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지수 OTT 평론가] 스토리의 세계에는 계약 연애, 계약 결혼과 같이 '계약'으로 얽힌 러브스토리가 많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계약' 소재가 적은 수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는 것 같다.
대인 관계 피로도가 커짐에 따라 우리 사회는 개인화 사회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비혼주의와 같은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혹시 앞으로의 미래 사회는 계약과 같은 '물리적 제약'이 있어야만 비로소 관계를 맺는 그런 모습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
계약 가정이 단순히 작가의 상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머지않은 미래일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며, 다음 두 작품을 함께 살펴보자.
◆ 드라마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이하 혼도장)
여자 주인공 '오오카도 아키하(세이노 나나 분)'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다 혼인신고서를 앞에 둔 삭막한 분위기의 커플을 보게 된다.
예사롭지 않은 조합에 급격히 흥미를 느껴 집중력을 곤두세우던 필자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여주 아키하도 마치 배경처럼 은은하게 곁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내 상대에게 물벼락 세례를 맞는 남자의 최후를 감상한다.
처절하게 물벼락 맞는 이 남자가 바로 남자 주인공 '모모세 슈(사카구치 켄타로 분)'이다.
다소 화끈한 첫 만남이었지만 아키하와 모모세는 이내 결혼까지 골인한다.
물론 연애의 결실이 아닌, '계약 결혼'이지만 말이다.
◆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
때는 바야흐로 세계 각국이 첩보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시대, 그 속에 '황혼'은 웨스탈리스의 정보국 소속 엘리트 스파이이다.
이때 일상이 경계 태세인 그의 등 뒤로 아주 손쉽게 스윽 다가온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요르 브라이어', 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많은 것이 내포된 첫 만남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요르는 황혼(가명 로이드 포저)과 결혼하여, '요르 포저'란 이름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엔 귀여운 여자아이도 입양된다.
결혼은 생각지도 않았던 황혼이 단 일주일 만에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정을 가지게 됐다.
이들의 속전속결 가정엔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 그들만의 이해관계
현시대 결혼관과 비슷하게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아가던 인물들이었다.
'굳이 결혼?'이란 생각이 그들을 지배했고, 자신만의 싱글 라이프에 나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가정을 꾸려야 할 '확실한 동기'가 생겨 버렸다.
'혼도장'의 아키하는 할머니를 위한 돈이 급하게 필요했다.
그리고 모모세는 주변인들을 속이기 위한 위장 결혼이 필요했다.
두 번째 만남에 무작정 결혼해달라는 모모세, 이 정신이 의심되는 남자가 아키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문제가 시급한 이때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그들은 금전을 사이에 둔 계약 결혼을 하게 된다.
'스파이 패밀리'의 황혼은 극비 임무를 새로 전달받는다.
그 임무는 바로 일주일 내 가정을 꾸려 명문 학교의 친목회에 잠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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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요르는 독신이기에 스파이로 의심받는 상황이 점점 난처해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분명 이 나라의 출산율을 떨어트리려는 스파이야"라는 직장 내 험담을 계속해서 들을 순 없었다.
그렇게 그들도 서로의 요구사항에 따라 나름 만족하며 위장 가정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가정이 프로 스파이, 프로 암살자, 초능력자로 구성된 가정일거라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 그 핑곗거리가 뭔지는 알게 뭐람!
러브스토리엔 시청자의 납득을 위해 인물이 사랑에 빠지는 '구실'이 확실히 제시돼야 한다.
그런데 이 '구실'은 비단 스토리의 세계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닌 듯하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줄임말)가 어디 그리 쉬우랴!
구실은 사실 현실 속에서도 중요하다.
현 조부모, 부모 세대는 그 시절의 구실이었던 중매와 선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왔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한 두 작품에선 이 구실이 '계약'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혼도장'의 아키하와 모모세는 금전을 갚아나가는 채무 관계에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하고, '스파이 패밀리'는 임무 완수를 위한 위장 관계에서 가족애가 피어오를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계약 가정은 실제로 일어나기엔 너무나 현실성 없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아마 지금의 우리에겐 아직 낯설기 때문이지 않을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구실도 변해갈 것이다.
그리고 이 '구실'이 무엇으로 변하든지 간에 '혼도장' 아키하 엄마의 말만 곁에 있다면 문제없을 것 같다!
"너희 나름의 방식이면 돼. 어떤 선택을 하든 너희 두 사람의 인생이니까 두 사람 나름의 부부상을 너희 스스로 정해 가면 돼"
새로운 가정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seezn 에서 감상할 수 있고, '스파이 패밀리'는 넷플릭스와 라프텔에서 매주 한 편씩 공개된다.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9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7.6
'스파이 패밀리'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또는 성우 연기력): 9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8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7
→ 평점: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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