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경수 OTT 평론가] 2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
이 사건의 주 피의자 '박사' 조주빈과 '갓갓' 문형욱은 각각 42년, 3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성착취물을 거래하거나 구매했던 수백 명의 유포자는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만을 받았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N번방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는 이 시점에서, N번방 사건을 파헤쳤던 사람들의 취재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가 공개됐다.
N번방을 세상에 알린 그들의 뜨거웠던 기록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함께 알아보자.
◆ 스릴러 영화 같은 시작
'당신의 사진이 도용됐으니 링크로 들어가 확인해보세요.' 어느 날 피해자에게 날아온 익명의 메시지. 메시지의 링크에는 피해자 자신의 비공개 사진이 담겨 있었다.
당황한 피해자에게 상대방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한다. 피해자는 공포에 휩싸인 채 누구냐고 묻는다.
'일단 텔레그램 깔아.' 텔레그램에서 상대방의 요구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한다. '옷 다 벗고 얼굴 가리지 말고 사진 찍어.'
텔레그램 성범죄의 시작이었다.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로 시작되는 다큐멘터리의 도입부는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빠르게 지나가는 텔레그램 채팅 구성으로,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N번방의 전개 과정을 알 수 있게 된다.
러닝타임 100분 동안 이러한 모바일 채팅 연출은 특히 두드러진다. 이 연출을 통해 '사이버 지옥'은 N번방 사건이 단순한 성범죄가 아니라, 신종 사이버 범죄임을 강조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시점에서 재연한 채팅 화면은 어떤 식으로 범죄가 이뤄졌고, 피해자는 어떤 식으로 고통을 겪었을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이유다.
◆ 사이버 악마와 싸운 이들
'사이버 지옥'이 자극적이고 흥밋거리로 이뤄진 연출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한겨레 기자, '추적단 불꽃', 시사 프로듀서, 경찰 등이 말하는 N번방 사건의 취재와 조사는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최초로 텔레그램 성범죄 사건을 보도한 한겨레 김완 기자는 SNS 계정을 N번방 이용자들에게 해킹당하며 개인 신상이 노출된다. '추적단 불꽃'은 1년 넘게 N번방에 잠입하면서, 가해자를 잡기 위해 피해자들의 피해 영상과 사진을 감시하며 경찰과 공유한다.
SBS, JTBC 시사 프로듀서들은 N번방 사건을 알리는 방송을 제작하고, 이 과정에서 방송을 내보내면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받는다. 경찰은 텔레그램 아이디 하나만으로 각종 범죄 기록과 텔레그램 대화방,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뒤져가며 '박사'와 '갓갓'을 추적한다.
자신의 신상이 노출되고 피해 사진이 유포되더라도, 반드시 범인을 잡아달라고 용기를 내 제보를 하는 피해자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의 끈질긴 제보와 취재 덕분에 N번방 사건은 끝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
조주빈, 문형욱 등의 텔레그램 운영자가 끝내 경찰에 붙잡혔지만, 이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N번방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N번방에서 유포되었던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들은 인터넷 어딘가에서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다.
'추적단 불꽃', 기자, 시사 프로듀서와 여러 범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은 단독 범죄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성착취물을 즐기고 시청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 범죄는 성립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깊이 반성한다는 이유로 법원은 텔레그램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거래한 사람들에게 가벼운 선고를 내렸다. 우리 사회가 사이버 성범죄의 처벌 수준에 대해 다시금 논의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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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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