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강은정 OTT 평론가] "기상청 체육 대회에는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날씨 예보를 종종 틀리곤 하는 기상청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국민들이 인지하는 기상청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은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기상청을 전면에 내세운다.
단순히 위성 사진과 기상 관측표를 들여다보며 날씨를 예측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매시간 기상 변화를 꼼꼼히 확인하고 정확한 예보를 위해 치열하게 탁상공론 하는 그들의 삶과 사랑을 들여다보자.
◆ 날씨와 사랑은 한 끗 차이?
전국 각지의 인재들이 모인 곳, 기상청에서 최연소 과장 타이틀을 얻는 데 성공한 진하경(박민영 분)은 10년간의 사내 연애로 사귄 남자친구 한기준(윤박 분)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불길한 시그널이 하나 둘씩 하경을 덮친다.
예식장 계약금이 미납되고, 계약한 업체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남자친구 기준의 집에는 모르는 여자가 드나든다.
낮은 확률이라 무시했던 우박이 쏟아지고 금방 사라질 비구름이 폭우가 되어 쏟아질 즈음 하경은 깨닫는다.
이 모든 일들이 자신에게서 사랑이 떠났다는 시그널이었음을.
하경은 기준의 바람으로 파혼을 맞게 된다.
그 즈음, 하경이 소속된 본청에 새로운 예보관이 특보로 등장한다.
바로 자신이 시그널을 놓친 우박과 폭우 예보를 맞춘 예보관 이시우(송강 분)다.
기준과 바람이 난 채유진(유라 분)의 전 연인이었던 시우와 한 팀이 된 하경.
동병상련과도 같은 처지인 둘은 빠르게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둘 사이에는 달콤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설렘은 행복한 연애의 시작점이 될까, 사내 연애가 주는 잔혹한 결말의 반복이 될까?
대한민국 날씨 예측은 날카롭게 해내지만 정작 자신들의 감정 예보는 오답투성이인 두 사람의 두 번째 사내 연애가 시작된다.
◆ 기상청이라는 매력적인 공간 속 밋밋한 로맨스
'기상청 사람들' 속 기상청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으로 그려진다.
기상청의 제작 지원을 받은 만큼 작품은 사소해 보이는 기상 예보 하나가 일상 속에서 주는 영향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데 강점을 발휘한다.
국가기상센터(MMC) 화상회의로 아침을 열고 선임 예보관들이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짊어진 무게를 대변한다.
드라마 전반에 호우주의보나 풍랑 경보 하나에 얼마나 많은 국가 예산이 오고 가고, 인명 피해를 낳을 수도 있는지 경계하는 섬세한 고민이 담겨있다.
평범한 직장을 넘어선 사명이 기상청 안에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상청이라는 공간이 이토록 매력적이고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랑을 키워나가는 주인공의 서사는 밍밍하다.
망해버린 이전 연애처럼 될까 두려워 망설이는 하경과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고픈 비혼주의자 시우의 연애관은 시종일관 부딪힌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서도 안 되는 존재인 '오존' 처럼 둘 사이는 적정 거리를 찾아 몇 화를 내리 헤맨다.
하경을 바람맞히고 상대인 유진과 결혼한 기준은 어떤가.
불륜으로 맺어진 두 연인의 서사는 시종일관 위태로워 시청자들에게 피로를 전가한다.
주연을 제외한 여러 조연 캐릭터들 역시 아쉬움이 가득하다.
하경의 인생에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던 친모는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꾸고, 도박과 놀음으로 시우를 괴롭히던 친부는 결말에서 개과천선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이상 기후 마냥, 기존 설정이 만들어낸 예보를 비껴가는 장면들이 내리 연출된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작품 속 전개 방식에까지 반영한 것일까.
인물들의 개성과 기상청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을 파괴해버린 서사 구성이 무척 아쉽다.
[관련 기사]
● [리뷰] 날씨 같은 우리네 인생, <기상청 사람들>
● [리뷰] 낭만적 사내연애? NO! 퍽퍽함 가득한 <기상청 사람들>
하경은 국내 예보 정확도 1위를 달성한 예보국장 고봉찬(권해효 분)에게 그 비결을 묻는다.
하지만 하경은 '기상청에서 예보를 가장 많이 틀린 사람을 찾아봐라'는 엉뚱한 대답만 들을 뿐이다.
예보국장 봉찬은 정답을 찾지 못한 하경에게 답을 알려준다.
가장 많이 틀린 사람도, 가장 많이 맞춘 사람도 모두 자신이라고.
우리는 당장 내일의 일상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답을 맞혀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많은 오답을 내보며 정확도를 높여나갈 뿐이다.
인생은, 사랑은, 인간관계는, 그렇게 내일의 날씨를 맞히는 일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국내 최초 기상청을 배경으로 다룬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은 티빙, 넷플릭스, 시즌에서 시청 가능하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5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2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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