다.

특히 서혜승이 자신에게 배신감을 안긴 남편의 복수를 하려하는지,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던 이형주와 마지막회에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하다.

자잘한 설명은 건너뛰고 임팩트 있는 서사를 다루기로 유명한 넷플릭스라지만 편집할 때 실수로 몇 장면을 빼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략과 비약이 넘쳐나서 집중하기 어려웠다.

김희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제작진이 짊어져야할 짐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간 K-드라마에서 다룬 적 없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의 세계를 보여줬단 점은 이 작품을 한번쯤 시청할 만한 강력한 이유다.

지난 15일 공개된 '블랙의 신부'는 총 8회 분량의 시리즈물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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