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악마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최대건OTT평론가 승인 2022.05.26 15:10 | 최종 수정 2022.05.26 15:53 의견 0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메인 포스터(사진=넷플릭스). ⓒOTT뉴스

[OTT뉴스=최대건 OTT 평론가] 한국은 명실상부 세계적으로 손꼽는 IT 강국이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초고도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산업이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나라, 한국.

아시아에 위치한 작은 나라가 영상 및 게임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빠른 인터넷 인프라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속도와 품질면에서 타 국가들에 비해 월등한 인터넷 환경을 지녔으나 그와 비례해 교묘해진 사이버 범죄도 날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범죄 유행을 몇 가지 꼽자면, 상대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피싱' 범죄와 더불어 돈을 노리면서도 상대의 감정을 이용하는 '로맨스 스캠' 범죄를 꼽을 수 있겠다.

여기에 더해 현 MZ세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꼽을 수 있는 '인터넷 폭력', 일명 '사이버 불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한국에 인터넷이 보급된 이래로 어느새부턴가 말로 남을 해칠 수 있음을 이르는 '실망어검(舌芒於劍)'이라는 고사성어가 사람들의 가슴 깊이 각인된 지 오래다.

한국의 '악플러'들은 아무 이유 없이 세 치 혀대신 열 손가락으로 공인, 일반인, 정치인 가릴 것 없이 자신들과는 아무 연관 없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인 폭언과 욕설을 일삼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수많은 사람들의 자살을 낳았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몇 년째 공고히 지키며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여전히 짊어지고 있다.

사이버 범죄 중 특히 '사이버 불링'은 SNS 이용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젊은 세대들에게 굉장히 치명적이다.

범죄의 상대로 지목되는 순간 SNS상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신상과 일상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범죄 수준이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상대가 대응 능력을 상실할 때까지 집요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이런 사이버 불링 범죄 중에서도 악랄한 'N번방 성 착취 범죄'에 대해서 다룬다.

◆ 수사의 시작, 세상에 드러난 'N번방'

김완(위), 오연서(아래) 한겨례 신문 기자의 인터뷰 장면(사진=넷플릭스). ⓒOTT뉴스

김완 한겨례 신문 기자는 어느 한가로운 일요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텔레그램 아동포르노 제보 메일'을 받는다.

최초 제보자의 구체적인 정황 제보를 바탕으로 바로 당일 10대 청소년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비밀방에 성 착취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기사를 단독으로 출고한 김완 기자.

그는 단순히 다음날 사이버 범죄로서 피의자가 잡히고 자연스럽게 사건이 종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에서 신상이 공개되고 있다는 추가적인 제보를 받게되고, 이 사건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김완 기자를 주축으로 특별 취재팀이 꾸려졌으며, 같은 신문사 후배인 오연서 기자도 팀에 합류하게 됐다.

최초 제보를 받은 텔레그램 동영상 유포방보다 더 큰 배후를 지닌 '박사방'이 있다는 추가 제보를 받은 특별 취재팀은 제보자 '조커'와 대구에서 직접 인터뷰를 감행하기로 한다.

무사히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커는 "지인이 박사방 피해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고 제보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취재팀에게 들려준다.

범죄는 '고액의 모델 알바'를 미끼로 생각보다 방대하고 악랄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박사방을 파헤치던 특별취재팀은 박사방이 일명 'N번방'으로 불리고 있으며, 1~8번까지의 번호가 붙여진 방으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N번방 사건'을 추적하는 또 다른 단체, '추적단 불꽃'의 등장

불꽃추적단의 불(좌측)과 단(우측)의 인터뷰 모습(사진=넷플릭스). ⓒOTT뉴스

그러던 중, 취재팀은 앞서 N번방의 실체에 접근했었던 다른 인물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일명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고 있는 '불'과 '단'이라는 이름의 사람들.

이들은 기자를 꿈꾸던 학생들로 기사 공모전 제출을 위해 불법 촬영에 대한 아이템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했던 것이었다.

안전을 위해 익명의 '언더커버'로 N번방에 잠입하여 취재를 이어가던 불과 단은 실질적인 내부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어 사건 해결의 중심팀으로 활약했다.

그를 위해 N번방 내부의 악랄한 범죄 방식과 무수한 동영상 및 사진 자료를 접하며 조금씩 정신이 피폐해져 가기도 했지만, '추적단 불꽃'에게는 이 범죄를 양지로 드러내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그 결과 단시간에 관리자로 등극하며 N번방의 파생방을 운영한 일명 '래빗'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다.

◆ 하지만 돌아온 건 대중의 무관심과 조롱 뿐

'래빗'의 검거를 통해 N번방 사건이 언론에 의해 공론화되고 세간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특별 취재팀과 추적단 불꽃.

그렇지만 그 반향은 생각보다 미약했고 순간에 그칠 뿐이었다.

여기에 더해 각종 방송사 및 언론사에 보도된 피해자들에 이름표를 붙이며 취재팀들을 조롱하는 N번방의 배후이자 실체인 '박사'와 '갓갓'.

기대와 다른 사회적 관심에 취재에 대한 동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두 취재팀에게는 상황의 반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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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와 갓갓은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조종하고, 언론을 비웃었을까?

두 취재팀과 언론, 수사팀은 어떻게 그들을 궁지에 몰아 검거할 수 있었을까?

다큐멘터리는 N번방 사건의 최초 보도부터 '박사' 조주빈과 '갓갓' 문형욱의 검거에 이르기까지 1년여에 이르는 시간을 다루고 있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고,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속도감 있는 연출과 감각적인 편집, 적절한 재연을 통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전개를 보여준다.

적나라한 이미지와 표현 수위로 인해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지만, 영화는 사회가 본질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과 단죄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진중하게 묻고있다.

단순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이 사건이 왜 벌어졌고 앞으로 어떻게 방지해야 할지 심도깊은 고민을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8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

→ 평점: 8

* 평점 코멘트: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가져야할 덕목과 트렌디함을 모두 잡았다. 근사한 연출, 감각적인 편집에 오락적인 요소까지. 넷플릭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등급분류정보(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OTT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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