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정현 OTT 2기 리뷰어]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날씨다.
일기예보에 따라 그날의 옷차림이 달라진다.
어디 그뿐이랴?
날씨는 우리의 기분을 좌우하기도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엔 기분이 산뜻하고 발걸음 또한 가볍다.
반면에 먹구름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출근도 하기 싫어진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기예보가 틀리기라도 할 때면 그날의 옷차림이며 기분이며 모든 게 다 엉망이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날씨 하나도 제대로 못 맞혔다며 기상청을 욕하곤 한다.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그런 기상청을 무대로 한 로맨스 오피스 드라마다.
국내 최초로 기상청을 배경으로 한 오피스 드라마라는 점이 이색적인데다, 잔혹한 사내연애 로맨스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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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낭만적 사내연애? NO! 퍽퍽함 가득한 <기상청 사람들>
◆인생의 잔혹기
국내 기상청은 한때 여름철 장마와 폭염에 대한 오보가 잦아서 '양치기 기상청'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 있다.
일기예보는 좁게는 한 개인의 옷차림과 기분 변화에 영향을 끼치지만, 넓게는 항공, 농업, 어업 등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분야다.
특히 여름·겨울철의 오보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기상청의 역할이 더더욱 막중하다.
그런 기상청은 '양치기 기상청'이라는 이미지를 한 번 얻은 후부터 국내 관공서 중 유독 욕을 많이 먹으며 잔혹기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에는 기상청이 겪는 고충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현실 속 잔혹기를 겪는 기상청만큼이나 드라마 속에서 인생의 잔혹기를 겪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기상청 총괄 2팀 과장으로 승진한 진하경(박민영 분)이다.
하경은 회사에서 만나 자그마치 10년을 함께한 한기준(윤박 분)과 결혼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내 연애를 마치고 부부로 거듭나려던 그 무렵, 기준이 바람이 나 파혼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바탕 폭퐁우가 지나가는 듯했으나 전근 가기로 했던 한기준이 두 달 만에 본청으로 돌아온다. 하경을 버리고 택한 채유진(유라 분)과 결혼한 채로 말이다.
이에 하경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7살 어린 연하 특보 이시우(송강 분)와 봄바람 같은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에, 하경은 사내에서 구 애인, 현 애인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수시로 마주치는 기상전문기자이자 전 애인의 부인인 채유진은 과거 이시우의 애인이었다.
이보다 더 잔혹한 사내연애가 있을까 싶은 상황이다.
날씨에 비유하자면 폭풍전야라고나 할까?
◆ 인간관계 가시거리
드라마는 날씨와 연관된 부제를 매회 제시한다.
또, 날씨 변화와 진하경의 연애사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보다 다양하고 풍성하게 채워간다.
물론, 하경의 연애사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본청으로 발령받아 하경의 직속부하로 들어온 나이 많은 선임 엄동한(이성욱 분)과의 직장 내 인간관계를 비롯, 엄동한의 서먹한 가족 관계까지 담아내고 있다.
지난 4회의 부제는 '가시거리'였다.
"가시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하지만 이 거리는 주변 환경에 의해서 얼마나 쉽게 가려지고 좁아지고 왜곡되는지.... 지금은 여기까지가 그녀와 나만 아는 우리의 가시거리! 가끔은 짙은 안개나 황사 비나 눈 같은 악천후를 만나기도 하겠지만 그러면서 또 알아가겠지. 서로의 가시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로에게 계속 용기 있게 다가가는 것뿐이라는 걸."
이시우의 내래이션은 날씨뿐만 아니라 연애, 조직 내 관계, 가족관계 등에도 적용되는 듯해 인상적이다.
이제 막 비밀 연애를 시작하는 진하경과 이시우의 모습이 제삼자에게는 뿌연 안개처럼 흐리고 가려져 왜곡되지만, 정작 두 사람의 가시거리는 눈에 선명하게 보일 만큼 가깝고 뚜렷하다.
엄동한과 그의 가족은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 듯한 악천후를 겪고 있는 듯한 상황이며, 그들의 가시거리는 아직 멀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리다.
그러나 이시우의 말처럼 서로 계속 용기 있게 다가간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거리를 선명한 시야에 들 정도로 좁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쨍하고 해 뜰 날은 온다
알 수 없는 내일의 날씨처럼 우리의 인생 또한 늘 알 수 없다. 단지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산다.
지병으로 이른 은퇴를 한 하경의 상사 최종수(김종태 분) 과장은 하경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날씨도 사람도 그거 겪어 봐야 알아. 세상에 궂기만 한 날씨가 어디 있든! 맑은 날은 맑은 날 대로 비바람이 불면 또 그런대로 다 이유가 있더라."
이 대사처럼 당장의 고되고 잔혹한 시기는 언제까지고 지속되지 않는다.
오보 기상청이라는 오명을 달고 사는 기상청도, 비밀 사내연애를 시작한 진하경과 이시우도, 서먹한 가족에 적응해가는 엄동한도, 그리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코시국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도 언젠가는 쨍하고 해 뜰 날이 오지 않겠는가?
잔혹한 사내 연애사와 기상청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은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 OTT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7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 7
→ 평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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