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강은정 OTT 평론가] OTT 좀 본다하면 필수로 구독 중일 '넷플릭스'!
'넷플릭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콘텐츠는 무엇일까?
'기묘한 이야기', '킹덤', '오징어 게임' 등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우리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한가지 꼭 기억해야 할 하나의 사실이 있다.
넷플릭스는 의외로 다큐멘터리 맛집이라는 것!
지금부터 필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감상하며 손에 꼽은 세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현실 이야기에 때로는 타오르는 분노를, 때로는 코끝 찡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문어에게 배우는 자연과 삶, ‘나의 문어 선생님’
우리는 보통 기초 의무 교육은 학교에서, 경제 공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배운다.
그렇다면 인생은 과연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전세계를 돌며 다큐멘터리를 찍던 감독 크레이그 포스터는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느낀다.
그는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족들과 함께 남아프리카 해변을 찾는다.
매일 바닷속을 탐험하던 포스터는 우연히 문어 한마리를 발견한다.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라 생각했던 둘의 만남은 곧 인연이 되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문어와 인간의 우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담담하게 문어의 인생을 관찰하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포스터 감독은 문어와 거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문어의 자연스러운 일상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포스터는 천적인 상어에게 한쪽 팔을 물어뜯긴 문어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문어의 삶은 치열함 그 자체다.
한쪽 팔이 뜯겨도, 새하얗게 공포로 질려도 문어는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 뜯긴 팔은 거짓말처럼 돋아나고, 공포는 학습이 되어 천적을 대항할 지혜를 만들어준다.
이런 문어의 모습을 1년간 지켜보며, 어쩌면 감독은 인생을 배운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헤쳐나가지 못할 상황에서도 어디에나 답은 있고,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는 배움을 말이다.
나고 자라 새끼를 키우고 생애를 마친 문어와 이를 관찰하는 감독의 시선은 바닷속 깊이 만큼이나 고요하고 먹먹하다.
[관련 기사]
● 문어를 통해 배우는 생(生)의 공유와 공존 - <나의 문어 선생님>
◆ 범죄자의 위인전일까 상처투성이 추적극일까,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제목만 놓고 보면 귀여운 고양이가 잔뜩 나오는 자연 다큐멘터리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하지만 시청 버튼을 누르고 나면 정반대의 주제와 내용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던 한 익명의 네티즌을 쫓는 집요한 추적극이다.
평소 인터넷 서핑과 SNS 활동을 즐기던 디아나는 새끼 고양이 2마리를 잔인하게 학대해 죽이는 영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잔인한 행위를 영상에 버젓이 올린 뻔뻔함에 경악한 그는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아 해당 범인을 찾고자 한다.
영상 속 가구와 TV 소리, 벽에 걸린 포스터까지 치밀하게 조사하던 그들은 점차 용의자를 좁혀 나간다.
인터넷 수사를 이어나갈수록, 영상 속 범인이 동물을 넘어 사람에게까지 이 살육 행위를 이어나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결국 이런 가능성은 현실이 되고 마는데, 영상 속 범인으로 지목된 루카 매그노타가 실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범이 된 것이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은 인터넷이 가진 양날의 검을 선명하게 비춰낸 다큐멘터리다.
대중의 관심이 곧 권력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루카 메그노타는 악명을 얻고자 살인까지 자행한다.
작품을 시청하다보면 "살인범 루카 매그노타가 가장 원하던 대중의 관심이 다큐멘터리라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까"하는 불편한 마음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 우리의 존재는 포르노가 아니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이 작품은 모르는 번호로 전송된 문자를 한 여성이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의 사진이 유출됐다며 링크를 보내는 익명의 누군가.
여성은 링크를 눌러 자신의 사진이 유출됐음을 확인하고 출처를 묻는다.
그러자 익명의 상대는 바로 돌변해 여성의 신상 정보를 인질로 삼아 협박하기 시작한다.
불과 몇십 분 사이 협박으로 전송된 성착취 영상과 사진들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발목을 붙잡는다.
이 모든 사건은 오래전부터 익명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자행됐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자면, 익명이라는 가면에 숨어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성적으로 희롱한 이들이 무수히 존재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진실과 정의를 쫓으려는 이들은 존재했다.
한겨레의 김완·오연수 기자와 추적단 ‘불꽃’, 사이버 수사팀까지.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들을 검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이 작품은 2020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사건'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들에 대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으로 이를 유포한 성범죄 사건이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해당 사건이 어떻게 처음 발견되고 언론의 조명을 받아 공론화가 이뤄졌는지 보여준다.
작품을 시청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경악스러운 실제 사건에 대한 재연도, 가해자들을 검거한 과정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아동 포르노, 몰카와 같은 흔한 범죄인줄로만 알았다"는 취재진들이 남긴 이야기였다.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성범죄 사건들이 '흔한 범죄'가 되어버리는 시대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책임이 있다.
우리의 일상이, 우리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포르노로 소비되지 않도록 말이다.
[관련 기사]
●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감독 일문일답
● [리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지금까지 '다큐맛집' 넷플릭스에서 꼭 봐야 할 콘텐츠 세 가지를 살펴봤다.
감독과 문어의 교류를 담은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과 고양이 학대 영상의 범인을 쫓는 인터넷 수사대의 기록을 그린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그리고 대한민국을 뒤흔든 'n번방 사건'의 발생과 취재, 공론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는 모두 넷플릭스에서만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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