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요즘 시대에 무언가를 오래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정보들은 항상 우리의 시선을 에워싸고, 그 방대한 양에 압도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인 시대이다.
그때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직업을 장인정신으로 지켜낸 직업인을 보고 있자면 경외심 마저 들 때가 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직업을 지켜오려면 분명 그 나름의 고난과 역경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 고난 속에서도 절대 놓지 않았던 직업인의 삶, 영화 '탑건' 1986년작과 2022년작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가족을 만들 수 없었던 이유
한 파일럿이 비행 조종 중 공황 증세를 보이면서 영화 '탑건(1986년작)'은 시작된다.
그는 해군 내 '수석' 조종사인 동시에 자신만의 가정을 가진 파일럿이기도 하였다.
그런 그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점점 드리워져 오자, 그는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된다.
목숨을 건 국가 임무를 위해서 소중한 가족을 저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차석이었던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 분)는 수석 파일럿으로 승격되었고, 곧 국가 최정예 파일럿만을 교육하는 '탑건' 훈련학교에도 입소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매버릭 대위의 이야기는 시작되니, 이전의 수석 파일럿이 일을 그만둔 것은 이야기를 감상하는 우리에게도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매버릭 파일럿의 일생도 그렇게 순탄치는 않다.
36년 만에 나온 2022년작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 파일럿은 가정도 없고, 미 해군 내 입지도 발휘하지 못하는 고고하지만 외로운 파일럿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족을 만들 수 없었던 이유는 초반부터 눈치를 챌 수 있었듯, 영화 전체에 녹아들어 있는 바로 이 정서이다.
파일럿은 목숨을 담보로 국가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임을.
그래서인지 영화 속 파일럿들은 작은 대화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하고 있다.
◆주변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져간다는 것
이처럼 위험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매버릭 파일럿에게 가장 큰 위기는 역시 자신과 동료들의 생사에 관련된 위기이다.
사실 출중하게 타고난 조종 실력 덕에 그에게도 배짱만 가득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동료들의 부상과 사망 소식은 강한 트라우마를 새겨버렸고, 실력과 정신을 재정비하며 가다듬는 시기를 거치게 해주었다.
물론 이는 비단 파일럿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직업을 오랫동안 치열하게 지켜간다는 것은 가족과 주변 동료와 언제나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정보들이 압도하는 현시대에는 언제나 함께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며, 일정량의 외로움은 오랜 직업인에게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본 영화에선 그 '함께 할 수 없음'이 곧 생사를 말하는 것이기에 더욱이 숭고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의 삶이었다.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존재
2022년작 '탑건'을 보면 예전에 그렇게 많은 또래 동료들과 장난치며 일하던 매버릭 파일럿 곁엔 이제 아무도 없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임무 중 세상을 떠났거나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난 동료들의 빈자리만이 존재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최고의 조종사'란 타이틀뿐이다.
그야말로 비행이 곧 그이며, 그가 곧 비행 그 자체인 삶이다.
그때 매버릭은 젊을 적 교육받던 탑건 훈련학교의 교관 제의를 받게 된다.
예전의 자신처럼 배짱 넘치고 혈기 왕성한 후배들을 가르치기란 정말 힘겨운 교육이지만, 사실 이 스토리 진행을 보며 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후학 양성이야말로 그의 외로운 빈자리들을 채울 유일한 기회인 것 같다고.
그리고 오랜 시간 홀로 걸었던 그 길을 이제는 후배들과 함께 걸으며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영원한 제임스 본드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멋지게 나이 든 직업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톰 크루즈'의 영화 '탑건: 매버릭'은 현재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며, 1986년작은 웨이브, 티빙, 그리고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10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9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9
→ 평점: 9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