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OTT뉴스=김지수 OTT 2기 리뷰어] <기상청 사람들>은 현실적인 사내 이야기와 함께 여러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레 생성되는 연애 세포와 그 연애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어느 집단을 배경으로 삼든지 로맨스가 필수다.
그런데 왜 현실 속 선배들은 CC(캠퍼스 커플)와 사내연애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할까?
<기상청 사람들>을 통해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
곧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대학교 신입생, 신입사원들 여기 모두 모여라!
◆ 실패한 사랑엔 누구도 편들어 주지 않는다, 사내연애 잔혹사
CC와 사내연애가 절대 금물인 이유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와 <기상청 사람들>을 비교하며 설명하고자 한다.
두 드라마의 차이는 스토리 진행에서부터 시작된다.
<검블유>는 통쾌한 사이다 서사로 인기를 끈 반면, <기상청 사람들>은 고구마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모두 <검블유>가 보여주는 세상을 꿈꾸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기상청 사람들>에 더 가까우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자.
사내연애 절대 금지의 첫 번째 이유, 믿고 따라오는 후배와 믿음직스럽게 길을 이끌어가는 선배는 현실이 아닌 <검블유> 속에 존재한다.
대신 우리의 곁에는 <기상청 사람들>의 주인공 진하경(박민영 분)의 옆에 있는 선후배가 존재한다. 선배의 판단을 고리타분한 듯 무시하는 후배와 매사에 책임을 회피하듯 물러나 있는 선배 말이다.
두 번째, 바람의 피해자에게 인간적인 배려심을 보이는 상사는 <검블유> 속에만 존재한다.
<기상청 사람들>에서는 피해자에게 근무지 이동을 제안하는 상사가 있다.
바람을 피운 한기준(윤박 분)은 버젓이 자리를 지키는 와중에 피해자인 하경에게 떠나라고 하다니!
해당 두 작품에서 모두 상사 역할을 맡은 권해효 배우는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에게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상사를 연기했다.
세 번째, 동료를 건드린 이를 가만두지 않는 의리파 인물은 <검블유> 속에서나 만날 수 있다.
<기상청 사람들>의 하경 곁에는 바람난 커플에게 침묵은커녕 결혼 축하 말을 전하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직장동료들이 있다.
실패한 사랑에 편들어 주는 직장동료는 없다.
이런 냉혹한 현실이 있기에 우리는 대리 쾌감을 안겨주는 사이다 서사에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게 아닐까.
그래도 하경의 뒤에서 나오는 얘기를 통해 작은 희망을 품어볼 수 있겠다.
"(파혼한 게) 오히려 잘된 거 아냐? 진 과장이 아깝지.."
똑똑한 하경은 더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며 뒤에서 하경을 칭찬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회사에서 진흙탕 생활을 견뎌내고 집에 와도 하경은 편히 쉴 수 없다.
내 앞날을 위해줄 것이라 생각했던 엄마가 거한 엿을 날리기 때문이다.
이혼과 파혼을 겪은 두 딸을 둔 엄마 배 여사(김미경 분)는 주변 시선에 여기저기 깨진다.
치일 대로 치인 배 여사는 결국 비틀린 모성애를 보여준다.
부모와 자식 사이 숱하게 나오는 합리화 명언도 절대 빠질 수 없다.
"이게 뭐 나 좋자고 그러는 거야? 이게 다 널 위해서야."
딸의 파혼이 안쓰러우면서도 쪽팔리는 속마음을 숨길 수 없는 하경의 엄마는 남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줄 신랑감을 찾는다.
하지만 하경은 결혼정보업체 등록을 취소하길 주장한다. 그런 하경에게 배 여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죄책감을 안긴다.
"얘!! 거기 들어간 돈이 얼만데!!"
결혼정보업체에 멋대로 등록한 것은 자신임에도 말이다.
괜한 불안을 견뎌내지 못하는 엄마로부터 더한 압박을 받으면서 하경은 집에서도 파혼에 대한 위로를 받지 못한다.
◆ 그들의 가시거리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짠내 나는 하경을 보면 "하경이 언제 빛 보냐!!"라는 과몰입 가득한 외침을 자연스레 지르게 된다.
하지만 캐릭터는 입체적이다.
<검블유>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도 누군가에게 개새끼일 수 있다."
하경은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부하 직원 이시우(송강 분)의 고백을 거절한 짝사랑 상대이면서 늦은 밤 전화를 걸어 갑작스러운 업무를 지시하는 직장 상사다.
더불어 자신의 업무적 궁금증을 이시우에게 몇 번이고 전화해 묻는다.
하지만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경은 시간을 무시하면서까지 일에 파고드는 워커홀릭이 아니다.
일은 근무시간 내에 확실히 끝내고 퇴근 시간도 확실한 직장인이다.
"퇴근할게요.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칼퇴-" 라는 명언을 남길 정도로.
당신은 주인공 하경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드는가?
퇴근을 무시하는 진상 상사의 모습? 자신만 아는 이기적 상사의 모습?
필자는 업무 태도에 일관성이 없고 이기적인 하경의 행동에 의아한 동시에 불편했다.
하지만 이 연출된 불편함은 그들의 '가시거리', 즉 캐릭터들의 속임수였다.
하경과 시우는 몰래 사내연애 중이었고, 그 사실을 시청자에게도 감쪽같이 속였다.
일관성 없는 캐릭터로 작가가 시청자를 우롱한 줄 알았는데, 실상은 시청자를 순간적으로 속이는 프로페셔널한 스토리텔링이었던 것이다.
직장인에게 불편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밤중 업무 통화는 연인끼리의 사랑 표현이었다.
<기상청 사람들>의 4화는 이런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가시거리는 눈으로 보일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사내바람부터 파혼까지. 지금까지의 스토리보다 앞으로 더 파란만장한 사내생활을 할 것 같은 하경 앞에 과연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사내연애 잔혹사를 그린 <기상청 사람들>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감상할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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